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인생의 전부인줄 알았다. 아니다.
2001년 11월 7일 오후 다섯시, 18년 전 나는 이 시간에 울고 있었다. 왜냐하면 수능을 망쳤다. 320점이였던 점수가 230점이 됐다. 말 그대로 시원하게 말아 먹었다. 12년 학교 다닌 것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시험을 망한 나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날 밤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첫 번째는 수능을 망친 김에 인생도 끝낸다는 것이다. 정말 울컥한 마음으로는 그러고 싶었다. 생을 마감하는 뉴스 기사를 보면서 욕했는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난 그럴 용기가 없다. 1번은 패스
두 번째 신에게는 아직 내년이 남아있사옵니다. 재수를 한다. 울면서 할아버지께 재수하겠다고 했다. 고모가 예전에 재수했는데 거기서 거기였다며 재수하는 거나 하지 않는 거 다 똑같다고 했다. 부모님도 아니고 조부모님께 더 이상 민폐를 끼칠 수는 없다. 그래서 재수도 패스
세 번째는 시험 점수에 맞게 갈 수 있는 대학교를 가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원서를 넣었다. 합격이 아닌 후보 31번이었다. 한 달이 지나서야 합격 소식을 겨우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3번 선택했다.
대학교 를 다니던 중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왕 수능망친 김에 내 인생에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한번 찾아볼까?'
문제를 읽어 갔더니 4번이 있었다. 망친김에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가수에 도전했다. 가요제도 나가고, 방송도 나가고, 상도 탔지만 가수는 거기까지 노래를 잘해서 상 받은 것이 아니고 웃겨서 상 받은 것이다. 근데 한 걸음 나가 보니 한 걸음 이상 시야가 보였다.
무대에서 진행하는 진행자가 보였고 나는 MC 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큰 무대의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돌잔치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경험을 쌓고 큰 무대도 올라서 진행도 해봤다. 다시 또한 걸음을 내 딛었더니 그 몇 배 시야가 보였다.
이번에는 강사에 도전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사람들은 내 강의를 재밌고 좋아했다. 나는 그렇게 10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했고 내 천직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3번에서 4번으로 수정했다
그리고 진짜 답을 잘 선택한 것 같다. 당시에 나는 수능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나는 수능을 망친 것이지
내 인생을 망친 것이 아니다.
수능은 인생 전부가 아니라 수능 인생의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지금까지 학교라는 인생 1막 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청춘이라는 진짜 인생의 2막이 시작된다.
수험생들 공부 하신다고 수고 하셨고요. 그리고 앞으로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일 꼭 한번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