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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ve on the Blue Dec 31. 2023

결혼식 후기.txt

결혼식을 준비하며 프로젝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다

오늘의 BGM,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
행복 쫓아가기


2023년 12월 2일, 많은 이들의 성대한 축하 속에 결혼식을 진행했다! 분명히 전 날까지만 해도 프로젝트로 씨름 중이었는데 버진로드를 걷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인생의 한 페이지를 마무리하고 다음 장으로 넘기는 기분이랄까. 아내와 남편으로 산 지 이미 1년이 넘었지만, 사람들 앞에서 다시금 맹세를 하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몇 달간 프로젝트 진행과 결혼식 준비를 동시에 하느라 진땀을 뺐는데, 정말로 눈 깜짝할 새에 결혼식이 지나가버렸다. 지금도 모든 순간이 선명히 기억나긴 하지만 시간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달까. 그래도 식장으로 들어오는 아내를 본 그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사진


또 하나의 큰 소식, 저번 글에서 얘기했던 6개월 간의 교육과정 <SYNC Academy>를 무사히 수료했다. 과정 중에 웨딩 촬영을 하느라 제주도도 갔다 오고, 결혼식도 하고, 프로젝트에, 자격증, 취업 준비까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 했지만, 정말 값진 6개월이었다. 하지만 수료의 기쁨도 잠시, 지금은 취업 활동을 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운 좋게 면접까지는 간간히 가고 있는데, 역시 거절의 쓴 맛에 적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온갖 얘기를 다하고 가는 것 같은데, 다시 글을 쓸 때쯤이면 또 다른 이야기들이 한가득 쌓여있다. 2023년 마지막 날인 만큼, 훌훌 털어내고 2024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오늘도 남김없이 쏟아내 본다.


결혼은 처음이라

웨딩 촬영 중 마주한 제주도 바다


미혼 여러분, 결혼식에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 지 아는가? 식장 예약부터 흔히 얘기하는 스드메, 상견례, 청첩장 전달, 뒤풀이 등 큼지막한 일만 해도 산더미 같은데, 다이어트부터 일정 관리, 준비물, 연락, 섭외, 이동수단, 금액 등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정말... 지금도 어떻게 끝냈는지 모르겠다. 교육과정과 프로젝트로 바쁜 나를 대신해 주도적으로 준비해 준 아내, 그리고 결혼식 날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아 준 가족과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우리의 결혼 준비는 여름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둘이서 알음알음 알아보다가, 아내의 조사를 기반으로 코엑스에서 열리는 웨딩 컨벤션에 가게 되었다. 아내의 동기 중에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이 있어 함께 가게 되었는데, 웨딩드레스 패션쇼부터 각종 혼수, 예물까지, 그야말로 컬처쇼크였다.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우리에게 배정된 웨딩플래너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식장 예약부터 드레스, 혼주복, 메이크업 등 굵직하게 정해야 하는 것들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후엔 약 3달간 프로젝트와 결혼식 준비를 동시에 준비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헬스장에 가야 했던 다이어트, 웨딩드레스 투어, 혼주복 맞추기, 상견례 등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좋았던 부분을 꼽자면, 아무래도 웨딩 촬영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웨딩 촬영을 스튜디오가 아니라 야외에서 진행했는데, 10월 연휴 타이밍에 맞춰 제주도로 가서 촬영을 하고 왔다. 총 2박 3일의 일정으로, 촬영 전날 오전에 캐리어에 준비물을 한가득 담아 비행기를 타는 것부터 일정이 시작되었다. 오후쯤에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저녁엔 시내도 좀 돌아다니고, 촬영 때 입을 옷도 피팅하러 가는 등, 촬영을 위한 준비를 단단히 했다. 

