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엄마는 모든 게 미흡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다!

by 버들s

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그 아이의 부모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도전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주 1)


자녀는 여러 가지 일이 진행되고 있는 부모의 삶 속에 들어오게 된다. 부모가 아이의 출생 시기를 항상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그 시기가 부모 입장에서 가장 적절한 시기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중요한 건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이다.(중략)


가정에 첫 아이를 맞아들이는 건 매우 중대한 일이다. 부모의 기존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첫 아이를 통해 두 성인은 부모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난생처음으로 깨닫게 된다.


어느 집이든 첫 아이는 시험대 역할을 하고 이후 태어나는 동생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는다. 여러 가지 면에서 첫아이는 이후 태어날 자녀들을 위해 집안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 역할을 한다.(주 2)




스물셋, 봄!

임신 테스트기에 두줄이 나타났다. 결혼 전 준비 되지 않은 임신을 한 것이다. 임신 사실을 인지하면서부터 나는 혼란에 빠졌다.


늘 맏이로서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매사를 신경 쓰고 살았는데, 이런 상황을 만든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누구보다 나를 믿고 의지하는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교수님 추천으로 입사한 회사는 급여나 복지는 나름 괜찮았지만, 나는 신입이었고 그 당시에 임신은 퇴사와 직결된 수순이었다.


직속 과장님이 늘 "버들인 팀장감이야!" 라며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해 주셨기에 오래 근무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내 월급으로 아빠의 빚을 갚고 있는 경제 사정도 크게 한몫했다.


남편의 "어차피 결혼하기로 한 거 그냥 빨리 하자"라는 말도, 사랑이 아닌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하자는 것으로 의심하며 모든 상황을 '아기만 없으면~'이라는 결론으로 몰고 갔다.


결국 나쁜 생각으로 마음을 굳힌 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산부인과를 찾아 전화를 했다.

"엄마!, 마지막 월경이 언제였어요?"


'엄마!'라는 단어를 듣게 된 순간!!! 내가 엄마가 된 것임을 깨달았다!


그전엔 그냥 나만 그리고 엄마, 동생들만 생각하고 뱃속에 아기 입장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이 아이에 엄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부터 대화를 이어 갈 수 없었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내가 이 아기에 엄마인 것이다! 엄마가 된 것이다!!

아가야! 진짜, 진짜 미안하다!!


나의 울음소리에 여동생이 놀랐고 부모님도 모든 사실을 알게 되어 그해 여름, 결혼을 다.


그리고 겨울, 어느덧 출산일이 다가와 친정집에 머물고 있었다.

"첫 아이는 출산 예정일보다 늦게 나와!, 예정일 지나면서부터는 뱃속에서 하루하루 엄청 빨리 자라는데, 엄마도 너네 낳을 때마다 힘들어서 죽을 뻔했어. 딸은 엄마 닮는다는데 걱정이다. 걱정이야!!!"


사십 대에 할머니가 되는 친정 엄마는 '애가 애를 낳는다'며 자신의 딸인 나를 안타깝게 보시며 많은 걱정을 하셨다.


당시 남동생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입대 전 가족끼리 저녁을 먹고 노래방을 가자고 했다. 나는 만삭이라 맘이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 나와도 다 커서 괜찮아, 더 자라지 않고 빨리 나오면 낳기 도 좋지'라는 엄마의 말, 함께 갔으면 하는 가족의 마음을 무시하지 못해 자리를 끝까지 함께 했다.


그리고 새벽.... 양수가 터졌다. 바로 병원에 입원했으나 진통이 없었다. 진통이 약간 있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했기에 나는 개인 병원에서 종합 병원으로 보내졌다. 휴대폰이 없던 시기라 가족에게 겨우 연락한 후 혼자 응급차를 타고 갔다. 너무 두렵고 겁이 났다. 약간의 진통이 있는 상태로 혼자 심전도, 혈액 검사 등 각종 검사를 받으러 다닌 후 입원했고 그리고 하루가 지난 오후에 아기를 출산했다.


