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작자의 수레바퀴 Jun 09. 2022

키보드의 진심

심경의 변화

남들에겐 너무 화창하고 맑고 밝았던 5월이었는데,

내게는 그저 잔인하고, 잔혹한 5월이었다.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면 보통 겉모습을 바꾼다고들 한다.

긴 머리를 자르거나, 파마를 하거나, 수염도 자를 수 있을 것이고,

난 키보드를 바꿨다.


아이패드에서 잘 쓰던 로지텍 슬림 폴리오 프로는 여전히 내가 글을 쓰는데 위력적이었다. 이따금 블루투스 페어링이 버벅대기는 했어도 그 정도는 감수해도 될 것만 같았다.

매직 키보드를 찾아보았다. 여전히 40만 원에 가까운 가격에 형성되어서 살 테면 사봐라 하면서 주야장천 버티고 있었다.

매직 키보드의 가장 큰 단점은 애플 펜슬을 쓰는 데 불편함이다. 따로 커버를 들고 다니지 않는 이상은 매직 키보드에서 구현하기엔 너무 불편하기 그지없다.


로지텍 콤보 터치를 찾아본다. 출시는 이미 작년에 되었고, 사실 패브릭 느낌의 소재나 여타 딱히 25만 원을 태우면서 바꿀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유튜브와 블로그의 리뷰를 끝도 없이 살펴보았다. 마침 샌드 컬러라는 기존 컬러 대비 좀 밝은 계열도 나온 것 같아서, 좀 많이 고민하다가 할인은 1도 받지 못하고 그냥 구매했다. 쿠팡은 별로 쓰고 싶지 않아서 g마켓으로 구매했는데, 배송이 무려 이틀이나 걸린다. 급할 것은 없는데, 너무 쿠팡 배송에 익숙해져서 뭔가 되게 더딘 배송을 지울 수가 없다.


택배가 오후 5시 가까이나 돼서 도착했다. 그래도 깔끔하게 로지텍 택배박스에, 훌륭하게 포장이 돼서 왔다.

잽싸게 뜯어서 아이패드에 결합을 해보는데, 가장 좋은 점은 키보드를 더 이상 블루투스로 연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 커넥터를 이용하니까 아무래도 블루투스 연결을 할 필요도 없고, 레이턴시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만족스럽다.


거기다 키보드랑 아이패드가 아주 쉽게 분리가 되는 관계로 애플 펜슬로 끄적이기에도 아주 편리하다.

키감도 기존 것보다는 더 쫀득하고 찰진 느낌이다.


그렇다고 25만 원을 태우는 것이 합리화되지는 않는다.

변화는 주고 싶은데, 난 긴 머리도 아니고, 파마를 할 수도 없고, 염색도 딱히 내키지는 않으니, 내가 가장 잘 쓰는 도구나 교체해 본 것이다.


그렇게 새 키보드를 들고 오늘 일찍 스벅을 갔어야 했는데, wwdc를 괜히 새벽 두 시부터 열심히 보느라 너무 졸려서 그냥 제쳤다.

다행히도 오늘은 날씨가 선선한 편이라 바깥을 나가지 않아도 카페를 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심경의 변화는 소비를 부축이지만, 언제까지 미친놈처럼 술만 퍼마실 수는 없지 않은가...


다음날 키보드의 상태가 별로임을 발견하고 교환하고자, 에스 라이즈에 전화했더니 카톡으로 사진을 올리랜다. 점심시간에 맞물려서 확인도 안 하길래, 그냥 택배 수거 반품 프로세스가 지겨워서 그냥 용산 어딘가에 회사로 찾아갔다. 다단계처럼 앉아서 뭘 하는지는 몰라도 교환하러 왔다니까 복도에서 서 있으랜다. 알바스러운 젊은이가,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더니 결국 교환은 해줬는데, 원래는 교품 판정을 받아야 한단다. 개소리는 집어치우라고 하고 싶지만 교품을 했으니, 다시 상태를 확인해본다.


혹시 몰라서 용산전자랜드 스벅에 굳이 들어가서 아이패드에 결합해서 써보는데 괜찮다. 이젠 또 교품의 수고도 하고 싶지 않다. 인터넷으로 샀다고 싸게 산 것도 아닌데, 하자가 생기니까 아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싸게 샀으면 좀 감당이라도 하지.


매거진의 이전글 건조해진 내 일상에, 지언이는 미스트였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