드디어 촬영날, 우리는 9시에 샵에 도착해서 준비를 시작했고, 11시쯤 메이크업, 식사, 준비물 등을 모두 갖춘 후에 촬영지로 출발했다. 촬영은 총 세 군데에서 진행됐는데, 각각 식물원, 바다, 들판이었다. 한 번 이동할 때마다 거리가 좀 되긴 했지만, 확실히 제주도에 온 보람을 느껴지는 장소들이었다. 그렇게 촬영이 시작되고, 우리는 각자 프로필 촬영을 해본 경험(?)을 발판 삼아 이리저리 자세를 잡아가며 사진을 찍었고, 작가님도 우리의 열정이 마음에 들어 하신 덕분에 좋은 사진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정신없이 촬영이 저녁 6시쯤에 끝나고, 제주도에 사는 친척도 잠깐 보고 흑돼지도 먹고 숙소에 돌아오니 온몸에 피로가 올라왔다. 하지만 우리는 첫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짐을 싸고 잠들었다! 다음날, 우리는 첫 비행기를 타고 귀가... 가 아니라 나는 그대로 교육장으로 가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팀장이라 빠질 수가 없었다.


일정은 정말... 정말 타이트했지만, 10월의 제주도와 거기서 찍은 사진들은 이 모든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언젠가 또 아내의 손을 잡고 다시금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웨딩촬영과 더불어 청첩장 전달도 좋은 시간이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들도 정말로 반가웠다. 14살에 만난 중학교 친구를 15년 만에 다시 만나기도 하고, 군대에서 만난 친구, 대학 동아리 친구들, 교회 친구들... 하나같이 다 소중한 인연들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에 시간을 쪼개 만난 지라 지난 회포를 모두 풀진 못했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이때 만난 친구들도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망설임 끝에 연락을 못한 친구들도 많다. 사실 초대를 하는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몇 년 동안 왕래가 없던 친구가 갑자기 결혼한다며 연락하는 것도 이젠 클리셰로 느껴질 만큼 많이 언급된 주제가 아니겠는가. 만약 초대를 받지 못해 섭섭한 사람이 있다면, 편하게 연락 줬으면 좋겠다. 아내와 내가 찾아갈 테니. 결혼식장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삶을 축복하기엔 충분하니까.


기적의 시간

프로젝트 중에


다음으로 또 하나의 큰 일, <SYNC Academy> 교육 수료까지의 과정을 얘기해볼까 한다. 저번에 말했듯이 나는 6월 말부터 6개월 간 SAP ERP라는, 기업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법에 대해 배웠다. 오프라인 과정이라 6개월 동안 매일 아침 9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종각역으로 출퇴근을 했다. 많은 일이 있었다. 시험에서 1등도 해보고, 학생 멘토도 하고, 스터디도 하고, 프로젝트 팀장도 하는 등, 정말로 간절한 마음으로 과정에 참여했다. 외에도 출퇴근길에 토익 공부를 하는 등 다른 것도 열심히 했지만, 역시 가장 모든 걸 쏟아부은 것은 팀장이 되어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는 9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약 3개월 동안 진행됐는데, 학생 8명이서 한 팀이 되어 가상의 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의 생산, 판매, 재무 등 여러 프로세스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우리 팀은 '자율주행 트랙터'와 '농업용 드론'을 제조해서 함께 파는 '스마트 농기계 제조업 회사'를 주제로 선정했고, 회사의 규모부터 공장 위치, 생산 라인, 고객, 재무 상황까지 디테일을 정해가며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어려운 점은 각각의 프로세스도 그렇지만, 전체적인 프로세스도 잘 작동해야만 온전한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었다. 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웠다.

시작은 괜찮았다. 우리는 비교적 주제도 빠르게 선정했고, 프로세스도 괜찮게 설계가 완료되었다. 문제는 개발 단계에서 생겼는데,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소통의 부재'가 아니었나 싶다. 팀장이지만 나 또한 개발해야 하는 분량이 정해져 있었기에 그만큼 팀원들에게 신경을 많이 못썼고, 모두가 개발을 잘하는 건 아니다 보니 뒤쳐지는 팀원들이 생겼다. 팀원들 입장에선 내가 워낙 바빠 보이니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고, 결국 프로젝트 기간이 절반쯤 지나고 나서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 때는 나도 결혼식이 임박했을 시점이라 두 배로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래저래 노력해 봤지만 결국엔 프로젝트 종료 일주일 전부터는 매일 3시간씩 자면서 프로그램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최종 발표 직전까지 (문자 그대로 직전이다) 발표 영상을 수정할 정도로 시간에 쫓기며 어찌어찌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는 이 기간 동안 수차례의 발표, 프로그래밍, 스케줄 관리, 서류 작성, 심지어 영상 편집까지 했다... 여기에 결혼식까지 했으니, 마무리한 것 자체가 기적인 프로젝트였다. 


