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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자의 수레바퀴 Sep 05. 2023

어서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 그렇다고 굳이 딱히 하고 싶지도 않은 인사다.

내가 편의점에 들르면 점주 혹은 업무지원을 나온 본사 직원이 아닌 알바들은 인사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손님이 오든말든 앉아서 에어팟을 끼고, 지 할 일을 하다가 계산대에 물건을 내려놓으면 그제서야 바코드만 찍고 끝이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자기는 시간만 떼우면 되는 곳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야한다는 생각 뿐이다.

인사를 한다고 돈을 더주진 않으니까 말이다.


내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나도 초반에는 손님이 오든말든 그냥 바코드만 찍어줄 뿐이었다.

게다가 봉투에 담아달라는 요청에 난 당당히 셀프라고 했을 뿐이다.

나도 어떤 편의점을 가도 봉투에 담아주는 곳은 없었고, 마트를 가도 각자 담지 누가 담아주진 않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냥 어느 순간부터 어차피 인사하는 것이 어렵지도 않은데, 손님이 오면 최소한 일어나서 그냥 저 두마디는 해보기로 했다.

뭐 대단한 동기부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신기한 일은 이때부터 일어났다.

내가 어서오세요를 하는 순간 어지간한 엥간한 손님들도 안녕하세요 하며 내게 인사를 해주었고,

서로 그냥 아주 스쳐지나가는 순간이지만 얼굴 찡그리는 일은 없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사실 이런 형식적인 인사가 기분 나쁘지 않은 곳은 스벅이다.

그들이 정말 손님이 반가워서 인사를 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매뉴얼에 응대지침에 그렇게 나와있을 뿐이다.

그래도 어찌되었건 짜증내는 일은 거의 없다.

되려 나도 내 기분이 어떻든 반갑게 맞이해주는 직원에게 짜증을 낼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나도 그렇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고, 인사하는 나한테 시비를 거는 손님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전히 다른 편의점에 들르면 손님이 오든 말든 에어팟을 귀에 쑤셔넣고 유튜브나 보는 알바들을 본다.

그들을 뭐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그들이 어떤 마음인지도 알고 싶지는 않다.


그냥 인사를 해서 내 기분이 더 좋아질 뿐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는 말처럼, 친절하게 응대하는데 거기다 대놓고 시비거는 정신나간 인간은 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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