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콘텐츠 산업
개인적인 일로 바쁘기도 했고, 아이들과 주말에 앉아서 코딩을 해 보는 것도 뜸하게 되면서 아빠들의 코딩 모임에 대한 열정도 조금 떨어졌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두 아들이 요즘 가장 빠져 있는 모바일 게임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코딩 교육이 매력을 끌지 못했던 것이 더 컸다.
무엇이 초딩들을 이토록 집중하게 만드는 것인가? 게임에 대한 호불호가 부모들 사이에 있지만 모바일 게임이 TV 광고에 심심치 않게 들어갈 정도로 대세가 된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코딩을 통해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어쩌면 어떻게 그것을 잘 포장하고 광고하며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과 케이블 TV를 같이 보았다. 그리고 게임도 배워보았다.
이 게임은 MS라는 대기업이 만든 것이다. 사각형 블록 형태로 가상의 세계에 캐릭터들이 돌아다니면서 여러 자원들을 얻기도 하고, 집을 짓거나 농장을 운영할 수도 있다.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이...
너무 평범해 보였고 별로 재미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걸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이 있다. 도티, 잠뜰 (최근엔 더 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이들이 이 가상의 공간에서 하는 것은 술래잡기도 하고 미션을 주고 수행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그냥 그곳에서 현실 세계의 어린이들처럼 논다. 재밌게... 그리고 그걸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린다. 조회수가 엄청나고 TV에서 방영할 정도가 되었다. 아래는 도티의 인터뷰 기사이다.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을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10대들의 문화를 소비하는 패턴이 어른들과 어떻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말하는 10대는 TV보다는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콘텐츠를 직접 찾아서 본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학원에 갔다 와서 인터넷이 연결된 TV를 통해 주로 보는 것이 이들이 만든 유튜브 내용이다.
-10대들의 콘텐츠 소비습관은 어떤 점이 다른가
“적극성이 다르다. 10대는 그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알아서 찾아간다. 20대만 해도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긴 해도 직접 채널을 구독하고 팬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20대 이상은 스스로 콘텐츠를 찾는 게 아니라 TV에서 나오는 콘텐츠 중에서 맘에 드는 건 발견하는 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0대를 대상으로 했을 땐 개개인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콘텐츠로 소통을 해야 한다.”
이미 서점가에는 도티, 잠뜰의 캐릭터 상품이 책, 액세서리 등으로 널리 퍼져있었고, 아이들은 이들에게 열정적인 사랑을 주고 있었다.
2010년 핀란드의 슈퍼셀이란 모바일 게임업체가 생겨나고 몇 번 TV 광고를 통해 보았던 '클레시 오브 로얄', '붐비치', '클래시로얄' 등의 게임이 히트를 친다. 손정의로 유명한 일본의 소프트뱅크 회사가 21억 달러로 슈퍼셀을 자회사로 두었고, 2016년엔 중국의 거대 기업인 텐센트가 89억 달러로 자회사를 만든다.
거기서 만든 '클래시로얄'이 지금 우리 아이들의 눈과 귀를 매혹시키는 모바일 게임이다.
직접 해보니 재밌다. 그런데 아레나라는 단계가 올라갈수록 어려워진다. 초딩 4학년인 큰아들이 더 잘한다. 엄마의 눈치를 보며 주말에만 아빠 스마트폰으로만 했는데도... -.-
그리고 TV를 통해 유튜브 방송을 보는 것이 '테드 TV'이다. 테드도 이 게임을 하는 크리에이터고 게임을 하는 자신의 모습과 게임 동영상을 동시에 보여주도록 편집해서 올린다.
얼마 전 어린이날에 만든 영상을 아이들과 같이 보았는데, 핀란드의 한 호텔에서 다른 크리에이터와 함께 간단히 3 게임한 것을 만들어서 올린 것이었다. 슈퍼셀에서 하는 게임대회 참석 등으로 바쁘다며...
아... 이것이 지금 10대들이 즐기는 '놀이'라고 생각하니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리고 새로운 직업군인 유투버, 크리에이터가 매우 흥미로웠다. 실제로 슈퍼셀과 샌드박스는 이런 크리에이터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아이들에게 게임을 만드는 코딩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게임을 어떻게 재밌게 콘텐츠화하고 소비자들인 10대들에게 어필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도 매우 중요해 보였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직접 게임하는 것을 녹화해보고 유튜브에 올리는 작업을 해 보았다. 아직은 게임 설명보다는 '어, 아.. '등의 의성어가 대부분이었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았다. 왜 아빠들이 모여서 미래의 아이들 교육 중 코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을까? 앞으로 더 "4차 산업" 얘기가 매스컴에서 이야기할 것이며, 교육, 산업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살아왔던 시간과는 다른 색깔의 시간을 살아갈 아이들이 부딪칠 그 시간을 아빠들이 미리 걱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 까도 생각해본다. 그래도 고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변화'에 대한 충격이 다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천천히 다양하게, 재미있게 이것저것 해 보려고 한다.
최근에 '엄마들의 독서모임'과 뭔가 같이 해 보자란 얘기도 들었다. 전혀 다른 편에서 아이들의 독서가 앞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고민하는 이들과의 만남이 자못 기대가 된다. 기술을 생각하는 아빠들과 인문학을 생각하는 엄마들이 미래의 아이들의 세계를 같이 고민하는 자리가 조만간 이루어진다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