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픽션": 대체 주인공이 누구야?

타란티노의 3부작 구조와 각 주인공들의 여정

by 꼬불이

『펄프픽션』은 3개의 독립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마다 명확한 주인공이 있고, 그들만의 장애와 초목표가 존재한다.



프롤로그: 허니버니와 펌킨 (Prologue)


다섯줄 줄거리


LA의 한 작은 레스토랑에서 커플 강도 허니버니(아만다 플러머)와 펌킨(팀 로스)이 아침을 먹고 있다. 펌킨은 은행과 상점 강도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레스토랑 강도를 제안한다. 허니버니는 처음엔 망설이지만 결국 동의한다. 둘은 갑자기 일어나 총을 꺼내들고 레스토랑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바닥에 엎드리라고 소리친다. "모두 손 올려! 이건 강도야!"



1장: "빈센트 베가와 마셀러스 월레스의 아내" (Vincent Vega and Marsellus Wallace's Wife)


다섯줄 줄거리


킬러 빈센트 베가(존 트라볼타)는 파트너 줄스 위니필드(사무엘 L. 잭슨)와 함께 보스 마셀러스 월레스의 가방을 되찾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들은 배신한 부하들이 있는 아파트에 가서 가방을 회수하고 그들을 처형한다. 하지만 처형 과정에서 총알이 그들을 비켜가는 '기적'이 일어난다. 빈센트는 마셀러스의 부탁으로 그의 아내 미아(우마 서먼)와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미아는 헤로인을 코카인으로 착각해 흡입하고 과다복용으로 쓰러지지만, 빈센트가 아드레날린 주사로 그녀를 살려낸다.



2장: "골드 워치" (The Gold Watch)


다섯줄 줄거리


복서 부치 쿨리지(브루스 윌리스)는 마셀러스 월레스로부터 돈을 받고 시합에서 져주기로 약속했지만, 대신 상대를 때려눕히고 승리한다. 부치는 연인 파비엔느와 함께 도시를 떠나려 하지만, 파비엔느가 아버지의 금시계를 빼먹고 와서 부치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파트로 되돌아간다. 아파트에서 부치는 화장실에 있던 빈센트를 기습해 죽인다. 길에서 마셀러스와 마주친 부치는 쫓기다가 전당포에 숨지만, 전당포 주인과 그의 친구인 변태 제드에게 붙잡힌다. 부치는 탈출 후 마셀러스를 구해주고, 둘은 화해한다.



3장: "보너스 상황" (The Bonnie Situation)


다섯줄 줄거리


시간이 1장으로 되돌아가서, 빈센트와 줄스가 아파트에서 임무를 마친 후 차 안에서 인질 마빈과 함께 이동한다. 빈센트가 실수로 마빈을 총으로 쏴 죽이는 바람에 차 안이 피범벅이 된다. 그들은 친구 지미의 집으로 가서 도움을 요청하지만, 지미의 아내 보니가 곧 집에 올 예정이라 시간이 없다. 마셀러스가 보낸 청소부 울프가 나타나 상황을 정리해준다. 줄스와 빈센트는 옷을 갈아입고 아침 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에 간다.



에필로그: "레스토랑에서" (The Diner)


다섯줄 줄거리


아침 식사를 마친 줄스와 빈센트가 레스토랑에서 기적에 대해 토론하고 있을 때, 허니버니와 펌킨이 강도를 시작한다. 줄스는 차분하게 대응하며 펌킨에게 총을 겨누지만 쏘지 않는다. 대신 그에게 에제키엘서 25장 17절을 들려주며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줄스는 강도들에게 1,500달러를 주고 평화롭게 보내준다. 빈센트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줄스는 킬러 생활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줄스가 주인공인 이유?


『펄프픽션』은 얼핏 보면 군상극 같다. 여러 캐릭터가 각자의 이야기를 펼치고, 시간도 뒤죽박죽이다.

