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햄스터로소이다 - 3

연재소설

by 흰코뿔소

3. 찢어진 눈깔과 감금


XXX따로따로안두면서로XXX하지않나요

잠깐인데뭐자네집여기근처아닌가

맞아요

설마그사이에 서로싸우려고


무슨 소리를 하는지 당시에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훗날 생각해 보니 배불뚝이 주인놈은 틀렸다. 하나, 둘, 셋, 나까지 넷, 무자비한 손에 붙들려 휑하고 좁은 우리에 휙휙 던져졌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동포들은 가죽을 부들부들 떨며 흉흉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보쇼, 진정해요.” 금방이라도 무언가 터질 듯한 분위기라 나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옛말에 고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지 않소? 우리, 기왕 이렇게 된 거 통성명이나 합시다.”

그러나 흰 털에 검은 반점이 있던 놈은 알아먹을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옆에 있는 놈에게 달려들었다.


햄스터가 우는 소리를 들어 봤는가? 당연히 못 들어 보셨겠지. 인내하고 과묵함을 미덕으로 삼는 우리 종족은 다른 이들 앞에서 쉬이 고통을 드러내지 않으니까. 그런데, 우리가 울게 되면, 아주 끔찍하고 비통스러운 비명을 터뜨려서 아마 제諸 독자께서는 몸서리를 칠 것이로다.


그런 비명이 터졌다. 역겨운 인간 놈들은 저들끼리 떠드느라고 듣지도 못했겠지만, 귀를 물어뜯고 짧은 뒷발로 발길질을 해대고 아주 난리법석이 따로 없었다고만 말해 두겠다.


“이봐요, 진정들 해요! 우리끼리 싸우면 뭐 어쩌자는 거요? 침착하게 달아날 궁리를 해도 모자랄 판에!”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뼈대 있는 가문 출생이고, 폭력보다는 이성적인 대화를 선호하는 쪽이다. 그렇지만 정신이 나가 미친 듯이 덤벼드는 놈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한 완력을 갖고 있다. 오냐, 덤벼라, 본때를 보여 주마, 하고 달려드는 놈의 궁둥이를 노리고 크게 돌아서.......


내가 오히려 물려 버렸다.


제기랄.


더럽게 아팠다. 아냐, 아니야, 잊어버리시도록. 어쨌든 결국엔 놈을 제압했다. 다들 고만고만한 햄스터인 것이다, 같은 처지에 놓인.


“다들 진정 좀 하셨소? 서로 도와도 시원찮은데 물어뜯고 할퀴고 아주 지랄들을 하는고나. 우리, 어디로 가는 거요?”


나잇살 깨나 먹은 듯해 보이는 놈이, 이제사 흥분을 좀 가라앉혔는지 연신 쌕쌕거리며 씹듯이 말을 내뱉었다.

“어디로 가긴, 어디로 가, 이 멍청한 놈아! 어디 뱃속말고는 갈 곳이나 있겠어? 인간들 말도 못 들었나?


벼락이라도 내리친 듯했다. 모두가 알고는 있었으나 차마 주둥이 밖으론 내놓지 못했던 말에 좌중은 말 그대로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저마다 좁디좁은 우리의 한 귀퉁이씩을 차지하곤 끙끙대며 상처를 핥았다.


이런 삶을 바란 적은 없었는데, 나는 위대한 우리 가문에서도 가장 위대한 햄스터가 되어, 자식과 손자가 저 모래언덕에 굴을 가득 파 마침내는 모래언덕이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번성할 계획이었는데. 그러다 죽을 때가 다가오면, 저 멀리 해뜨는 쪽을 향해 이슬과 여치를 삼키며 앞발 닿는 대로 나아가다 우뚝 서 태양을 마주하며 저멀리 새로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내 목표였는데. 그랬거늘, 배려라고는 없는 인간은 덜컹덜컹, 우리를 세차게 흔들며 우리 족속을 어딘가로 이끌어 갔다. 지축을 울리는 굉음이 작은 두 귀를 가득 메웠고, 그때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천만다행으로 아직 들어가 본 적은 없었으나, 꼭 거대한 뱀의 밥통 속에 든 기분이었다. 순식간에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 둘러보니, 통제할 수 없는 겁에 질린 동족은 바닥에다 똥이니 오줌이니 오만 팔방에다 지려대고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역겨운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어후드디어다왔다오는동안에XXX하진않았겠지


덜컹, 하며 무언가 큰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빛이 훅 새어 들어왔다.


XXX다행이다아직다살아있긴하구나 좀 비실비실하긴해도


시종일관 애써 태연을 유지하려 했으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엄청난 공포에 휩싸이고 말았다.


어휴더워일단좀씻고와야겠다


사방은 어두컴컴했다. 그럼에도 안락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나직하지만 지속적인 웅웅거림이, 자연에서는 듣지 못했던 소음이 들려왔고,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비릿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이 약간이나마 밝아졌다. 그제서야 나는, 무신경하게 세차게 내려놓느라 흐트러진 검은 천 너머로 이 인간 둥지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용도는 알 수 없지만,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봬는 혐오스러운 장치와 물건들이 가득했는데, 그중에서도 동그란 두 눈을 붙든 것은, 어두침침한 불빛 속 저 멀리 동그랗게 타오르는 새하얀 태양이었다. 먼 옛날, 세상 모든 쥐새끼들 - 래트, 기니피그, 시궁쥐, 햄스터 가리지 않고 - 의 조상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처음 보았을 법한 그런 태양이, 눈을 사를 것만 같은 흰 빛을 뿜으며 검은 덮개를 헤집고 들어왔다.


