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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noey Mar 02. 2022

새해 목표, 진짜로 해내게 만드는 로드맵 그리기

지키기 어려운 목표에서 나를 움직이게 하는 목표로 만들기

이런 분들께 추천해요   

- 새해 목표 세워 놓고 한번도 안 들여다본 분
- 목표는 있는데 달성하려는 노력을 안 하게 되는 분
- mbti J는 어떻게 새해 목표 세우는지 궁금한 P


고등학교 때였나, 학교에서 청사진 그리기 같은 걸 한 적이 있다. 인생 그래프라고 10대부터 80대까지 나의 인생 여정에 어떤 굴곡이 있을지 그려 보는 것이었다. 지금 30대인 나에게 시켜도 어려운 것을 학교 내의 세계밖에 모르던 고등학생에게 시키다니. 염세주의와 현실주의에 절어 있던 당시의 나는 ‘이런 건 왜 시키는 거야?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는 거 시키면서 시간 때우네’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약 10여 년이 흐른 올해, 인생까지는 아니고 1년짜리 청사진을 그렸다. 로드맵이라고도 한다.

로드맵(roadmap): 어떤 일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목표, 기준 등을 담아 만든 종합적인 계획. 본래 자동차용 도로 지도를 의미한다.



새해 목표는 왜 실패하는 걸까?

새해가 되면 다들 새해 목표를 세우곤 한다. 새해 목표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다이어트 하기, 영어공부 하기, 취업/이직하기, 책 읽기.. 하지만 1월에 북적이던 헬스장은 3월쯤 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어딘가 적어 놨던 새해 목표를 연말쯤에 발견하면 내가 이런 걸 목표했었다고? 하며 놀라는 일도 있다. (내 얘기다.)

우리는 혹시 목표를 세운 것만으로 만족하고 넘어가지는 않았을까? 새해 목표를 앞에 두고 이걸 진짜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이 글은 패스하셔도 된다.)


왜 새해 목표는 지키기 어려운 걸까? 나 역시 새해 목표는 올해부터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다짐 정도에 그치지 않았었다. 그러다 작년에는 1년 목표를 꽤 자주 들여다봤는데도 생각보다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1년을 허투루 보낸 것도 아니고 부지런히 살았는데도 말이다.


내 생각에, 보통의 새해 목표들이 지켜지기 힘든 이유는 아래와 같다.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다.

목표만 있고 방법은 없다.

목표를 이루고 싶은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다.

너무 무리한 목표를 세운다.

‘시간 많이 남았으니까' 하며 미루거나, ‘올해는 이제 틀렸어' 하고 포기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노션으로 만든 2022 로드맵

올해는 로드맵 방식을 시도해 보았다. 위 이미지는 내가 노션으로 만들어서 사용 중인 올해의 로드맵이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OKR 실행관리표(OKR은 성과관리 기법 중 하나이다)에서 영감을 얻고 시작한 것인데, 위에서 나열한 단점들을 상쇄할 수 있었다. (로드맵을 만들면 새해 목표를 세웠을때보다 2배는 더 뿌듯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목표와 로드맵의 차이

목표와 로드맵은 약간 다르다. 목표가 깃발 꽂힌 목적지라면, 로드맵은 그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그려보는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고속버스를 탈지 기차를 탈지 비행기를 탈지 알아보아야 한다. KTX를 타고 가기로 했다면, 서울역까지 어떻게 갈지, 서울역에서는 어디로 가서 타면 되는지, 도착해서는 어디를 가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예매는 언제 할지, 몇시 차를 탈지, 기차를 타려면 몇시까지 서울역에 갈지도 정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정하는 것이 로드맵이다.

따라서 로드맵은 구체적일 수밖에 없고, 각각의 길에 마감 기한까지 정해 주므로 행동하기 쉽다. 또, 로드맵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어 포기하지 않게 해준다. 목표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하니 이루고자 하는 마음도 더 커진다. 나의 1년을 가득 채우는 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내 삶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든다.


로드맵의 장점   

유연하게 방향을 조정할 수 있음

실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하게 됨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이 더욱 뚜렷해짐

내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 (자기통제감)



출처: 최고심 (Insta: @gosimperson)





로드맵 그리기

이제 본격적으로 목표달성 로드맵을 그려보자. 준비물은 올해 세운 새해 목표이다. 어쨌든 로드맵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목표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직 없다면, 한두 개라도 지금 써 보고 시작하자. 목표가 적어도 길은 충분히 여러 개가 될 수 있다.



1. Why: 왜 이런 목표를 세웠는가? (숨어있는 목적 찾기)

나의 목표가 ‘~하기’의 형태라면, 먼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 즉 목적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목표로 만들자.