... 그리고 결국 기적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결과, 프로젝트가 끝나자마자 나는 A형 독감에 걸렸고, 교육과정 수료식도 참여하지 못했다는 웃픈 엔딩 ㅎㅎ;


안녕하세요! 신입사원으로 지원한...

아내의 새 카메라로 찍은 증명사진


1년 만에 다시금 시작된 취업 시즌. 데자뷔가 따로 없다. (물론 관둔 거까지 반복하고 싶진 않지만) 매번 준비할 때마다 정말 피 말리고 힘든 여정이다. 서류 준비부터 각각 지원 기업에 맞춰 섬세하게 다듬어야 하고, 겨우 서류를 통과한다 쳐도 긴장을 풀 새 없이 면접 준비가 시작된다. 이 때는 예상질문에 맞춰서 대답도 준비하고, 서류도 다시 체크해보고 하는데, 면접만큼 이 시간도 굉장히 힘들다. 취준이란 상황에서 오는 불안감, 내가 예상한 질문을 묻지 않을 확률, 면접을 열심히 준비해도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 등 온갖 생각이 다 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도전하는 자에게만 결과가 있는 것을.


면접관 분들에겐 내가 음악을 했던 경력이 마음에 걸리는 것 같다. 한껏 음악을 하다가 1,2년 공부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나를 다른 이들과 동등한 시선에서 봐달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까? 그리고 덧붙여 '음악을 했다 = 자유분방하니까 회사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라고 보통 생각하시는데, 난 군대도 나왔고, 음악 하는 기간 동안 90% 이상 작업실에서 성실하게 출퇴근해 가며 작업만 했다... 그나마 이런 말도 면접에 가야 할 수 있는 말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이전 취준 때와는 달리 이번엔 교육에서 좋은 성적도 받았고, 자격증도 열심히 준비해서 그런지 나름 면접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오늘도 열심히 지원서를 들이밀어본다.


해피엔딩...?

아내와 처음 본 영화 <Big Fish>


2023년은 또 한 번의 드리프트가 있던 해였다. 올 초에는 AI 교육과정에서 배운 걸 토대로 데이터분석가에 도전했지만, 학력과 실력의 차이에 좌절했고, 우여곡절 끝에 타협을 하며 들어간 회사에선 사람 취급도 못 받고 쫓겨나듯 나왔다. 살다가 처음으로 '꿈'이 없는 순간이 왔다. 자존감은 바닥나고, 코로나도 걸리고... 심지어 내겐 이제 책임져야 할 사람도 있는데! 그래도 다행히 날 항상 응원해 주는 아내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고, 새로운 길을 향해 걸어갈 수 있었다. 자격증, 알바, 공부를 함께 하며 준비한 교육 과정에 다행히 합격하고, 그 안에서 좋은 성적도 얻고, 자존감도 되찾고, 함께 걸어갈 동료들을 만나는 등 분에 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일생일대의 이벤트인 결혼식 또한 다행히 성황리에 끝마칠 수 있었다. 좌절로 시작했지만, 감사로 끝나는 한 해다.


무엇보다 이번 3개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시간으로 남을 듯 하다. 결혼 준비와 시험, 취업, 프로젝트까지, 하나같이 중요한 것들을 동시에 하다니. 마치 뜨거운 압력 밥솥 안에 들어간 듯한 압박감에 둘러쌓여있던 3개월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다. 


내일부터는 나도 서른이다. 아직 산 날보다 살아야 할 날이 더 많고 여전히 내 자신이 어리게 느껴지지만,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 생겼고 열정을 쏟을 일 또한 다시금 생겼다. 아직 인생의 마침표를 찍기는 이르지만, 20대의 내 인생 챕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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