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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계채널 이은경 Jun 28. 2021

발레 공연을 담은 예술 시계

반클리프 아펠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워치


1906년 파리의 방돔 광장 22번지에서 시작된 반클리프 아펠은 브랜드 창립 초기부터 무용이라는 예술 분야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제작해왔다. 1920년대에는 완벽을 추구하는 브랜드 정신과 아름다운 조화를 지향하는 특별한 감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수단으로 무용을 활용했다. 총 3가지 컬러로 출시된 새로운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은 발레리나의 움직임과 음악으로 시간의 마법을 구현한다.



반클리프 아펠은 브랜드 전통에 따라 시계의 빼어남과 진귀한 장인 기술, 보석 세공의 노하우를  총동원해 춤과 음악의 마법을 재창조했다. 시계를 아끼고 사랑하는 여성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주로 남성 시계에만 한정적으로 적용하던 컴플리케이션을 새로운 타임피스에 장착함으로써 여성의 손목 위에서 균형 잡힌 발레 무대를 펼쳐 보일 수 있게 되었다. 



역사를 기계장치로 승화하다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의 새로운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를 선보이기 위해 반클리프 아펠 매뉴팩처의 워치메이커들은 7년을 쏟아부으며 다시 한 번 한계를 넘어섰다. 무브먼트 속의 작은 톱니바퀴들 덕분에 반클리프 아펠과 춤의 세계가 1920년대부터 맺어온 밀접한 관계를 표현해낼 수 있었다. 


창립자 에스텔 아르펠(Estelle Arpels)의 형제이자 공동 경영자인 루이 아르펠(Louis Arpels)은 발레의 열렬한 팬이었고, 파리 방돔 광장의 반클리프 아펠 매장과 인접한 오페라 가르니에(Opéra Garnier)에 발레 공연을 보러 갈 때 조카인 클로드 아르펠(Claude Arpels)을 종종 데려갔다고 한다. 1940년대 초에는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이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담아낸 최초의 발레리나 클립을 선보였다. 이 클립은 반클리프 아펠의 가장 중요한 시그니처가 될 만큼 매혹적인 주얼리였다. 젊은 시절부터 발레를 접하며 그 매력에 깊이 빠진 클로드 아르펠은 1960년에 유명한 안무가이자 뉴욕 시립 발레단의 공동 창립자인 게오르게 발란친(George Balanchine)을 만나면서 발레에 대한 사랑을 더욱 깊어지게 되었다. 


루이와 클로드는 주얼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넘쳤고, 이 둘의 열정이 게오르게 발란친에게 영감을 주어 1967년 뉴욕에서 발레 공연 <주얼(Jewels)>이 상연될 수 있었다. 총 3막으로 이루어진 이 공연은 각각의 막이 보석과 작곡가 한 명을 상징한다. 제1막은 '에메랄드'로, 음악가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e)에 경의를 표한다. 제2막은 '루비'로, 이고리 페도로비치 스트라빈스키(Igor’ Fedorovich Stravinsky)를 상징하고, 마지막 제3막은 ‘다이아몬드’로, 표트르 일리히 차이콥스키(Pyotr Ilyich Chaikovsky)를 상징한다. 반클리프 아펠은 게오르게 발란친의 이 발레 공연에서 영감을 받아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컬렉션을 제작했다.



커튼 뒤의 내막

기존의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에 포함된 이 3점의 시계는 에메랄드와 루비, 다이아몬드를 상징했던 발레 공연 <주얼>의 3막을 상징한다. 시각적이면서도 음악적인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무대 위를 수놓는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의상과 클래식 음악이 선사하는 시적 감상을 그대로 구현해내는 것이 도전 과제였다. 


반클리프 아펠의 새로운 시계가 단순히 주얼을 세팅하는 기술로 케이스를 장식한 오트 주얼리 시계가 아니라는 사실은 바로 알 수 있다. 시계의 무브먼트부터 컴플리케이션까지 모든 구성 요소가 마법 같은 예술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시계는 발레단이 되고, 오케스트라가 되어 시계 착용자를 꿈처럼 아름다운 세계로 초대한다. 아울러 착용자가 원할 때마다 환상적인 커튼이 걷히면서 다이얼이 살아나듯 움직인다. 정교하게 제작된 이 커튼들은 중심 다이얼 뒤로 돌아가며 회전판(Turning Disk) 위에 그려진 5명의 발레리나들을 등장시킨다. 


각 모델의 발레복과 색상은 실존하는 발레단과 게오르게 발란친에게 영감을 준 주얼들을 연상하게 한다. 커튼이 열리는 순간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신호를 주기라도 한 것처럼 부드러운 멜로디도 흘러나온다. 