예를 들어 ‘책 읽는 습관 들이기'를 목표로 설정했다면, 내가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본다. 나는 시야의 확장, 깊이있는 사고, 성장 동기부여를 위해 책을 꾸준히 읽고 싶었다. 그러면 나의 목표는 ‘시야 확장, 깊이있는 사고, 꾸준한 성장 동기부여'이다.


✏️ 목표(why): 책 읽는 습관 들이기 → 시야 확장, 깊이있는 사고, 꾸준한 성장 동기부여



2. How: 목표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다시 생각한다. 이때 원래 생각했던 목표가 들어갈 수도 있지만, 방법이 그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엄청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생각나더라도 그것은 어딘가 메모해두고, 우선은 보다 추상적이고 본질적인 언어로 적는다. 어렵다면 아이디어를 일단 나열한 다음 그룹핑해서 이름을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야를 확장하고, 깊이있게 사고하고, 꾸준히 성장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으로 나는 ‘좋은 Input 늘리기'를 생각했다. 책 말고도 다른 Input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생각한 방법이다.


✏️ 목표(why): 시야 확장, 깊이있는 사고, 성장 동기부여 

→ how: 좋은 input 늘리기 



3. What: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뭘 해야 할지 생각해 본다. 여기에서는 좀더 눈에 보이는 액션이 나와야 한다. 아까 써 놓은 1, 2번을 보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나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만한 좋은 input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할만한 건 뭐가 있을까? 나는 책 읽기, 네트워킹하기, 자기계발 영상, 뉴스레터, 아티클 보기 등을 떠올렸다.


✏️ 목표(why): 시야 확장, 깊이있는 사고, 성장 동기부여 

→ how: 좋은 input 늘리기 

→ what: 

    - 액션1: 책 읽기 

    - 액션2: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배울 만한 사람들과 네트워킹하기

    - 액션3: 자기계발 영상, 뉴스레터, 아티클 꾸준히 보기



4. 액션 구체화하기

여러가지 액션이 나왔을 것이다. 이걸 쪼개서 구체화해 본다. 이때 진짜 목표를 생각하면서 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적는다. 달성 여부를 체크할 수 있도록 숫자로 표현된다면 더 좋다. 만약 상당히 도전적인 수치라면, 한번 더 쪼개서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예를 들어 위에서 액션1이었던 ‘책 읽기’로 시야 확장, 깊이있는 사고, 성장 동기부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꾸준히 많이 읽어야 할 것 같다. 나는 독서랑 거리가 먼 사람이었으니 일단 ‘한 달에 1권 이상 읽기'를 써 본다. 깊이 사고하며 읽으려면? ‘한 달에 1권 이상 간단하게라도 독서록 쓰기’를 정했다. 너무 본격적으로 쓰려면 안 할 수도 있으니까 간단하게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시야를 확장하며 읽으려면? ‘독서 모임 시작해보기', ‘종류 다양하게 읽기'가 어떨까 싶다. 독서 모임은 아까 정한 액션2랑도 연결된다. 독서로 동기부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독서로 동기부여 되었다면 그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두 달에 한 번은 책에서 느낀 걸 직접 실천해보기'로 정했다.

그런데 ‘한 달에 1권 이상 읽기'는 작년에도 정했던 목표인데, 결국 지켜지지 않았었다. 이번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작년에는 남는 시간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책으로 손이 가지 않았다. 루틴화된 습관을 만들어야 책에 손이 쉽게 갈 것 같다. 보조 액션으로 ‘매일 자기 전에 15분 독서하기’를 정해 보았다. 이건 당분간 시도해 보다가 먹히지 않으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아야겠다.


✏️ 목표(why): 시야 확장, 깊이있는 사고, 성장 동기부여 

→ how: 좋은 input 늘리기 

→ what: 

    - 액션1: 책 읽기 

        - 인풋 양 늘리기→ 한 달에 1권 이상 읽기

            - 보조 액션: 매일 자기 전에 15분 독서하기  

        - 깊이 사고하며 읽기→ 한 달에 1권은 간단하게라도 독서록 쓰기

        - 시야 확장하며 읽기→ 독서 모임 시작하기, 종류 다양하게 읽기

        - 독서로 동기부여하기→ 두 달에 한번은 책에서 느낀 걸 직접 실천하기

    - 액션2: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배울 만한 사람들과 네트워킹하기

    - 액션3: 자기계발 영상, 뉴스레터, 아티클 꾸준히 보기




5. 로드맵에 배치하기

헐, 한 가지 액션만 적었는데도 할 것이 엄청 많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로드맵은 1년짜리이고 얼마든지 유연하게 조정이 가능하다. 각각의 세부 액션은 꼭 1년동안 내내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방법을 해보다가 너무 힘들면 다른 방법을 새롭게 시도해도 된다. 특정 시기가 바쁘다면 다른 시기에 시작하도록 배치해도 된다. 중요한 건 일단 목표를 위해 걸음을 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한 지도를 준비하는 것이다.


