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안정

이젠 시작해야만 해

by 화가 이목

잔잔한 파도가 멎고 시작점에 서 있단 걸 서서히 깨달았습니다.

이제야 시작이라니 도망치고 싶은 것 같기도 합니다.

내 뒤에는 길이 있지만 이 앞으론 또 다른 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나아가 새로운 혼돈을 맞이할 수도, 뒤돌아가 알고 있던 혼돈으로 들어갈 수도 있죠.


어쩌면 그날의 내가 꿈꾸던 대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요.


이런 걱정을 해도 달라지는 건 없고 시간도 없어요. 일단 시작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후에 일어날 일들은 그때 가서 해결해야 해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우선 베이스 작업을 하는 것처럼요. 그동안의 경험으로 그냥 나아가야 하는 때가 있더군요. 그럴 땐 늘 하던 대로 가장 밑에서 받쳐줄 색을 물들여줍니다. 아무도 몰라주겠지만 없으면 안 되는 존재지요.


그리다 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고 이미지가 보여 다음 작업은 더 쉬워집니다.

이젠 손에게 맡겨 볼까요?


얼레벌레.

짜임새가 없어도 이미 시작한 이상 끝까지 맞춰 나가야 하죠.

아무것도 없는데 어쩌지

그렇만 일단 합니다.

그러다 보면 늘 하던, 늘 해서 존재감이 없던 일이 도움 될 때가 생겨요.

무의미한 일은 없으니까요.

항상 아래를 받치고 있어 위를 지워내는 일이 생겨도, 여기서 다시 시작하면 돼요.


그러면 이다음은 알아서 진행되겠지요.

늘 그럴 순 없겠지만 때론 필요한 일인 것처럼요.

어쩌면 나도 그럴 수 있었을 텐데

의미 없는 꿈을 꾸며 서 있지만 각만으로 현실이 바뀔 리 없으니 그냥 시작해야만 해요.

그러며 점차 익숙해질 겁니다. 그 시간이 무의미해져 사라지면 안 되니까요.

불안정한 안정이 온전한 안정이 될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기를.

당신의 안정을 바랍니다.




- 기나긴 여정 끝에 한 걸음 나아갈 일이 생겼습니다. 언젠가 어린 날의 제가 훗날의 저를 위해 남겨둔 초상이 흐름이 되었고, 길이 되어 밝혀주었어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그렇게 나아가 보려 합니다.

지나온 저를 위해, 그림이 공감되었을 모든 '나'를 위해서요.

하지만 여전히 이 이야기를 이해하지 않길 바라요.

당신으로, 타인으로 남아 제가 늘 안정을 바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 후기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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