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피 이야기
커피를 잘 모른다.
그냥 스벅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란데만 주야장천 마신다. 투썸, 폴바, 커피빈도 좋아한다.
물론 컴포즈, 메가, 매머드, 빽다방도 간다. 맛은 없다.
그냥 비싼 게 맛있는 것 같다. 원두를 태운 거를, 신맛을, 쓴맛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스벅을 안 가면 그냥 집에서 카누라도 마신다. 카누 미니 4개를 뜯어서 스탠리 473 텀블러에 넣어서 얼음을 넣으면 대충 내 입맛에 맞는다. 모처럼 어제는 스벅을 갔다. 700원을 아껴보겠다고, 기프티스타라는 기프티콘 거래 사이트에서 남들이 받았건 어디서 얻었건 올린 기프티콘을 구매했다.
여러 번 써봤는데 큰 문제는 없어서 종종 이용했고, 불과 일주일 전에도 잘 썼으니 말이다.
유효하지 않은 쿠폰이랜다. 보통 기프티콘을 이용하면 어디서 썼는지 이력이 전산에 뜨는데, 저건 처음 보는 화면이다. 일단 환불을 요청했더니 이른 시간임에도 바로 환불이 진행되었다. 다시 구매를 했다. 또 유효하지 않은 쿠폰이랜다. 순간 빵이 치기 시작했다. 700원을 아끼겠다고, 7000원짜리 두통약을 먹어야 할 판이니까 말이다. 700원에 내가 스벅 카운터에서 몇 번을 결제실패를 하고 나니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다시 환불을 요청했다. 기프티스타에... 이번에는 환불이 바로 되지 않는다.
그냥 ssgpay로 제 값을 다 주고 결제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싸게 저렴하게 알뜰하게 쓰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생기면 사람이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7천 원 7만 원도 아닌 7백 원에 내가 이래야 하는 상황이 말이다.
그렇게 스벅에서 잡친 기분으로 앉아있는데, 아까 나를 응대했던 직원이 살며시 다가와 물어본다. 환불은 잘하셨는지 정중하게 공손하게 물어본다. 그래서 나도 이차저차 이랬다고 얘기를 해줬더니 진심 어리게 다행이라며 본인 일처럼 공감해 준다. 진심인지 가식인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뭔가 내 모습이 구려 보였는지 안쓰러웠는지 그냥 다가와준 마음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2. 염색
아마 지금 추세면 흰머리가 검은 머리를 덮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초반에는 우측 앞머리 쪽에 몇 가닥만 흰머리가 있었다. 그냥 뽑거나 자르면 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스트레스 때문인지 노화 때문인지 점점 번지더니 앞머리 쪽이 점점 심해지고 옆머리까지 번져갔다. 염색을 안 하면 그냥 늙어 보이고, 지저분해 보이는 아주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더욱이나 염색도 거의 무조건 어두운 그냥 검은색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염색도 지속적으로 정기적으로 해주지 않으면 흰머리는 금세 자라서 추해지는 상황이었다.
매 번 미용실을 갈 수도 없다. 고작 흰색을 검정으로 탈바꿈하는데 말이다. 어차피 남자머리는 바리깡으로 대충 어디서든 잘라도 평균은 가니까 그냥 아무 데서나 자른 뒤에 그냥 싼대서 자르고, 집에서 셀프염색을 했다.
그렇게 미용실에서 미장원에서 언제 염색을 했나 기억도 안 날 정도였다.
그리고 모처럼 미용실을 예약했다. 심경의 변화는 따로 없었다. 그냥 서비스를 받고 싶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알아서 다 해준다. 돈만 내면 말이다.
물가 상승이 미용실도 피해 갈 수는 없어서 그래도 이래저래 할인을 받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비싼 금액이지만 그냥 하기로 했다. 헤어디자이너 쌤과 상담을 해보는데, 이미 염색기가 있고 흰머리도 있어서 염색을 굳이 권하지는 않고, 굳이 하더라도 검정색으로 검정색 계열로 해야 한다고 했다. 난 이미 시골에서 서울로 온 상황인데 말이다. 그래서 여러 번의 상담 끝에 흰머리를 커버하면서 최대한 밝은 색으로 해달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역시 돈을 쓰면 되나 보다.
기분 좋게 결제도 했고, 날씨는 그지 같았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염색의 시간을 만끽했다.
3. 카드값
벌써 이사 온 지 6개월이 다되어간다.
이사 와서 좋은 것은 17가지가 있는데 그중 만족스러운 것 중 하나는 집 앞에 대형마트가 1분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그냥 이마트가 코 앞에 있다. 이마트가 무조건 싼 것도 아니고 얼마나 자주 가려나 싶었는데, 아주 이마트는 방앗간이고 나는 참새였다.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든다.
자주 방문하면 필요 없는 것도 그냥 필요할 것이라고 합리화를 하며 사게 된다.
그중 단연코 으뜸은 맥주였다.
가장 싸고 가장 저렴한 큐팩 그러니까 1리터 페트병 국산 맥주 테라를 사 먹어댔는데, 이제는 테라 캔 473미리가 더 싸다. 그래서 미친 듯이 사 먹었다.
그렇게 맥주를 필두로 이번 달 이마트에서만 쓴 카드값을 보니까 30만 원이 넘는다.
물론 생필품 물, 라면도 있지만 말이다.
그럼 이마트에서만 카드를 썼을까?
애플페이가 되고 나서 그걸 써보겠다고 애플워치를 샀고, 자전거도 샀고, 헤드폰도 샀고, 그냥 막 샀다.
그러니 카드값은 뭐 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