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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antino Jun 29. 2023

전북 익산의 황등비빔밥

                        "황딩이 비빈밥"을 아시나요?

     전북 익산의 황등 비빔밥은 전주비빔밥, 진주비빔밥과 함께 전국 3대 비빔밥에 든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따름이다.


     황등은 예로부터 채석장이 유명했던 곳이다.   우리나라 3대 화강석 산지로 꼽히는 곳이다.   여기서 나오는 화강석을 ‘황등석’이라 부른다.   현재도 채석업장이 6곳, 석재가공업장이 70여 곳 남아있다.   전국 화강암 생산량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돈이 몰리니 자연스레 시장이 발달했다.   황등장은 조선시대부터 금강의 나포와 웅포 등지에서 실려온 생선, 젓갈, 소금이 거래되던 꽤 큰 오일장이었다.   우시장도 곁에 있었다.   망건시장도 있었다.   석재가 풍부해서 돈이 도는 동네였다.   황등 시장 인근으로 육회 비빔밥집이 몰려 있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많아 상설시장이 형성됐다.   황등 비빔밥은 익산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황등 비빔밥은 비벼져서 나오는 것이 특색이다.   그래서 비빔밥이 아니라 "비빈밥"이다.   우시장과 석재산업이 활발했던 당시, 바쁜 석공들과 상인들이 후딱 먹고 나가기 수월도록 밥을 아예 비벼서 내놓게 되었단다.   황등 시장은 석재업의 점진적 쇠퇴와 함께 다소 쇠락했다지만, 비빔밥집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웨이팅은 기본이다.  


      황등비빔밥의 레시피는 밥을 고깃국물에 토렴 한 후 나물과 참기름 넣고 비벼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비빈 밥'을 그릇 째 불에 슬쩍 그슬린 후 얹어 내는 육회가 화룡점정이다.   밥그릇은 만지면 안 된다.   방심하면 손가락 덴다.


      진미식당을 비롯해 시장비빔밥, 분도정육점, 한일식당 등이 "황딩이 비빈밥"의 맛집으로 통한다.   다들 입에 착착 감기는 선짓국을 곁들여 낸다.   전주비빔밥의 특징이 양반가의 기품이라면, 황등비빔밥은 생산 현장의 신속한 든든함이다.



진미식당의 황등 비빔밥  :  전북 익산시 황등면



     진미식당은 황등비빔밥의 원조이다.   1931년부터 석공들의 든든한 한 끼를 위해 황등 오일장터에서 육회 비빔밥을 내어 오다가, 점점 진화된 "황딩이 비빈밥"을 선보이게 된 장본인이다.   3대째 이어오고 있는 노포다.  





     황등은 익산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익산역에서 기차로 한 정거장을 가면 황등역이 나온다.   황등역에서 익산역까지 고교 시절 통학했던 임종수 작곡가가 학창 시절을 그리며 지은 노래가 나훈아의 "고향역"(1971년)이다.   코스모스 피어있고 이쁜이 곱분이가 기다리던 고향역은 바로 황등역이었다. 



옛. 황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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