아기가 울지 않았다. 엉덩이를 때리는 소리는 들리 는데 아기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양수가 없어진 엄마 뱃속에서 너무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소아과 선생님이 급히 달려오시고 아기 엉덩이를 때리는 소리가 전보다 더 크게 여러 번 들리고 나서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왜 내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저렇게 맞아야 할까?" 탈진 상태였던 나는 많이 속쌍하면서도 그저 아기 울음소리가 고맙고

반가웠다.


2.8kg로 태어난 아기는 출산 시 호흡이 안 좋은 상태였고 황달기도 있어 결국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힘들게 세상에 나와 엄마와 집에 가지도 못하고 혼자 병원에 남게 된 것이다. 인큐베이터 안의 작은 아기는 빨갛고 숨을 새록새록 쉬고 있었다. 걱정은 되었으나 내가 낳은 아기라는 실감도 잘 나지 않고 그냥 낯설기만 했다.


나만 친정집에서 몸조리를 시작했다.

젖이 문제였다. 젖몸살을 하고 있는 딸을 본 친정 엄마는 분유가 얼마나 영양가가 많은데 모유를 먹인다고 고생하냐고 속상해하셨다.

요즘 돈 없는 집만 모유 먹인다고, 나이도 어린데 젖물리고 다닐 거냐고 화를 시며 젖 말리는 약을 사다 주셨다. 나는 그 약을 받아 먹었다. 더 이상 엄마를 신경 쓰게, 더 마음 아프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아기가 퇴원해도 된다는 연락이 와서 기쁜 마음으로 병원에 갔다.


“아기, 실명할 수 있어요!! 안과 검진 꼭 받으셔야 해요!!”


간호사에게 아기를 건네받아 처음으로 품에 안으며 들은 말, '실명!'. 그 말 이후로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고 묻지도 못했다. 어린 엄마 가슴은 무너졌다.


다 내 잘못이다! 아기가 스스로 나올 때까지 안정을 취하며 기다렸어야 했는데.......... 후회스러웠다.


그리고 육아서를 보기 시작했다. 잘 키우고 싶고 후회하는 일을 최대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부족하면 아기가 고생한다는 것을 너무너무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육아서를 읽으며 태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내가 나쁜 마음을 먹었던 게 아기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모유, 초유의 중요함을 알게 되면서 생각 없이 말려버린 젖이 너무 아까웠다. 면역력으로 아이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초유를 먹이지 못해 아기한테 너무 미안했다. 열감기가 잦은 아기를 품에 안고 응급실에 달려갈 때마다 늘 죄책감에 시달렸다. 모유를 먹지 못해 아이가 더 많이 자주 아픈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후 친정 엄마의 조언을 그대로 행하지 않았다. 엄마는 막 태어난 손주보다 본인 딸이 더 소중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나는 이 세상에서 내 아기를 제일 소중하게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엄마에게서 진짜 독립을 시작했다.



토닥토닥)

* 나를 선택해 준 아가! 처음에 반갑게 맞아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가 미처 준비가 안되어 너무 불안했단다. 엄마에게 와주어서 너무 고맙다!


* 태어날 준비를 하던 아가! 미안하다~ 엄마가 성숙하지 못해서 너를 무척 당황하게 만들었네. 양수 없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잘 버텨주고 견뎌줘서 고맙다!


*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안에 있던 아가! 엄마랑 집에도 못 오고 혼자 병원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어린아이때부터 안경도 끼게 되었지. 모든 게 엄마가 부족해서 그랬어, 미안하다. 그리고 잘 적응해줘서 고맙다.


* 아들아! 엄마의 무지함으로 소중한 젖을 못 먹여 미안하다. 너의 것이었고 너의 권리였는데... 정말 미안하다!. 좋은 음식으로 갚을게, 영양가 많은 음식으로 해줄게......





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 중요한 건 좋은 부모가 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자신의 위치를 솔직하게 인정한다면 당신에 대한 자녀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완벽함이 아닌 진실함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주 2)


나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진실하게, 끊임없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주 1) 버지니아 사티어의 심리학 가족치료 톺아보기, 김상철, 루미너리북스

주 2)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 버지니아 사티어, 포레스트북스

사진. ko_choi

덧)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가 아들에게 이때 나의 어리석음과 부족함을 사과하고 싶어서였다. 태내기와 출산기를 거친 아들의 무의식과 나의 무의식을 함께 치유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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