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틸러스 문 페이즈가 아니라 노틸러스 5711/1A 블루, 이것이 팩트!
축구선수 손흥민의 이름이 연일 각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전에서 결정적인 골을 성공시킨 그의 범접할 수 없는 축구 실력부터 모 걸그룹 멤버와의 열애설 그리고 그가 차고 있던 시계까지... 손흥민에 대한 기사가 연일 포털 사이트의 인기 기사로 랭크되어 있다.
수많은 기사 중에서 ‘축구스타’ 손흥민, 2억 원대 초고가 명품 시계 착용 후 귀국... “역시 영 앤 리치”라는 제목의 기사를 클릭해 보니, 지난 10월 5일 인천 국제공항으로 귀국할 당시 그의 손목에는 유독 눈에 띄는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시계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먼저 회자되었고, 곧바로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시계채널은 귀국 현장 영상이 아닌 포털 사이트의 상위에 랭크된 관련 기사를 보고 이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자주 그렇듯, 거의 모든 기사에서 시계에 관한 정보가 틀렸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1/10/09/JJLZBS26KNEPFDKEWVIM355ZJ4/
https://www.insight.co.kr/news/361725
손흥민이 차고 있던 시계는 파텍 필립의 노틸러스 청판 문페이즈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www.insight.co.kr
기사에는 그의 손목시계 가격과 스포츠카 한 대 가격이 맞먹는다고 언급했고, 손흥민 선수가 찬 시계는 바로 '파텍 필립 노틸러스 청판 문 페이즈'라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시계는 파텍 필립 노틸러스는 맞지만, 문페이즈 모델은 아니다.
노틸러스에는 문 페이즈 모델은 있지만, 기사에서 예시로 든 시계 모델은 애뉴얼 캘린더다.
그런데, 친절하게 그의 손목을 캡처해 둔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시계의 다이얼에는 시, 분, 초 핸즈와 날짜창만 있을 뿐이다. 달의 월령을 보여주는 문 페이즈는 시계 다이얼의 6시 방향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시계에는 문 페이즈가 아예 없다.
누가 처음에 이 시계를 파텍 필립 노틸러스 청판 문 페이즈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손목 부분까지 확대한 사진을 기사에 실으면서, 다른 모델일 수 있다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뿐이다.
손흥민 선수가 찬 시계는 노틸러스 5711/1A 모델이다. 아쉽게도 이 시계는 지금 단종된 상태다.
2006년 노틸러스의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처음 출시된 노틸러스 5711/1A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블루 다이얼이 특징이었던 초기의 점보 모델을 재현한 것이었다.
손흥민 선수의 시계 관련 기사를 앞다투어 소개한 여러 매체에서 언급한 '노틸러스 청판 문페이즈'라는 모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계다.
바로 이 시계의 정확한 이름은 노틸러스 Ref. 5726/1A-014로, 문 페이즈 기능은 있지만, 애뉴얼 캘린더와 문 페이즈가 동시에 탑재된 컴플리케이션 시계다. 문 페이즈 기능이 있으니, 문 페이즈라고 불러도 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퍼페추얼 캘린더나 애뉴얼 캘린더가 장착된 시계에는 문 페이즈도 함께 장착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노틸러스 애뉴얼 캘린더' 또는 '노틸러스 5726'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이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손흥민 선수가 착용한 5711/1A 블루 다이얼은 현재 단종된 모델이다.
리테일 가격 4000만 원 선이지만, 리세일 마켓에서 1억 5천만 원대에 거래되는 이 시계는 단종되기 전부터 구하기 매우 어려운 시계로 유명했다. 애뉴얼 캘린더나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탑재된 컴플리케이션 모델보다, 시, 분, 초와 날짜만 알려주는 심플한 버전, 그것도 골드 소재보다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의 5711/1A가 노틸러스 모델 중에서는 가장 구하기 어려웠다.
리테일 가격보다 몇 배가 비싸게 거래되는 노틸러스 5711 블루 다이얼 버전을 단종시킨 파텍 필립은 2021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그린 다이얼의 새로운 노틸러스 5711을 선보였다.
파텍 필립 노틸러스 5711/1A-014 그린은 직경 40mm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올리브 그린 다이얼이 특징이다. 선버스트 올리브 그린 다이얼 전체에는 수평 줄무늬를 양각으로 새겼으며 그 위에 심플한 자리한 바통 인덱스와 핸즈는 화이트 골드 소재로 제작하고 슈퍼 루미노바를 적용해 가독성을 높였다.
이 시계는 지난여름에 열린 안티쿼럼 경매에서 32만 유로에 낙착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리테일 가격이 3만 유로 초반대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10배도 넘는 금액에 낙찰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닐 패키지도 뜯지 않은 매우 레어 한 경우라는 특수성도 낙찰 가격에 영향을 미쳤을 테지만, 출시된 지 100일도 채 안된 시계가 경매에 나온 것 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두족류 연체동물의 하나인 앵무조개를 의미하기도 하고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고전 과학소설 <해저 2만 리>에 등장하는 잠수함의 이름이기도 한 노틸러스는 파텍 필립의 여러 시계들 중에서도 특히 더 인기 있는 모델이다.
주급으로 3억 원 이상을 받는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이 차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아마도 이 시계는 앞으로 더 인기가 올라갈 것이다. 그 전에도 넘사벽이었지만, 이제는 더 넘사벽이 된 노틸러스는 해저 2만 리에만 존재하는 시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