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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섭 Dec 04. 2018

침대형 인간이지만 괜찮아_#1

그래도 별탈없이 산다

돈 버는 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것에 대해 게으른편으다. 먹고는 살아야 되니까, 남의 귀한 돈 받는 일에 게으를 순 없다. (돈 주는 사람들은 귀신같이 눈치채기 마련) 직업 전선에서의 업무처리 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소비하는 나는 침대형 인간이다.


하루에 최소 8시간 이상은 잠을 잔다. 일반 직장인에 비해 꽤 여유롭게 자는 편이다. 바깥출입이 없는 날은 잠옷 그대로 하루를 보내고 (그래서 잠옷 쇼핑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물론 양치를 제외하고 제대로 씻지 않는다. 가볍게 패쓰! (물소비 절약으로 친환경 실천중) 식사도 침대에서 잘 때운다. 침대용 접이식 트레이가 있어 아주 편하다. 침대 옆으로는 책들이 쌓여있다. 대쿠션에 기대 그날의 기분에 어울리는 책을 집어 읽는다. 침대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TV도 본다. 침대를 매트삼아 간단한 요가도 하고, 낮잠도 잔다. (낮잠의 퀄리티를 위해 일본식 대나무 낮잠용 베개도 샀다) 미세먼지 없이 날씨가 좋은 날은 침대 맞은편의 큰 창을 활짝 열고, 구름을 감상하고 간간히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쳐다본다. 그러다 보면 오직 집안에서 하루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


아, 오늘 현관 한번을 안 열었네...


특별히 집이 아늑하고 좋아서가 아니다. 순전히 나는 게으른 거였다.


이런 침대형 라이프를 살다보니, 일반 집에 당연히 있는 것들이 나의 집엔 없는 게 많다. 일단, 전기밥솥이 없다. 밥을 안 하니까. 전자렌지도 없다. 돌리기도 귀찮다. 나는 대부분의 음식을 요리하기 보다 식재료 그자체로 먹어버린다. (건강에도 그런편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살짝 있다고 치자) 그러니 찬장에 소금, 간장 등 기본 조미료도 없다. 역시 난 요리를 안 하기 때문이다.


침대형 인간의 게으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특별히 나이를 세지 않았는데, 얼마전 후배를 만나면서 새삼 알았다. ‘ 언니, 저 낼모레 마흔이에요’ ‘헉!’


이 나이가 되도록 집도 없고, 차도 없고, 남편도 애도 없다. 남들 다 있는 게 왠만하면 없다. 이게 다 게으른 탓이다. 남들 부동산 뻔질나게 알아볼때 작은 원룸도 괜찮다며 안빈낙도의 삶을 실천하고, 남들 결혼하고 애 낳을때 언젠가 때가 되면 하겠지하고 느긋하게 살았다. 세상에 공으로 얻어 지는 거 없다고, 어린 나이부터 부동산 매물에 관심 가지고 소개팅을 100번씩 하는 부지런한 애들이 남보기에 그럴듯한 삶을 살긴한다. 하지만 난 뭐든 서두르거나 나서서 행동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무소유 라이프를 살게 됐다.


중요한 건, 슬쩍슬쩍 위기의식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사실 대체로 괜찮다는 거다. 아무문제 없다. (그저 나를 안타까워하는 부모님의 한탄 소리만 견디면 된다) 남들은 이런 나의 방식을 문제 삼을지는 몰라도 정작 나는 괜찮다. 누구에게 보여주기위해 누구에게 인정받기위해 누구에게 과시하기 위해 사는게 아니므로.


지금의 라이프를 쭉 유지할 수만 있다면 특별히 나쁠 것도 없다. 가진게 많이 없고 게으르지만 느긋하게 사는 것. 나처럼 자신이 만족한다면 침대형인간도 나쁘지 않은 인생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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