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안정을 위하여
우주와 바다를 잇는 작가 이목입니다.
은하수와 파도를 이용해 경계를 부수고 이으며 그저 흘러갈 수 있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는 크게 안정 - 혼돈 - 잠식 - 탈출 -안정으로 순환되는 구조입니다. 안정이 깨지기란 너무 쉽고 돌아오는 길은 험하고 멀기만 합니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풀어나가 보려 합니다.
그림을 시작했을 무렵의 저는 굉장히 날카롭고 금이 간 그림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보는 이들도 똑같이 아픔을 느끼길 바랐고 이해와 공감을 바라진 않았습니다. 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항상 같은 자리를 맴돌다 문득, 똑같은 상처를 준다 한들 타인은 내가 될 수 없고 그저 다른 상처만 만들어 낼 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모든 경계와 금을 번지듯 지우며 현재의 그림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메인 오브제는 우주와 바다입니다. 심해는 우주의 모습과 흡사했고, 긴 백사장에선 은하수가 보였습니다. 파도에 의해 바위가 부서집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작고 반짝이는 모래가 되어 밀려 나오겠지요 속에 가라앉아있는 괴로운 일들도 그렇게 부서지면 내가 지나 온 길들도 반짝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담게 되었습니다. 파도에 밀려 나오지 못해 가라앉은 마음들은 우주의 성운처럼 부서진 것들이 모여 새로운 별로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같은 아픔으로 되돌아가게 됐을 때, 더 이상 어두운 길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우주와 바다는 그렇게 공존하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을 안정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흘러넘쳐 혼돈이 오고 그대로 가라앉아 잠식되어도 우린 결국 탈출하여 반짝이는 길을 따라 안정에 도달할 겁니다.
난 그렇게 자리를 지키며 당신의 안정을 바랄 겁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고 치유의 이야기도 아닌 그저 흘러가는 삶의 형태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게 흐름이 시작되었습니다.
닮은 형태의 길을 가는 분들은 '나도 그랬지'라는 짧은 공감과 함께 다시 각자의 길을 나아가길 바랍니다.
혹여나 이 길을 전혀 모르는 분들께는 부디 이해하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나는 당신의 안정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