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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챠 WATCHA Oct 10. 2019

우주에 있는 건 너무 외로워...로켓맨

로켓맨(2019)



세계적인 뮤지션 엘튼 존의 삶과 음악을 다룬 <로켓맨>(2019)은 이 위대한 음악가가 얼마나 많은 고독과 상처, 위기를 건너왔는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다.


특히 유년 시절의 슬픔에 대해. 냉담하고 이기적인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에게는 매순간이 마음에 베이는 날이었고 그 원천적인 상실의 경험은 엘튼 존을 ‘특별한 감각’을 지닌 예술가로 만든다. 생각해보라, 가정이 세계의 전부인 아이에게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어른보다 더 섬세한 감정의 파동을 만들어낸다. 부모가 함부로 내려놓는 물컵마저도 때론 아이들에게 문제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놓여 있는 세계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이며 아이는 그 대상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 경우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을 갖는다. 어디에서도 나라는 존재는 포용되지 못하리라는 원천적인 불안과 슬픔,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포기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구.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예술가를 깊게 좌절시키고 그러나 기적처럼 예술이라는 세계가 그를 살려내는가를 영화는 경이롭게 그려낸다. 여기다 엘튼의 연대기를 위해 복원한 1970, 80년대 음악과 의상, 무대와, 엘튼 역을 맡은 태런 에저튼의 완벽한 연기는 이 영화가 엘튼 존에 대한 충분한 헌사가 되었으리라 생각하게 한다.  



나는 <로켓맨>이 엘튼 존의 성취가 아니라 그의 마음의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는 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영화라는 장르가 할 수 있는 가장 필요하고 정확한 플롯을 만들어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읽었을 때 약물과 술로 스스로를 파괴하면서도 음악이라는 예술에 투신했던, 그렇게 여러 번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야 했던 엘튼 존을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영화는 여러 번 엘튼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지금 이 순간 상처에 반응하고 있는 예술가를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여러 번 눈물을 흘렸지만 특히 이런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두 손을 얼굴로 가리고 그가 받았을 상처의 깊이에 공감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놀라운 성공을 한 엘튼이 오래전 헤어졌던 친부를 찾아갔을 때의 장면이다.


이미 친부는 가정을 꾸려 또다른 아이들이 있고 걔들은 지극히 애들다운 말썽쟁이들로 자라고 있다. 자기가 그렇게 사랑을 원했던 아버지가 다른 존재들의 자애로운 아버지가 되어있다는 사실 앞에서 엘튼은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친부는 마치 그것이 엘튼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격려라는 듯, 자신도 앨범을 샀다며 사인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엘튼은 실망을 누르며 받아들고 “아빠에게”라고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때 친부는 아니, 아니야,라고 하며 단어를 바꿔달라고 하는데,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스포일러를 고려해 밝히지 않겠다. 다만 그 장면 이후로 끝내 채우지 못한 자신의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하는 엘튼을 따라 울었다는 말밖에는, 도저히 어떻게 해도 이겨낼 수가 없는 유년의 상처에 괴로워하는 엘튼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는 것, 그러고 한동안 고개를 들 수 없었다는 것만 말해둔다.



그렇게 <로켓맨>은 아주 특별한 재능을 지닌 한 예술가의 삶에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원천적인 슬픔과 고독, 그 극복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가 되어있다. 그렇게 해서 이 천재적인 뮤지션이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든다.


“나는 로켓맨이야, 여기서 혼자 도화선을 태우는 로켓맨, 화성은 아이를 키울만한 장소가 되지 못해, 사실 지옥처럼 춥거든.”이라는 <로켓맨>이라는 노래에 왜 이 우주의 외로운 아이들이 열광하였는지를, 그렇게 해서 어른이 된 아이들이 눈물의 무게를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끝>



이 영화, 지금 보러 갈까요?


김금희 / 소설가


작가가 된 이후로는 마감들을 처리하느라 정작 영화를 전처럼 보지 못하는 소설가입니다. 그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으로 또 마감을 만들어내고 말았죠. 최근작으로 『너무 한낮의 연애』,『경애의 마음』 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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