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후기

by 화가 이목

한 여정이 마무리되고 이제야 주변이 보입니다.

시작을 위해 한 템포 쉬어가려 합니다.

시작한 후에도 같은 여정을 거칠 수 있을 거고 새로운 일과도 마주칠 테지요. 전보다 더 힘들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삶에 감사하며 원망은 접어두고 나아가야 할 테죠.


우린 삶에서 나만 분리해 낼 수 없고 멈출 수가 없어 나아가야 하는 상황의 연속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삶이 생을, 생이 삶을 괴롭혀도 말입니다. 진절머리 나고 속 시끄러운 이야기들 속에 같이 울어주고 들어주고 말하는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앞으로도 요.


누군가 말문을 트면 '나도 그랬지', '네가 힘들게 뭐 있다고' '네가 겪은 거 그거 아무것도 아냐. 나 있지' 하며 모든 '나'의 얘기들로 가득 찹니다. 동안 어주는 사람 없었으니 듣는 법을 모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내 이야기로 가득 차 여유가 없는데 어떻게 들을 수 있나요. 원망에서 태어난 그림은 그렇게 시끄럽고 가득 찼다 비워내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비워 여러분을 투영하세요. 모든 '나'의 의미는 저와 비슷한 이야기도 되지만 그림을 보는 모든 '나'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같이 흘러가고 부서지고 또 반짝이게요. 듣지도 않을 사람 붙잡느니 그림을 붙잡고 쏟아내고 토로하는 게 마음이 편하더군요. 조용하고 항상 옆에 있고 또 수채화니 함께 울기도 좋지요.

그렇게 시작한 여정 하나가 마무리되고 저는 시작점에 와 있습니다. 자주 보던 발자국 없이 새로 밟을 땅에 홀로 서있습니다. 이 앞이 절벽은 아닐 테니 제가 지나가고 나면 길을 헤매던 누군가 발견해 길이 있긴 했구나! 외쳤으면 좋겠습니다.

발자국을 겹쳐 조용한 인사를 나누고 각자 나아갈 곳을 향해 뒤돌아보지 말고 나아가기를.


저는 당신의 안정을 바랍니다. 다시 보는 그날까지 건강하길 바라요!







P.S. 잠시 쉬는 동안 북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너무 늦게 발견해 옮길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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