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것을~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가정!
대부분 사람이 사랑하니까 결혼한다고 이야기한다. 결혼한 이유는 인생에 의미를 더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결혼을 하면 인생이 활짝 피리라는 큰 희망을 품었을 것이다.(중략)
사랑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되고 충만한 감정이다. 사랑은 가까스로 싹을 틔워 땅 위로 머리를 내민 씨앗과도 같다. 적절한 양분과 빛, 수분이 없으면 시들시들하다가 죽는다. 사랑하고 배려하는 연애 감정은 부부가 그 사랑에 날마다 양분을 공급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할 때 결혼을 통해 꽃을 피운다.(주 1)
부모가 되고자 마음먹은 사람은 새로운 것에 마음을 열고,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인식하되 늘 솔직해야 한다.(주 1)
나는 사랑하여 결혼을 계획하는 아들과 사랑으로 결혼한 딸 앞에 부모로서 나의 사랑, 나의 마음, 나의 잘못에 솔직해지려 한다.
스물둘, 가을!
나는 대학 졸업 전에 교수님 추천으로 취업이 되어 품질관리실에서 근무했다.
내가 맡게 된 업무는 완제품 검사인데 검사해야 하는 제품이 생산되기 전이라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사무실의 보고서와 계획서 작성 등 문서 작성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컴퓨터가 막 도입된 시기라 전동식 타자기를 활용해야만 했다.
인문계고를 졸업한 나에게는 컴퓨터는 물론이고 전동식 타자기는 난생처음 본 물건으로 너무나도 낯설었다.
내가 하는 일은 이전에 한 명이 담당했던 업무가 아니라 각자가 하던 일들을 나에게 맡기는 것으로 문서 작성이나 타자기 사용법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은 없고 "그냥 이전 서류 보고 숫자만 바꿔서 작성해 와!"라고 시키는 팀장님들과 과장님만 계셨다.
입사 동기는 자재 검사를 맡게 되어 일을 바로 척척 해내는데, 나는 타자기로 문서 한 장 완성하는 데도 하루 종일이 걸렸다. 타이핑에 익숙하지 않아 글을 보고 치는 것도 더뎠고, 수시로 오타가 나는데 오타를 지우려 해도 깨끗하게 지워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컴퓨터와 타자기는 다 함께 사용하는 물건으로 사무실 정 중앙에 직원들이 계속 왔다 갔다 지나다니는 곳에 있었고,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한 번씩 자리를 내어줘야 했기에 내 일에만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문서 작성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두렵고 싫었던 것이 타자 치는 소리와 오타 지우는 소리가 조용한 사무실 안에 크게 울려 퍼져 내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모두가 볼 수 있고 듣고 있다는 것이다.
타칵! 타칵! 탁! 탁! 탁!(타이핑 소리), 위잉~~ 탁!(줄 바꾸는 소리), 착! 착! 착! 착! 착! (지우는 소리)
과장님은 '보고서 작성이 왜 이렇게 늦어!'라며 오고, 가시며 내 등뒤에서 한 번씩 큰 목소리로 호통을 치셨다. 그러면 타이핑하던 손이 벌벌 떨리면서 오타가 더 나곤 했고, 뒤에 누군가 다가 오기만 해도 깜짝깜짝 놀랐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기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그러나 이대로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뭔가를 원한다면, 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되고자 한다면 변화를 위해 가장 우선 해야 할 행동은 바로 네가 경험한 선취행동으로 만들어진 선취관념들을 무시해 보는 것이야.(중략) '관념을 거부한 새로운 행동'은 많이 불편해. 안 하던 행동이니까 낯설지. 그런데 사람들은 '어렵다'라고 착각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낯선 것이라는 사실을 꼭 명심했으면 해.(중략) 그러니 '낯설다'와 '어렵다'를 구분하고 낯설거나 어렵다는 감정보다 '낯선' 그것을 '반복'하는 행동에 집중한다면 네게 이미 본유된 자체의 힘으로 반드시 변화가 일어나고 성장할 거야. 낯선 경험이 네게 그럴싸한 느낌을 줬다면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해.(주 2)
타자기를 낯선 물건에서 익숙한 물건으로 만들어야 했다. 상업고를 졸업한 친구의 도움으로 타자기 대여가 가능한 곳을 알게 되었다.