(다시 들고온) 노션 타임라인 기능을 활용한 2022 로드맵


이번 단계에서 할 것은 각각의 세부 액션들을 언제 할지 정하는 것이다. 위의 과정들을 다 따라왔다면 세부 액션들이 엄청나게 생겼을 텐데 이걸 한번에 다 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노션의 타임라인 기능을 이용해서 정리해 두었는데, 어떤 시기에 무엇무엇을 해야 할지가 한눈에 보여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다. 배치하고 보니 하루를 48시간으로 살아야 가능한 플랜이라면, 목표가 너무 과한 것이므로 조정해야 한다. 

만약 노션이 익숙하지 않다면 엑셀이나 구글 캘린더, 종이에 직접 그린 표 등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간트 차트'라고 치면 여러가지 툴이나 방법이 나오는데, 그것을 따라해도 괜찮을 것 같다.


주로 업무 프로젝트 관리에 사용되는 간트 차트


일정은 꼭 일 단위로 짜지는 않아도 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월 단위로 짜고, 습관처럼 꾸준히 해야 하는 것들은 길게 잡았다. 어려운 목표들은 단계별로 세부 액션을 나누어 순차 배치했고, 순서가 중요한 액션들(예를 들어 이직 준비라면, 이력 및 성과 정리→포트폴리오 만들기→채용 지원&면접) 역시 순차적으로 배치했다.

액션들이 세세하다 보니 하반기까지 다 채워넣기는 힘들 수도 있다. 그러면 일단 상반기 정도까지만 채워넣는다. 나머지는 상반기 끝날 때쯤에 다시 채워넣어도 된다. 방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진짜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의: 먼지가 쌓이지 않게 하시오

로드맵을 완성하니 뿌듯함이 밀려올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고 다시 보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과정은 그냥 뿌듯한 기분만을 남길 뿐이다. 주기적으로 로드맵을 들여다보고, 수정할 게 있다면 다듬고, 추가할 게 있다면 해야 한다.


내가 추천하는 건 월간 회고이다. 나는 회고를 좋아해서 매일, 매주, 매월, 매 분기, 매년마다 하는데 나처럼 집착적으로 할 필요는 없고 월마다 한 번씩만 해도 괜찮은 것 같다. ‘회고하는 날'을 정해서 그날은 로드맵에서 어디쯤 왔는지를 들여다보고, 다음 달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체크하자. 나는 매월 마지막 일요일에 로드맵을 보면서 그 달의 목표를 회고하고, 다음 달 목표를 세운다. 

월별 목표도 잊어버리기 쉬우므로 되도록 회고하는 날에 미리 뭔가 조치를 취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자기 전 15분 책읽기' 같은 건 매일 11시에 알림이 오도록 맞춰 둔다던지, ‘건강검진 하기' 같은 건 구체적으로 언제 받을지 생각한 후 캘린더에 ‘이날은 건강검진 예약 꼭 하기!’라고 써둔다던지. 나 같은 경우 욕심은 많은데 기억은 잘 못해서 대신 회고를 자주 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덧붙여, 회고를 하면 인생이 좀더 알차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삶이 무의미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제대로 붙잡는 방법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사실 원래 기본적으로 뭘 잘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걱정은 많고, 에너지와 의욕은 없었다. ‘올해는 책 좀 읽어야 하는데'라고 매번 말하면서도, 딱히 왜 읽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책에 재미를 붙일지 모르겠으니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로드맵은 나같은 사람들에게 명확한 길을 제시한다. 걱정은 차단하고 그냥 행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나랑 비슷한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간단하게라도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


지금 이 글도 로드맵에 적어 둔 것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10년 전부터 내가 찍은 사진과 글로 책을 내는 것이 하나의 꿈이었는데, 생각만 하고 그걸 이루려는 시도는 해보지 않았다. 그 낡은 꿈을 올해 목표에 집어넣었고 그걸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에 하나가 ‘브런치 시작하기’다. 그리고 실제로 행동하기 위해 2월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글 1개 쓰기를 세부 액션으로 잡았고,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것이다.


꿈을 꿈으로만 두지 않기 위해, 같이 로드맵으로 시작해 보자. 올해는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혹시 나중에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도 늦지 않았다. 1년짜리건 한 달짜리건 규모만 조절해서 만들면 된다!)




+) 내용을 보완하여 퍼블리에도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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