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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Oct 09. 2020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이 드라마가 필요해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요즘 들어 '나이 듦'의 의미를 더욱 자주 곱씹어본다. 아직 내 나이를 한탄하고 싶을 때보다는, 부모님의 연세를 실감할 때가 더 자주 있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고민거리들이, 차츰 내 삶의 중요한 문제들로 찾아올 때마다 문득 아득하다. 


나는 언제 이 쓸쓸함과 외로움이 익숙해질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쓸쓸함과 외로움은 원래 이렇게 불현듯 찾아와, 떠나지 않을 손님들처럼 자리 한편을 잡아가는 것일까. 그 감정들과 익숙해질 때쯤엔 나도 나이 듦을 태연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이 찾아오는 이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노련한 작가, 노련한 배우, 노련한 연출이 뭉쳐 아주 매끄럽게 풀어내는 드라마다. 



1.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이 드라마가 필요하다.


이토록 다양하고도, 지리멸렬한 부모 자식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한 드라마가 또 있을까. 세상 근심 없는 사람들처럼 깔깔 거리며 웃다가도, 눈에 불을 켜고 세상 둘도 없는 원수 대하듯 싸워대는 모녀 고두심과 고현정. 서서히 치매에 걸려 자신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는 엄마 김혜자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수도 없이 무너지는 아들 이광수. 세상 둘도 없는 평생지기 친구가 서서히 자신을 잊어갈 때 나문희 그녀의 속은 썩고 또 썩어 문드러졌으리라. 책 한 권은 너끈히 쓰고도 남을 구구절절한 신구, 박원숙, 주현의 사연들. 


이 많고 많은 사연 속에 우리 아빠가, 우리 엄마가 있었다. 


엄마와 딸, 이모 캐릭터들로 극의 90%를 전개시키는 이 드라마는 딸들만을 위한 세레나데는 아니다. 이 드라마는 결코 페미니즘이나 여성주의를 주장하는 드라마가 아니다. 리 부모님의 나이 듦에 대하여, 그리고 또 내가 맞이할 노년에 대하여,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사무치게 파고드는 그 쓸쓸함과 무서움에 대하여.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자비 없는 '죽음'과 '나이 듦'에 대하여 알아야 자들이 어디 딸들에게만 국한되겠는가. 기꺼이 이 드라마를 세상의 모든 딸, 아들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2. 연기에 인생을 바친 장인들의 수려한 퍼포먼스가 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 드라마가 필요하다.


혹시 김혜자는 정말 치매에 걸린 건 아닐까.. 혹시 고두심은 정말 암에 걸린 건 아닐까.. 실로 연기와 실제의 구분을 짓기 힘든 이 드라마의 전개와 흡입력에 감탄한다. 평생을 '업'에 헌신한 사람들이 보여줄 수 있는 수려함과 희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평생을 갈고닦은 기술로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바는 또 얼마나 진중하고 필요한 이야기인가.


세상을 먼저 살아낸 어른들이
우리를 위해, 자식들을 위해 기꺼이 바치는 이야기 


'가는 길을 앞두고 살아온 길을 돌아보니 이렇습디다. 구비구비 살아왔지만 내 가족 곁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함을 느끼는 지금, 모든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훌륭한 어른에게 돈 주고도 얻지 못할 값비싼 배움을 받은듯한 풍요로움을 느낀다.




3.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그리운 사람들은 

이 드라마가 필요하다.


조인성과 펼치는 로맨스가 다소 부담스럽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동시대 배우들 중 이토록 리얼하면서도 강력한 장악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여배우가 또 있을까. 대한민국의 내놓라 하는 대배우들에게 기꺼이 화면과 분량을 양보하는 듯하면서도, 공력 있는 목소리만으로 보는 이의 귀를 이내 훔쳐오는 그녀의 내레이션은 또 어떠한가. [선덕여왕], [대물] 등 당차고 선 굵은 캐릭터부터, [여우야 뭐하니], [봄날] 등 연하남과의 로맨스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배우. 구시렁대며 노년 이모들의 꼬장꼬장한 수발을 다 들면서도, 애틋이 아스러져가는 전 연인과의 사랑을, 머리를 벅벅 긁으며 엄마의 핀잔에 눈을 흘기는 천연덕스러움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 고현정을 나는 기꺼이 애정 한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넷플릭스'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매거진 '이 콘텐츠가 필요한 사람들'은 영화, 드라마, 책, 음악, 숏폼 등 장르를 총망라하여 각 콘텐츠 고유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그 콘텐츠에 필히 취향을 저격당할 '사람들'이 누구일지 예측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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