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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계채널 이은경 Jun 18. 2021

당신의 시계는 몇 등급입니까?

시계에 관한 가장 무의미한 논쟁

당신의 시계는 몇 등급?

10여 년 전에 스위스에서 바젤월드를 취재할 당시의 일이다.

모 브랜드 부스에서 홍보 담당자가 “저희 브랜드는 세계 3대 시계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라고 설명했을 때 함께 있던 일간지 기자가 곧바로 “다른 2개의 브랜드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었고, 담당자는 바쉐론 콘스탄틴과 파텍 필립이라고 대답했다. 이후 일간지에서 파텍 필립, 오데마 피게, 랑에 운트 죄네,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블랑팡 등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바로 ‘세계 몇 대 브랜드’였다. 

미디어의 유행이 인쇄에서 영상으로 넘어오면서 나 역시도 유튜브를 하고 있지만, 잡지에서든 유튜브에서든 절대 다루지 않는 주제가 있다. 바로 ‘시계 계급도’다. 그러나 많은 시계 유튜버들이 시계 계급도에 관한 주제로 영상을 제작하고, 그 영상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이쯤되면 드는 생각이 있다. 시계 계급도와 등급 나누기가 꼭 필요할까? 

시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충분히 궁금해할 수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만한 주제이겠지만,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놓은 분류가 과연 정답일까? 그리고 그 기준은 과연 누가 정한 기준일까? 

시계 브랜드의 등급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역사부터 자사 무브먼트 보유뿐만 아니라 헤어스프링까지 직접 제조하는지, 다이얼과 케이스까지 인하우스로 제조하는지 등을 모두 체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브랜드의 전체적인 인지도와 현행 컬렉션의 다양성, 매출의 편중도, 독립성, 빈티지 시장에서의 가치 등 따져봐야 할 것은 많다. 그런데 어떻게 3대, 5대 브랜드를 나누고, 1등급, 2등급을 나눌 수 있을까?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시계 브랜드는 롤렉스다. 그런데 2020년 스위스 기계식 시계보다 애플워치가 더 많은 개수를 판매했다. 시계를 더 많이 팔았다고 해서 결코 1등급이 될 수는 없지만, 판매 부문에서는 1위가 맞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브랜드라는 말처럼 수식어를 달리해서 브랜드를 구분할 수는 있지만, 지금 현재 떠돌아다니고 있는 시계 계급도는 출처와 지은이, 발행 연도 등이 매우 불분명한 구전동화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텍 필립이 가장 좋은 시계다, 아니다 나는 롤렉스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은 누구도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취향이 다르듯이 좋아하는 시계 브랜드와 좋아하는 스타일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일부 미디어와 유튜버들은 시계 계급도를 만들고, 그 안에서 1등급, 2등급을 나누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10여 년 전, 철없던 시절에 나 역시 그런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이후 다시는 그런 기사를 쓰지 않는다. 그 시절과 비교해서 시계에 관한 지식도 더 많이 습득한 것도 있지만, 생각도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계가 나에게는 1등이고 1등급이다. 남의 디자인을 베껴서 만든 영혼 없는 시계가 아니라면 세상 모든 시계는 1등급이다. 내 손목 위에서 나의 소중한 일상을 함께하는 시계라면 더더욱 1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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