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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물 Feb 25. 2024

반드시 의 무게

담담히 지나가는 것

반드시 성공하겠다.

반드시 좋은 딸이 되겠다.

반드시 좋은 언니가 되겠다.


반드시라는 말을 제가 쓸 때마다 어머니는 항상 인생은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 거라며

반드시라는 말을 지양하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누군가에게는 반드시라는 말이 성공의 키워드가 되는 것 같아서

그런 어머니의 말씀을 한참 동안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제게는,

가지지 못한 결핍이 반드시가 되고 그게 결국 저를 짓누르는 무게로 돌아왔다는 걸

지금에서야 깨닫습니다.


결국은 그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던 패배자가 돼버린 건가 라는 자괴감에도 한참을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미 한참 전부터 저는 제가 아주 평범한 범인이라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걸 인정하기가 참 힘들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는 그걸 자의식 과잉이라고 할 수도 괜한 자존심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건 제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까지의 저를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온통 진흙탕에 발을 담근 모양새지만 그 순간을 이 악물고 버티면 반드시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면서 지내왔으니까요.


그런데 삶은 그렇게 천지개벽하듯이 변하는 게 아니라는 걸 몸소 느끼게 되는 시절이 찾아왔습니다.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평범함이 사실은 그 무엇보다도 지키기 어렵고 소중한 것이라는 걸 잃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대단한 성공, 화려한 일상, 반짝이는 순간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며 삶의 대부분을 뒷받침하는 것은 평범함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다음 달이 마지막 처방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오는 병원의 입구에서 한참을 서서 울었습니다.


하찮은 평범함이라고 치부하며 함부로 대했던 시간을 잃고 다시 찾아오기까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잃는 것 쉽고 돌이키는 건 죽을 만큼 어렵다더니. 

제가 가진 유일함을 함부로 대한 대가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내내 '반드시'라는 단어가 붙었던 지난 시간에 대해 상념인지 회한인지 모를 감정에 젖은 채 돌아왔습니다.


간신히 회복한 내게 주어진 평범함.


이걸 다시 잊어버리기 전에 앞으로는 반드시가 아닌 담담히라고 입에 담기로 다짐했습니다.


제게 어떤 순간이 와도 반드시 이겨내겠다 아닌 담담히 이 순간을 지나가겠다라고 스스로 되뇌어봅니다.


스스로 짊어진 반드시 짐을 떨쳐내고 다가올 순간을 담담히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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