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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Apr 17. 2021

먹물을 쏘며 반짝이는 곳으로

오징어 라이팅 동무 민정님에게


 드디어 토요일입니다. 오징어 라이팅 클럽의 새로운 도전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글을 쓰기로 약속한 날이지요. 먼저, 여러 날 고민해 보았지만 필명을 정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알립니다. 정말이에요. 우리의 글쓰기 모임 이름이 [오징어 라이팅 클럽]이니까 처음엔 필명을 해산물명으로 지을까 했는데요. 무얼 갖다 붙여도 결과적으로 이상해 보일 것 같았어요. 이를테면 오징어와 비슷한 느낌의 문어나 낙지랄지, 가장 흔하게 먹는 광어나 우럭은 조금 못생긴 느낌이라 싫었고요. 조개는 생김새는 예쁘지만 성적인 뉘앙스가 떠올라 망설여졌습니다. 바닷속에 사는 생물들을 대략 열 개 정도 떠올려봤지만 마땅치 않았어요. 게다가 이런 이름을 내게 붙여버리면 민정님에게 문제가 되겠더라고요. 글에서 나를 부를 때마다 해산물이 먹고 싶어지면 안 되잖아요.


 한 편으로는 서로를 각자의 엄마 이름으로 부르면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나는 미옥, 민정님은 이락. 하지만 엄마의 이름을 걸고 쓰는 글이라니. 왠지 모르게 책임감이 느껴져 이내 고개를 세차게 저었습니다.


 민정님, 우리에게 꼭 필명이 필요할까요? 세상엔 수많은 민정과 소진이 있으니 별 상관없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쓰는 우리의 글이, 과연 우리가 아는 누군가에게 닿을지도 의문이에요. 누구나 열 수 있는 링크 안에 글을 올린다고 해도 대체 누가 우리의 링크를 열어보겠어요? 설사 우리의 글이 누군가에게 읽힌다 해도 서로에게 법적으로나 재산상으로 해를 끼칠 일은 없을테니, 언젠가 닥칠 수도 있는 수치스러움쯤은 감수해보자고 제안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민정님은 이미 필명을 지어놓았을지도 모를 일이네요. 내가 아는 민정님은 그렇게 바지런한 타입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미 필명을 지어놓았다면 나는 민정님을 필명으로 불러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글에 민정님의 실명이 거론된 것은 용서해주세요. 컨트롤 에프로 찾아 고치면 될 일이지만 이미 꽤 많은 '민정'이 쓰였습니다. 


먹물은 아껴써야 할 일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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