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세상의 시선 때문에 잠시...

가슴속에 숨겨 놓았던 '가장 아끼는 꿈'은 무엇인가?

by wasovora

자네가 보내준 두 번째 편지를 읽으며, 한참 동안 창밖의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였네. 사우디아라비아의 뜨거운 모래바람 속에서 보낸 자네의 어린 시절이 행간마다 묻어 있어서일까, 내 마음도 덩달아 낯선 땅의 흙먼지를 마신 듯 먹먹해지더군. 세상이 그어놓은 금 밖으로 발을 내딛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 선을 넘기 위해 10살 소녀가 코란을 외우며 흘린 땀방울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자네 덕분에 깊이 새기게 되었네.


자네가 기억하는 사우디의 모습과 영화 속 풍경이 겹쳐지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네. 우리네 삶에도 그런 '초록색 자전거' 하나쯤은 있지 않았나. 남들은 "안 된다", "어울리지 않는다"며 손가락질하지만, 내 영혼은 그것을 향해 자꾸만 고개를 내미는 그런 꿈 말일세.


여자가 자전거를 타면 안 된다는 벽 앞에 선 와즈다를 보며, 자네는 아마 그 소녀의 눈동자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겠지. 그 담백한 영상미가 자네에게 생생하게 다가온 건, 자네 또한 그곳의 공기를 숨 쉬며 '당연한 권리'가 '기적'이 되는 과정을 몸소 겪었기 때문일 게야. 와즈다가 크게 울지 않아도 그 눈빛 속에 담긴 간절함이 전해졌다는 자네의 말이 참 좋네. 세상은 시끄러운 소음보다,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꿈을 향해 페달을 밟는 사람에 의해 변하는 법이지.


자네가 꼽은 엄마의 고백 장면은 내 마음에도 큰 파동을 일으켰네. 딸의 꿈을 가장 반대하던 이가 결국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그 순간, 그것이야말로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아름다운 반전이 아니겠나. 아빠의 결혼식 폭죽이 터지는 그 서글픈 밤에 딸을 안아주던 엄마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마 자신이 미처 넘지 못한 선을 딸만은 가뿐히 넘어가길 바라는, 세상 모든 부모의 시리고도 깊은 사랑이었겠지. 자네는 꿈을 '추억이라는 보석함'에 숨겨두었다고 했지? 하지만 이 편지를 쓰는 자네의 마음은 이미 그 보석함을 열어젖힌 것 같아 참으로 기쁘네. 자네의 글이 바로 와즈다의 자전거처럼 누군가의 가슴 속 금을 지우고 있으니 말이네.


세상의 시선이라는 돋보기는 때로 우리를 작게 비추기도 하지만, 자네의 가슴 속에 품은 그 뜨거운 열망까지 태우지는 못한다네. 남들이 그어놓은 선 위를 걷기보다, 자네만의 바퀴 자국을 남기며 나아가는 그 뒷모습이 가장 눈부신 법이지.


모래바람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의 강인함을 믿는 할아버지가.



P.S: 자네가 세상의 시선 때문에 잠시 보석함에 넣어두었던,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 속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는 그 '가장 아끼는 꿈'은 무엇인가? - 와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