이 또한 진정한 기술적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시계가 연주하는 짤막한 3곡은 무한히 작은 기계 장치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워치메이커들의 재능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 청명한 멜로디를 더욱 풍성하게 전달하기 위해 오르골과 차임이라는 2가지 장치가 동시에 사용되었다. 이처럼 전례 없는 구성 요소의 조합과 조화 덕분에 우리는 청각만으로도 가브리엘 포레, 이고리 페도로비치 스트라빈스키, 표트르 일리히 차이콥스키로 이어지는 3막을 인지할 수 있다.



시계 케이스는 마치 악기처럼 제작되어 오르골과 차임에서 나오는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효과를 낸다. 멜로디는 심사숙고한 디자인으로 탄생한 다이아몬드 세팅 사이로 흘러나오는데, 청각적 효과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 자작나무와 호두나무로 만든 마케트리(Marqueterie) 목제 상자가 시계와 함께 제공된다. 이 특별한 상자는 현악기 전문가와 음향 전문가가 파트너십을 맺고 전자 증폭 장치를 더해 제작했다. 


10여 년 전에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7년에 걸쳐 끈기 있는 연구와 개발 과정을 거쳐 진행되었고, 마침내 수동 와인딩 기계식 무브먼트와 원할 때마다 작동시킬 수 있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완성해낼 수 있었다. 워낙 빼어난 시계라 희귀품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이 시계들은 시간을 알리는 것이 시계의 첫 번째 기능이라는 사실에 기반해 반클리프 아펠만의 고유한 전통에 따라 레트로그레이드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시간을 알린다. 


다이얼 위쪽에 자리한 하나의 별(주연급 댄서를 스타 댄서라고 칭하는 프랑스의 관습에 따라 모든 주연급 댄서를 상징하는 별)이 12시간으로 표시된 눈금 위를 지나가며 시간을 표시한다. 마술은 몇 분 단위로 축소하면 안 되기 때문에 미닛 인디케이터는 없다. 덕분에 시간은 언제나 정지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메카닉 앙트르샤(Entrechat)*

멜로디는 10개의 음역으로 구성된 오르골이 연주하는데, 이 오르골의 음역을 시각적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 회전판의 보이지 않는 면에 들어간 피코(picot, 살짝 튀어나온 홈)들이 두드리며 소리를 낸다. 여기에 4가지 음향의 차임이 더해지며, 각 차임을 두드리는 해머도 포함되어 있다. 이 2가지 장치는 피아노처럼 섬세하게 조율되어 있기 때문에 20~25초 동안 울리는 멜로디를 정확하게 연주해낸다.


아울러 리듬이 생명이기 때문에 원심력으로 작동하는 조정 장치가 각 멜로디가 연주될 때마다 알맞은 속도를 내주며, 애니메이션 배럴에 남아 있는 동력의 양과 상관없이 언제든 작동한다. 덕분에 멜로디는 3차례에 걸쳐 연속으로 들어도 품질에 문제가 없다. 멜로디가 끝나면 해당 배럴은 다시 장전된다.


이미 2가지 장치를 시계 케이스 하나에 구현해내는 기술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반클리프 아펠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가지 테마의 복잡한 멜로디를 그대로 구현해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가브리엘 포레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Op. 80'(1898년)과 이고리 페도로비치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프리치오'(1929년), 표트르 일리히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3번'(1875년)의 멜로디를 골라 완성한 것이다.


교향악단의 복잡한 악보를 단 2개의 악기가 연주할 수 있도록 바꾸기 위해 스위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연주자 미셸 티라보스코(Michel Tirabosco)와 긴밀하게 협력했다. 특히 팬파이프의 연주로 유명한 미셸 리타보스코는 각 멜로디를 제작하는 일에 깊이 관여했다. 차임벨과 오르골의 풍성한 톤 덕분에 멜로디의 조화와 정밀한 섬세함이 배가되었다. 예를 들어 레이디 아펠 발레린 뮤지컬 루비 시계의 무브먼트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92개 음으로 표현하는데, 그중 69개는 오르골이, 23개는 차임벨이 연주한다.

 


반클리프 아펠은 시계의 시적인 비전을 유지해오며 기계장치로 꿈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을 브랜드의 전문 분야로 삼았다. 혁신성과 환상을 조합한 시계들로 시간 측정은 물론이고 여행과 경이로운 세계로 초대하기도 한다. 아울러 이 예술적인 비전을 매 순간 표현하기 위해 브랜드 고유의 역사와 상징적인 영감의 원천을 계속해서 탐구하며 한편으로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간다. 우리는 반클리프 아펠의 이 같은 노력과 탐구를 통해 요정과 발레리나가 시간을 제시하는 사이에 자연의 리듬이 우주의 리듬과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The Lady Arpels Ballerine Musicale, Diam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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