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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태훈 Dec 02. 2020

트리, 노을. 어려운 오늘 속에서도 나음을 찾도록.

   벌써 12월이란다. 2020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는데 12월이라니, 또 싱숭생숭해지는 연말 분위기가 도래하겠군. 


   이상하게 연말만 되면 우울감을 느낀다. 나만 느끼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우울감이라고. 연말이 주는 그 우울감이란, 성탄절과 송구영신이 가져다주는 멜랑꼴리한 기분에, 우리의 삶이 낙낙하지 못하다는 각박함이 더해진 결과이지는 않을까 싶다.  


   특히 이번 연말은 그 우울감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벌써 1년 이상 지속되고 있고, 특히 요즘들어 심해진 확산세 때문에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자영업자든 회사원이든 누구 하나 쉬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거리두기로 인해 외출 자체가 불가능해진 나의 삶 역시 답답함이 크다. 여러모로 우울할 수밖에 없는 나날들이라는 것.  


   그래도 좀 주도적으로 우울감에서 벗어나고자 아내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고, 우리가 지금 시기에 할 수 있는 것은 트리 만들기였다. 성탄절, 크리스마스를 미리 준비하면서 우리 나름대로 좋은 분위기도 내보고 하고 싶어서. 




   요즘은 트리에 걸어놓을 장식들까지 포함해서 세트로 판매를 한다. 우리도 역시 그 세트를 구매했는데 3만 3천 원? 정도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사실 나중에 애 낳으면 그래도 트리는 만들어보고 해야지 생각했었는데, 트리가 엄청 비싼 줄 알고 벌써부터 걱정하곤 했다. 그런데 얼마 안 하다니, 한 번 사놓으면 무난하게 오래 사용할 수 있기도 하니 부담이 적다.  


   사실 트리를 만들어놓은 건, 우리 아파트에 사는 아가들에게도 성탄절 분위기를 좀 만들어주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우리 눈에 보이는 곳이 아니라 베란다 창문 앞에 세워놨다. 굳이 전기도 연결해서 전구를 틀어놓기도 했고. 아이들 역시 외출이 불가능한 삶 속에서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희망적인 감정을, 낭만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한다. 각박하게 자라지 않고, 현실은 답답함에도 그 답답함을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행복한 것들이 눈 앞에 세워져 있어야 한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밤이 깊어질수록 빛은 더욱 빛나겠지. Post Tenebras Lux '어두움 후에 빛이'라는 의미를 가진 표현이다. 대학 때 배우고 기억에 남는 거라곤 이 표현밖에 없는 것 같아 계속해서 우려먹는 표현이기도 하다. 어두움 후에 빛이 있겠지. 종교개혁자들이 바라보았고 누렸던 것처럼, 우리도 바라보고 누려야 할 것들이다.  



   날이 추워진다. 그만큼 대기질은 좋아지고, 우리에게 항상 찾아왔으나 보이지 않았던 노을을 더욱 깊이 경험하게 해준다. 추워졌지만, 좋은 것들도 있는 것을 보면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어쩌다보니 현실을 마주하고 그 현실에도 불구하고 바라보아야 할 이상에 대해서 논하는 글이 돼 버렸다. 날이 춥다. 그만큼 우리의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 수 있는 시기이지만, 노을이 있고 트리가 있다. 주신 날들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며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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