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터즈: 거친 녀석들』『헤이트풀8』로 살펴보는 타란티노의 공간
대부분의 신인 작가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공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여기서 대화하다가 저기로 가서 또 대화하고, 그러다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마치 관광 가이드라도 되는 양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이야기를 흩뿌린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다르다. 그는 공간을 아낀다. 아니, 공간을 무기로 사용한다.
영화의 첫 장면. 프랑스 농부 페리에 라파디트의 오두막.
20분간 벌어지는 이 장면은 한 공간에서 시작해서 한 공간에서 끝난다.
한스 란다와 농부의 대화. 그뿐이다.
하지만 그 20분이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어떤 추격 장면보다 긴장감 넘친다. 왜일까?
타란티노는 알고 있었다. 진짜 서스펜스는 공간의 변화가 아니라 정보의 변화에서 나온다는 것을.
우유 한 잔을 권하는 순간.
언어를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바꾸는 순간.
마침내 유대인 가족이 바닥에 숨어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공간은 그대로지만 상황은 180도 바뀐다.
라 루이지안 타번. 지하에 있는 작은 펍.
브리짓 폰 해머스마르크와 바스터즈가 만나는 장면.
여기서도 타란티노는 공간을 바꾸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좁은 지하실에서 모든 일이 벌어진다.
독일 장교들과의 우연한 마주침.
신생아를 축하하는 건배.
손가락 세는 방식의 차이. 그리고 폭발하는 총격전.
30분 넘게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시퀀스는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하다.
무대는 고정되어 있고, 배우들이 그 안에서 춤을 춘다. 죽음의 춤을.
영화의 클라이맥스. 쇼샨나의 극장.
세 개의 서로 다른 계획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
쇼샨나의 복수,
바스터즈의 암살 작전,
브리짓의 이중 계략.
타란티노는 이 복잡한 이야기들을 여러 장소에 흩뿌리지 않는다. 모든 것을 한 극장 안에 집약시킨다.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상징이 된다. 영화가 상영되는 곳에서 영화 같은 복수가 벌어지는 메타적 구조.
타란티노의 이런 성향은 『헤이트풀 8』에서 극에 달한다.
눈보라 속 오두막. 8명의 인물. 3시간 동안 거의 한 공간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
이것은 거의 연극이다. 아니, 연극보다 더 제약적이다.
연극은 적어도 막이 바뀌면 무대 세트를 바꿀 수 있지만, 『헤이트풀 8』은 그마저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제약 때문에 오히려 더 강렬해진다. 인물들은 도망갈 곳이 없다. 관객도 마찬가지다.
모든 긴장감이 그 좁은 공간에 압축된다.
왜 타란티노는 이런 방식을 선호할까?
첫째, 집중도의 극대화다. 공간이 바뀌면 관객의 주의도 분산된다. 하지만 한 공간에 머물면 오직 인물과 대화에만 집중할 수 있다.
둘째, 긴장감의 축적이다. 좁은 공간에서는 갈등이 피할 수 없이 첨예해진다. 도망칠 곳이 없으니까.
셋째, 연극적 순수성이다. 화려한 액션이나 스펙터클 없이도 순수한 드라마의 힘만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것.
장소를 바꾸기 전에 멈춰서 생각하라. / 정말 이 장면이 다른 곳에서 벌어져야 하는가? 같은 공간에서 더 깊이 파고들 수는 없는가?
제약을 창의성의 원동력으로 삼아라 / 공간의 제약이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한다.『그래비티』도 우주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90분을 버텨냈다
대화에 집중하라 / 진짜 드라마는 말과 말 사이에서 일어난다. 액션보다 강한 것은 긴장감 넘치는 대화다
한 공간에서 여러 레이어의 이야기를 쌓아라 / 표면적 대화와 숨겨진 의도.과거의 비밀과 현재의 위기. 개인적 갈등과 사회적 갈등
타란티노의 이런 방식은 영화와 연극의 경계를 흐린다.
『소프라노스』의 데이비드 체이스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다.
토니의 정신과 상담 장면들은 거의 연극에 가깝다.
한 공간, 두 인물, 대화만으로 깊은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브레이킹 배드』의 빈스 길리건도 마찬가지다.
RV 캠핑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월터와 제시의 관계를 깊이 파고들었다.
결국 이것은 공간의 경제학이다.
무분별하게 공간을 낭비하는 것은 스토리의 낭비다.
하나의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것은 게으름이다.
타란티노는 보여준다. 진짜 실력은 제약 속에서 발휘된다고.
한 오두막에서 20분, 한 지하실에서 30분, 한 극장에서 40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걸작을 만들 수 있다.
공간을 바꾸고 싶은 유혹이 들 때마다 기억하라. 타란티노의 오두막을.
그리고 자문하라. 나는 이 공간을 충분히 활용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