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상스 타입9 이케다
2010년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브누아 민티앙(Benoît Mintiens)이 설립한 레상스는 워치메이킹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는 독립 브랜드로, 특허 기술인 ROCS(Ressence Orbital Convex System)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있다. 핸즈 대신 회전하는 복수의 디스크로 시각을 표시하는 이 시스템은 단순한 디자인의 차별화를 넘어 시각을 읽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한 발명이다. 크라운이 없이 케이스백으로 시각을 설정하는 레상스의 모든 혁신은 더 직관적이고 명료하며, 더 인간적인 영역으로 향한다.
레상스의 라인업 중 가장 미니멀한 '타입 9'은 순수한 시각 읽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레상스의 정수 그 자체를 담아낸 모델이다. 올해 레상스는 일본의 칠기 공예 아티스트인 이케다 테루마사(Ikeda Terumasa)와 협업한 '타입 9 이케다(TYPE 9 Ikeda)'를 선보이며 전통 예술과 혁신의 만남을 이룩했다. 일본 가나자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케다 테루마사는 전통 우루시(옻칠) 기법과 라덴(자개 상감) 기법을 SF적인 시각 언어로 재해석하는 독자적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전통 재료를 사용하되 레이저 커팅 등의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며 고대의 기술로 동시대의 정보 과잉을 시각화하는 그의 작업은 레상스가 추구하는 미래 지향의 미니멀리즘과 예상치 못한 공명을 이루어냈다.
직경 39mm, 두께 11mm의 DLC 코팅 5등급 티타늄 케이스를 갖춘 타입 9 이케다는 올블랙 컬러의 프레임과 라덴 기법으로 완성한 다이얼의 대비를 통해 타입 9이 가진 절제미를 극적으로 구현했다. 안쪽에 반사 방지 처리를 더한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다이얼 전체를 감싸고, 빛을 받으며 움직일 때마다 극적으로 변화하는 다이얼의 발광 컬러는 다른 은하계의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는 느낌을 준다.
이번 협업의 핵심은 단순히 기존 작품을 시계에 적용한 것이 아니라 레상스의 움직이는 다이얼을 위해 작품을 새로 창작했다는 점이다. ROCS 디스플레이의 동심원 구조는 이케다에게 지동설을 추구했던 천문학자들의 정신을 떠올리게 했고, 그 철학적 영감이 다이얼 전체의 구성을 결정짓는 출발점이 되었다. 가장 어려운 공정은 자개를 볼록한 곡면에 부착하는 작업이었는데, 이를 완성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달걀 껍데기처럼 부서지기 쉽고 평평한 자개를 물에 담가 고무 시트 위에서 조금씩 휘어가며 케이스의 곡률에 맞게 서서히 성형했다. 다이얼 위에서 빛과 함께 회전하는 이 구성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레상스의 오비탈 디스플레이와 하나의 언어로 작동하도록 설계된 메시지가 되었다.
탑재된 특허 무브먼트 ROCS 9은 커스터마이징한 오토매틱 베이스 칼리버의 분침 축으로 구동되고, 시와 분을 표시하는 디스크를 동심원 궤도로 회전시킨다. 시간당 2만 8800회 진동하는 이 무브먼트는 36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케이스백에는 이케다의 친필 서명을 새겨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