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다시금주
친구 병문안을 갔다.
한 달 만에 보는 얼굴, 반가웠다.
수술하고 입원하고 실내에서만 있었을 텐데, 얼굴이 까맣게 탔다. 왜 그렇게 탔냐고 물으니 창가 자리라고 했다. 살이 좀 빠진 듯 보였다.
같이 간 친구 세 명과 함께, 넷이서 카페에 옹기 종기 모여 앉았다.
익숙한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일단 서로를 놀리고, 서로를 디스하고, 놀리기에 바빴다.
대화하는 동안 한 달 동안 입원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슬쩍 슬쩍 열심히 훔쳐봤다. 건강은 괜찮은지, 마음은 괜찮은지 확인하느라. 더운 여름 날 운동하다 갑자기 무릎을 다치고 수술하고 입원하고, 그 와중에 재택으로 풀 타임 근무를 하느라 얼마나 힘들고 심심했을까. 그간 고생했던 기색이 언뜻 언뜻 보였다. 샤워도 일주일 전부터나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좋아하는 술도 못 마시고, 좋아하는 운동도 못 하고 얼마나 답답했을까.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마음이 아팠지만 아픈 마음을 티내지 않으려고 시시껄렁한 농담들을 하면서 열심히 웃었다.
넷이 회사가 아닌 자리에서 모여 이야기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너무 재밌고 좋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농담을 하다 보니 그중 한 명이 다른 선약에 갈 시간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동안 또 못 볼 테니 굿바이 인사를 하고 있는데 친구가 “고맙다”고 말했고, 말하는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고마웠다.
무사히 무탈히 잘, 완전히, 완벽하게 회복하기를 빈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
이어폰을 집에 놓고 와서 음악도 못 듣고 창밖을 멍 때리며 보다 왔다.
오늘은… 내가 아끼는 친구들과, 아끼는 친구의 병문안을 갔고
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친구 중 한 명이 출산을 했다.
친구의 아기 사진을 보고 있자니 수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일단은, 내가 정말로 아끼는 친구를 닮은 소중한 아가가 태어나서 무척이나 감사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어려운 고비를 무사히 넘겨 이 땅에 태어난 생명에 대해 축북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인생은 너무나 힘들지만...) 아직 눈 코 입이 잘 보이진 않지만,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나의 소중한 친구를 닮았을 그 모습들이 하나하나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내 친구가 어엿한 엄마가 된다니..! 소중하고, 기특하다.
나의 소중한 친구에게 온 어여쁜 아가를 축하한다.
(여기까지는 다 오늘의 음주를 위한 빌드업이었음을)
아무튼 오늘은.. 금주를 결심한 지 6일 째 되는 날인데.
월요일이었고, 회사 스트레스가 많았고, 찐친이 출산을 했고, 아끼는 친구의 아팠던 모습을 보았고, 집에 오는 길에 외로운 기분이 들었고, 머리로는 운동을 하고 자면 좋겠다는 것을 알지만 내일도 회사에 가야한다는 게 믿을 수가 없어서, 왠지 위로를 받고 싶어서, 집에 아무도 없어서, 충분히 강하지 못해서
맥주 한 잔 했다. 딱 두 캔.
내일부터 다시 금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