그 아래, 달궈진 돌 위에, 비늘 덮인 족속이 눈을 감고 바위처럼 꼿꼿이 서 있었다.


태양을 향하듯 상체는 반쯤 곧게 세우고, 사막의 모래를 닮은 색의 비늘은 잘 눕혀져 빛났다. 잠자는 듯, 꿈꾸는 듯. 한 점 미동도 하지 않고, 그것은 다만 고요하게 숨을 쉬었다.


어딘가를 그리워하는 듯이.


지금, 그 모든 일로부터 꽤나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렇게까지 감상적이 되었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따름이다. 죽음의 아가리 속에 끌려와 놓고서는 멍청하게 감탄이나 하고 있다는 것은 현실감각의 부재라는 말로도 모자라다. 부끄러운 일이다. 변명하는 것 같지만, 그 감상은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고만 말해 두자. 초서鼠적인 자제력으로 나는 눈을 돌려 생존본능을 가동하여 살 방도를 궁리하기 시작했다는 말씀이다.


보시라, 어쨌든 요놈의 네 벽 위에는 귀퉁이가 딱 맞게 천장이 있고 숨구멍도 뚫려 있는데, 아무리 우리 족속이 유연하다 치더라도 저 틈을 비집고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저 유리벽을 기어 타고 오르기엔 너무도 미끈미끈하여 발톱을 박을 곳도 없다. 날래게 몸을 날려 박차오를 만한 디딤대도 없다. 톱밥도 신문지 자른 것도 모래도 흙도, 차갑디차가운 유리 바닥에 덩그러니, 햄스터 네 마리뿐이었다. 가능성이 희박한 도박이었지만, 답은 하나뿐이었다. 새처럼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니니, 염병이나 걸릴 인간이 흉측한 손가락으로 우리 모가지를 그러쥘 때 역으로 앞니를 세게 박아 넣는 것이다.


쥐선생, 당신 복수는 내가 대신 하겠어요, 하고 나는 속으로 찍찍거렸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어디 걸리기만 해 봐라.


덜컹, 하고 뚜껑이 열렸다. 동시에 검은 천이 아주 걷혔다.


에이너무많이샀나 또그아저씨말빨에속아서 이걸어느세월에다XX담


쓱, 하고 손이 들어왔다.


일단시범삼아X마리만줘볼까


찍찍,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동족이 붙들려 나갔다. 또 다시 죽어가는 눈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나는 애써 공포와 분노를 삭이며 침착하게 숨을 골랐다.


저 건너, 비늘 덮인 족속의 우리 뚜껑 문이 스스륵, 열렸다.


XXX아밥먹자 처음먹어보는거지만아마좋아할거야


툭, 바닥에 닿자마자 공포와 절망에 동족은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벽을 향해 몸을 던졌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모래 빛의 도마뱀이 두 눈을 떴다. 끔찍하게 찢어진 샛누런 빛의 눈깔이, 사방에 오줌을 뿌려 대는 동족에게 가 닿았다. 그리고는 못박혀 버렸다.


“안 돼요, 보지 마소, 눈을 돌리라니까요!” 나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지만, 때는 이미 늦어 버렸다. 부서질 듯이 벌벌벌 떨며 먼저 던져진 동족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도마뱀의 두 눈을 마주 보았다. 몸이 뻣뻣이 굳어갔다. 꽤나 떨어진 이편에서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압도적인 공포가 나에게도 타고 전해졌다. 작은 심장이 터질 듯하고, 수염이 부르르 떨렸다. 공포라기에는 격렬하다 – 그래, 피끓는 증오와 저주를 담아 나는 도마뱀을 노려보았다. 순간 놈의 몸이 움찔했다. 역겹게 튀어나온 주둥이가 살짝 돌아 내 쪽을 향했다. 잠깐이었지만, 그것과 나의 눈이 서로 맞았다.


새하얀 태양빛을 맞아 투명하게 빛나는 그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이라곤 없어서,


나는 그간 있었던 그 어떤 일보다도 섬뜩한 공포에 휩싸였다.


몇 초가 기껏 지났을까, 다만 영원처럼 느껴졌을 따름, 곧 놈은 비죽배죽한 이빨이 잔뜩 튀어나온 입을 벌려 동족을 삼켰다. 아니야, 벌써부터 무너져서는 아니 된다, 정신 차려라, 정신 차려! 저 악마의 족속 배때지가 다 차기 전까지는 안심해서는 안 돼. 나는 계속해서 되뇌었다.


자못 만족스럽다는 듯 놈이 꼬리를 들어 바닥을 몇 번 쳤다.


XX아맛있어 그러면한마리더먹을래


오냐, 덤벼라, 요놈아, 내가 네놈 눈알을 뽑아 갉아 먹을 테다. 뚜껑이 다시 열렸다.


우레와 같은 고함을 내지르며, 나는 저주스러운 인간의 손아귀로 용감히 달려들었다.



<계 속>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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