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마신다는 것

나는 와인 테이스팅을 할 때마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와인이든 와 인을 만든 사람의 정성과 노력이 담겨있고 그 만의 철학과 소신이 바탕이 된 와인을 그 수고를 뒤로한 채 한낱 내가 뭐라고 감히‘좋 다’,‘나쁘다’를 쉽게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가 와인을 마시는 소 비자이기에 판단을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여기면서도 만든이 의 온전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평가를 내리는 것에 대해 늘 미안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 

그런 마음이 슬며시 올라와도 그런 걸 떠나서 와인을 마시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또 맛있는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복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와인이 친숙해졌으면 좋겠다. 여러 품종과 다양한 맛을 알아가면서 또 맛 있는 음식과 매칭하면서 나만의 와인 그리고 소중한 추억이 담긴 와인을 만들어 가는 것은 참 뜻 깊고 의미 있는 일이다.

즐겁게 즐기자. 와인 맛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면 가격이 비싸든 싸든 최소 2병 이상의 와인을 구매해서 함께 마셔 보면 좋다. 특정한 주제를 정해서 마셔본다면 각 와인이 가지고 있 는 특징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한 달에 한 번 정 도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테이스팅을 한다. 국가별 품종에 따라 어떻게 맛이 달라지는지, 같은 와이너리의 같은 품종 을 사용해 만든 와인이 지역만 다를 경우 맛이 어떻게 다른지, 그 나라의 와인을 등급별로 테이스팅 하면 어떤 차이가 나는지 등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한 달에 한 번 테이스팅 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이런 모임과 공부를 통해 와인 테이스팅 실력을 늘리고 이 론 상에서만 접했던 와인의 풍미를 배우고 서로의 평가를 공유하 고 또 기록한다면 더 즐겁게 와인이라는 술을 탐구할 수 있다. 꼭 비싸고 이름 있는 와인만을 고집하고 그것을 자랑하는 문화가 아 니라 와인을 좀 더 다양하고 재밌게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그 런 분위기를 맘껏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