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나와야 하나...

작은 껍데기 조각 밖엔 흥미롭고도 두려웠다.

by 물족제비

수년간 알속에 지낸 나머지 나는 안일했고 나태에 젖어있었다. 그 알이 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으나 깨진 껍데기 너머 세상을 보니 현실은 야생 그 자체였다. 처음 느껴보는 것도 많고 맛있는 거 재밌는 것도 있었지만 무서운 것도 많았다. 무서운 일이 나에게 닥쳐오기 전에 나는 준비를 했어야 했다. 하루하루 나태하게 지낸 대가가 엄청난 폭풍을 이끌고 나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알에서 나오고 싶어서 나온 것도 아니다. 시간에 밀려 커진 내 몸에 알이 견디지 못하고 껍데기가 부서진 거다. 알이 깨져버렸기에 부모님의 보호를 받고 따뜻하게 품어주시던 그 시절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거다.

무서웠다. 내가 딛고 있는 알껍데기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웅크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또래들은 어쩜 그리 용감한지 이미 세상에 부딪치고 열심히 놀고 자신만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갔다. 나는 고독했다. 자진해서 출발선에 서지 못했다. 그러다 위기가 찾아왔다. 모은 돈이 없어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왔다. 알바라도 해서 돈을 모을 생각조차 안 했던 거다. 계속 회피한 결과는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납금 기간이 다가오는데 돈은 없다. 정말 눈앞이 깜깜하고 막막했다. 돈의 무서운 점은 돈이 없을 때 나의 숨을 턱 막히게 옥조이는 공포를 주고, 아무 문제없을 때 그럭저럭 안일하고 사람 둔하게 만드는 점이다. 금욕관리의 필요성을 보고 어른들의 모습이 더 대단해졌다. 지금은 어른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를 미처 깨닫지 못한 내 미련함에 가슴이 답답했다. 이로써 나는 배움 하나를 얻었다. 완벽한 여행길은 없다 지금 짐 싸고 나와야 한다. 어떤 여행이 될지는 온전히 내 선택과 책임으로 이루어졌다. 매일 신중하게 선택하고 무엇을 할지 계획 세워야 한다. 나의 선택이 습관이 되고 나를 형성한다. 시간 젊음을 낭비하지 말자. 내가 내세울 건 젊음밖에 없다. 두려워하지 말자. 지금은 부딪치고 배워야 할 때이다. 시간은 감정이 없다. 하루하루 그냥 흘러갈 뿐이다. 뒤 쫓아오는 시간에 밀려 불행을 맞이할 건지, 시간을 잘 활용해 더 나은 나를 만들 것인지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 첫걸음은 나를 기록하는 데부터 시작하자. 나를 찾아가는 여행길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브런치스토리는

사람들의 수기가 적혀있는 귀중한 자료실이다. 어렸을 때 올려다보던 어른들은 이제 선배라고 칭하자. 나는 이제 막 어른이 되었으니 그분들이 일구어놓은 길을 따라 걸어가자. 그러다 내 길을 찾으면 그 길로 의심하지 말고 당당하게 걸어가자. 세상은 분명 즐겁고 행복한 일이 넘쳐있을 거다. 그런 기대를 품고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