하지만 제1원칙 '주인공은 하나다' 에 따라 분석하면 명확한 단일 주인공이 있다.

바로 줄스 위니필드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유일한 캐릭터


다른 주인공들을 보자.


빈센트: 1장과 3장에만 등장. 2장에서는 죽은 상태.

부치: 2장에서만 중심 인물. 다른 장에서는 언급만.

펌킨과 허니버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만 등장.


반면 줄스는 어떤가? 1장에서 등장해 3장을 거쳐 에필로그까지 살아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존재감을 유지한다.

더 중요한 것은 줄스만이 영화 전체의 시간적 흐름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다른 캐릭터들은 각자의 시간대에 갇혀 있지만, 줄스는 모든 시간대를 관통한다.



가장 극적인 내적 변화


『그래비티』의 라이언 스톤처럼, 줄스는 영화에서 가장 큰 내적 변화를 겪는다.


1장 초반의 줄스:


에제키엘서 25장 17절을 암송하며 사람을 죽이는 냉혹한 킬러

성경 구절을 위협의 도구로 사용

폭력을 신성한 의무로 여김


에필로그의 줄스:


같은 성경 구절을 자비와 구원의 메시지로 해석

폭력의 순환을 끊고 강도들을 살려보냄

"길을 걷는 자"가 되기로 결심


이보다 더 극적인 180도 변화가 있을까? 『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 화이트가 선에서 악으로 추락했다면,

줄스는 악에서 선으로 상승한다.



기적이라는 결정적 전환점


줄스의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명확한 계기가 있다.

아파트에서 총알이 그들을 비켜간 순간. 줄스는 이를 "신의 개입"이라고 해석한다.

빈센트는 "우연"이라고 말하지만, 줄스는 다르게 본다.


"이건 기적이야, 빈센트. 그리고 기적은 일어난다."


이 순간부터 줄스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마치 『컨택트』의 루이즈 뱅크스가 외계인과의 만남을 통해 시간과 언어의 본질을 깨닫듯이, 줄스는 폭력과 구원의 의미를 재발견한다.



에제키엘서 구절의 의미 변화


줄스의 변화는 그가 반복하는 성경 구절의 해석 변화를 통해 완벽하게 드러난다.


초기 해석 (1장): "나는 나의 분노로 너희에게 크나큰 복수를 하리라." → 복수의 천사, 죽음의 전령

최종 해석 (에필로그): "나는 나의 형제들을 지키는 자요." → 보호자, 목자


같은 말씀, 완전히 다른 의미. 이것이 바로 진정한 캐릭터 아크다.






왜 습작생들은 이런 구조를 시도하면 안 되는가?


기본기 없는 실험은 자위행위다


타란티노가 비선형 구조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선형 서사의 달인이었기 때문이다.


『저수지의 개들』을 보라. 완벽한 선형 구조의 걸작이다. 타란티노는 기본기를 완전히 마스터한 후에야 룰을 깨뜨렸다. 이는 피카소와 같은 논리다. 그가 입체파 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사실주의 그림을 완벽하게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펄프픽션』의 시간 뒤섞기는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은 몰입을 만든다. 왜? 각 장면이 독립적으로도 완벽하기 때문이다. 빈센트와 줄스의 대화 장면은 시간순을 몰라도 재미있다. 부치의 금시계 에피소드는 독립적으로도 완결성을 갖는다. 미아와 빈센트의 데이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단편영화다.



초보 작가의 함정: "기본이 지루해서 혁신을 하겠다"는 착각과 복잡한 구조로 "똑똑해 보이려는" 욕구. 하지만 기본 없는 혁신은 혼란일 뿐이고, 결과는 관객의 이탈이다.



각 파트가 완벽해야 전체가 산다


『펄프픽션』의 각 챕터는 그 자체로 완전한 이야기다. 명확한 주인공, 분명한 갈등, 만족스러운 해결. 이는 마치 『브레이킹 배드』의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도 훌륭한 것과 같다.


