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주는 거들뿐
순대국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아니 쇠주를 부른다.
순댓국인 것도 알고, 순대국밥인 것도 알지만 순대국으로 쓰고 싶다.
순대국의 가장 오래된 명확한 기억은 대한민국 입시의 실패자로 거듭나던 삼수 시절 모교인 경복고에 원서 접수를 하고, 근처 광화문 화목 순대국을 들려서 나와 함께 또 다른 실패자 전우 둘과 특으로 주문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미 그때도 맛집이었던 그곳은 여전히 맛집이고 성황리에 장사 중이다.
어느덧 입시의 실패자에서 완전 아저씨로 거듭나던 삼십 대 중 후반부터는 본격적으로 혼술 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자주 찾게 되었다. 물론 이미 대낮임에도 세상에 찌든 대부분의 아저씨들이 막걸리나 참이슬 (빨간 거)에 순대국을 먹으면서 세상의 울분을 토해내는 중이었다. 나도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서 순대국과 처음처럼을 시켜서 공깃밥은 절대 말지 않고 늘어나는 소주병과 취해가는 내 얼굴을 마주했던 기억이 난다.
순대국은 그냥 맛있다. 어지간해선 다 맛있다. 물론 그 맛에도 진심인 곳이 더러 있다. 이미 아재 군단이 점령을 한 상황이지만...
난 순대국집에서 여학생, 아가씨, 아줌마, 할머니를 본 적이 없다. 그냥 싹 모조리 몽땅 곧 아저씨가 될, 이미 아저씨인, 이제는 할아버지인 그들의 맛집이고 술집일 뿐이었다.
순대국에 굳이 계절이 있다면 아마도 요즘 같은 추위가 밀려오는 겨울일 것이다.
따끈한 국물에 쇠주 한 잔 입으로 넘기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얻은 것 같으니까.
글을 쓰다 보니 순대국이 간절한 오늘, 문득 순대국을 좋아라 하던 부다페스트의 그녀가 잠시 머릿속을 지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