퇴근 후와 주말에 집에서 대여한 타자기로 타이핑 연습을 했고, 점심시간에는 컴퓨터로 타자 연습 게임을 계속했다. 당시 사무실 직원들은 두세 손가락만 사용하는 독수리 타법을 많이 썼으나, 나는 조금 더디더라도 열손가락을 다 사용할 수 있도록 손가락 하나하나의 위치를 외워서 연습을 했다. 열심히 반복 연습에 집중한 결과 타이핑 속도가 빨라지고 문서 작성도 능숙해져 과장님께 인정까지 받게 되었고, 생산라인에서 제품이 만들어져 진짜 나의 고유 업무인 완제품 검사까지 하게 되었다.
창문너머로 생산 라인을 거쳐 우리 사무실로 걸어오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거래처 대표와 직원이다.
내가 제품 검사를 하면 그 제품들 출고 검사와 출하 관리를 하게 된 거래처 직원이 새로 온 것이다!.
큰 키에 마른 체격으로 겅중겅중 걸어오는 그 직원을 본 순간 갑자기 내 심장이 쿵!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은 뭐지?
그 직원은 내 옆에 앉아 근무하게 되었는데 내게는 업무 얘기만 하고, 내 입사 동기하고는 사적인 농담을 하면서 웃기도 해 엄청 친한 듯이 보였다. 나는 나의 첫 기븐과 감정을 지우고 열심히 일에 집중했다.
첫 생산품이라 곳곳에서 문제가 나타났다. 생산을 진행하면서 그리고 완성품에서도 크고 작은 불량이 계속 발생했다. 하루는 우리 회사 생산기술, 생산 관리, 개발실 직원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해도 해결되지 않는 큰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납기일은 다가오는데 해결 방법을 모르니 다들 큰일이라며 걱정하던 그때, 그 직원이 불량 제품을 들고 분해를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간단하게 문제해결 법을 찾아냈다. 이후로 제품에 불량이 발생하면 그 직원에게 모두 달려왔고, 때론 다른 제품에서의 문제점도 문의했다. 그럴 때마다 그 직원은 우리 회사 직원처럼 모든 일을 다 도와주며 문제점을 척척 해결해 주었다.
불량이 발생하다 보니 완성품 검사와 출고 날짜에 쫓겨 나는 야근을 자주 해야 했고 주말에도 출근했다. 그리고 그 직원은 내가 야근할 때 함께 남아 나의 일을 계속 도와주었다. 그러면서 우린 자연스럽게 만남을 이어갔고, 업체 직원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는 방송통신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우연히 고등학교 성적표를 보게 되었는데 기계공고에서 계속 전교 1등을 하였다. "전문대는 충분히 갈 수 있었을 텐데 왜 안 갔어요?"라는 나의 물음에 국민학교 6학년 때 시골에서 큰 형집으로 혼자 올라와 살기 시작하여, 이후로 둘째 형과 누나네 집으로 옮겨 가며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새벽에 신문 배달을 해서 용돈을 벌어 썼다고 했다. 대학 다닐 형편이 안되니 바로 취업을 하면서 독립을 했던 것이다.
엄마도 나의 첫사랑에 대해 궁금해하셨다. 나는 그가 공부하고 있다는 것과 일할 때의 모습 등을 자세히 얘기해 주며 얼마나 믿음직스러운 사람인지 열심히 설명했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힘든 형편에 너를 전문대라도 보낸 건 너보다 더 나은 사람 만나라고, 그래서 나처럼 고생하며 살지 말라고 보낸 거야!" 라며 그의 조건을 탐탁지 않아 하셨다.
그러나 나는 배우려는 그의 열정, 그리고 누구보다 뛰어난 업무 능력과 책임감을 신뢰하고 있었기에 다른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나의 아빠랑 너무 다른 사람이었기에 그와 함께 가정을 꾸리면 안정되고,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우린 미래를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그와 함께 한 나의 스물두 살의 겨울은 너무도 따뜻하고 포근했다. 그리고 둘은 여행을 떠났다.
* 남편에게 : 32년! 스물둘, 결혼을 다짐했을 때의 그 믿음과 신뢰를 한결 같이 지켜줘서 고마워요!
‘ 지금 나의 모습은 내가 지금까지 선택한 결과 이다!.’
인과(因果, 원인과 결과)이다. 모든 현상은 ‘자극’이라는 원인을 통해 ‘반응’이라는 결과로 드러난다. 다시 말해 실재하는 모든 결과는 나의 사고, 즉 판단이 원인인 것이다.(주 2)
나는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갈 것이며, 내 선택에 대한 책임도 내가 기꺼이 짊어질 것이다!!!
주 1)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 버지니아 시티어, 2023, 포레스트북스
주 2) 엄마의 유산, 김주원, 2024, 건율원
사진. ko_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