동시에 모든 이야기가 '구원과 선택'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수렴된다. 줄스의 기적 체험, 부치의 명예 회복, 빈센트의 책임감 각성. 이는 고도의 설계 능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선형 구조에서도 캐릭터 아크 만들기는 어렵다. 비선형에서는 몇 배로 어려워진다.


줄스의 변화를 보자. 1장에서 냉혹한 킬러로 등장, 3장에서 기적을 체험하며 회의 시작, 에필로그에서 완전한 변화 완성. 이 변화가 설득력을 갖으려면 각 단계가 정교하게 계산되어야 한다.


초보 작가의 착각: "전체 구조만 독창적이면 된다"는 생각과 형식에만 집중하다가 내용의 통일성을 놓치는 실수. 하지만 부분이 약하면 전체도 무너진다.



정보 공개 타이밍과 장르 혼합의 고난도 기술


『펄프픽션』은 언제 무엇을 보여줄지 완벽하게 계산되어 있다. 마셀러스의 가방 내용물을 끝까지 숨겨 미스터리를 유지하고, 빈센트의 죽음을 먼저 보여준 후 그의 과거를 조명해 아이러니를 극대화하며, 줄스의 깨달음을 마지막에 배치해 감동의 클라이맥스를 만든다. 이런 타이밍 감각은 수많은 실패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영화는 여러 장르를 자연스럽게 혼합한다. 갱스터 느와르, 복싱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철학적 드라마. 각 장르의 문법을 완벽히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다.


타란티노의 대화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도 자연스럽다. "로열 위드 치즈" 대화를 보라. 완전히 일상적이지만 캐릭터를 완벽하게 드러낸다. 이런 대화를 쓰려면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이해, 일상 언어에 대한 예리한 관찰, 서브텍스트를 숨기는 기술이 필요하다.


초보 작가의 현실: 선형 구조에서도 캐릭터 변화 그리기가 벅찬데 비선형은 무모한 도전이고, 언제 무엇을 공개할지 판단하는 경험이 부족하며, 장르 하나도 제대로 못 다루면서 여러 장르를 섞으려는 욕심과 설명적 대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복잡한 구조까지 시도하면 재앙이다.



실패 사례와 성공 조건


비선형 구조에 도전한 수많은 작품들이 실패했다. 관객이 이해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구조, 형식에만 치중하고 내용이 빈약한 작품, 각 파트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 테마 없는 기교만의 과시.


반면 『메멘토』, 『이터널 선샤인』등 성공작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비선형 구조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있고, 각 파트가 독립적으로도 훌륭하며, 강력하고 통일된 테마가 있고, 완벽한 기본기 위에 세워진 실험이라는 것이다.


초보 작가가 먼저 마스터해야 할 것들:


3막 구조(기본 중의 기본. 이것도 못하면서 실험하지 마라)

캐릭터 아크(선형 구조에서 완벽한 변화 그리기를 마스터하라)

자연스러운 대화(설명이 아닌 캐릭터가 사는 대화를 써라)

장르의 이해(하나의 장르라도 완벽하게 구사하라)

테마의 관통(모든 장면이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게 하라)


『록키』를 보라. 가장 단순한 구조지만 완벽한 감동을 준다.

『그래비티』를 보라. 90분 내내 한 명의 주인공만 따라가지만 숨막히는 긴장감을 만든다.



결론


『펄프픽션』의 진짜 주인공은 줄스 위니필드다.


그만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완전한 여정을 가지고 있으며, 180도 캐릭터 변화를 이룬다.

다른 캐릭터들은 각자의 챕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줄스의 깨달음을 부각시키는 대조군 역할을 한다.


타란티노는 세 개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폭력의 순환을 끊을 수 있는가?"


줄스만이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그리고 그 답이 『펄프픽션』의 진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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