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소스, 그리스
삶의 바닥이라 느꼈던 순간에
나를 그리스로 이끌었던 건
어쩌면 내 자의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도움이었을지 모른다.
그 밤을 기억한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그리워서
울고, 울고, 또 울고, 더는 온몸에서 털어낼 게 없을 때까지 소리죽여 울부짖었다.
남들이 들을까 작은 숨소리라도 내지 못했다.
내 인생의 모든 힘듦과 고난에
할아버지는 어떠한 연관도 없으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도, 어린 아이처럼, 두 손을 모으고.
할아버지를 찾으며 울었다.
제발 도와달라고, 할아버지,
책상이 전부 젖어들 정도로 울었다.
평지야 단단하기라도 하지,
나의 낭떠러지는 위태로워 당장이라도
조각조각 부서질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지켜보고 계셨던 것일까?
얼마 뒤 불현듯 그리스로 이끄셨다.
그리고 이곳에서 난 꿈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잊고 있었던 꿈을 꺼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여러 이유로
마음 뒷골목 어딘가 접어두었던 꿈을 펴냈다.
할아버지는 날 가득 사랑해주셨다.
어린 나를 학원차에 태우고 어디든 데려가주셨고,
시계탑 앞에서 호탕하게 웃어주셨고,
누구보다 날 자랑스러워하셨고,
그 어떤 순간에도 내 편이 되어 지지해주셨다.
할아버지의 깊은 내리사랑은
지금까지도 이어진 것이다.
사랑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계속해서 남아 날 숨쉬게 하는 것이다.
에게해의 에메랄드 바다는 나의 푸름을 닮아
할아버지의 사랑을 닮아
나의 피어나는 꿈을 닮아
온전한 행복을 찾았을 즈음
그 언젠가의 미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