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지켜봐 줄래?
“엄마, 안 피곤해요?”
아이야,
새벽에 책상에 앉아 있는 엄마가 힘들어 보였니?
일하느라 바쁜 엄마가 잠 덜자고 글 쓴다고 하니 걱정되지?
근데 엄마는 하나도 안 힘들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참 좋아.
그리고 그 새로운 일이 의미가 있는 일이라서 더 행복해.
[엄마의 유산] 공동저자를 목표로 글쓰기 공부 시작했다고 얘기했지.
‘책’은 읽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책’을 써보겠다고 마음먹게 될지 엄마도 몰랐어.
근데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해.
해보지 않았던 일, 생각지 않았던 일을 시작하려니 도전했다가 포기했던 경험이 있는지 돌아보게 되네.
도전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포기잖아.
곰곰이 생각해 보다고 딱! 떠오른 것이 있어.
보통 될 것 같은 일에 도전하는데 분명히 안될 것을 알면서 도전했던 것.
열심히 해도 안될 것이라는 걸 엄마도 알았고, 너희들과 아빠가 다 하지 말라고 만류했던 것!
바로 공무원 시험! 기억나니?
8년 전쯤 고용노동부 9급 직업상담직 공무원 첫 공채가 발표되었는데 첫 시험이라 인원도 나름 많이 뽑았었지.
시험과목이 국어, 영어, 한국사, 노동법개론, 직업상담·심리학개론 중 선택 1, 이렇게 5과목이고,
직업상담사 1급·2급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이 있었지.
노동법개론, 직업상담·심리학개론은 엄마 전공과목이라 자신 있었고, 직업상담사 1급 자격증을 보유한 상태라 가산점은 확보했어.
문제는 국어, 영어, 한국사 시험이고 그중에서 엄마에게 가장 어려운 과목이 영어였지.
영어공부를 했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았거든.
엄마가 직업상담사로 전직하면서 이 분야에 전문가가 되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잖아. 그러면서 이 분야 전문기관인 고용노동부 공무원이 최고의 전문가란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직업상담직 공무원 첫 공채가 발표된 거야.
공무원 시험은 공부하던 청년들도 최소 2-3년은 고시원에서 공부만 해도 될까 말까 한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첫 시험이라 홍보도 덜 된 상태이고, 직업상담직이라 경쟁률도 낮을 것?이라는 정보를 나름 입수한 상태였지.
'내가 도전하고 싶다면 이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번이 아니면 평생 생각조차, 아니 꿈조차 못 꿔볼 것 같았거든.
합격이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도전이라도 해보고 포기하고 싶었어. 도전하지 않으면 ‘도전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평생 후회할 수도 있겠다’는생각이 들었거든.
시험이 6개월 남은 시점! 너희와 아빠에게 통보했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겠다”
너희들과 아빠가 만류했지만 엄마는 바로 동영상 강의를 신청했지.
바로 시작하지 않으면 시작도 아예 못하게 될 것 같았거든.
일하면서 밤마다 동영상 강의를 듣고 출, 퇴근 시 지하철에서 공부에 몰입하다 내려할 역을 지나친 적도 여러 번이었어.
특히 한국사 공부가 정말 재미있더라.
학창 시절에는 역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말이야.
얼마 만에 몰입해서 공부를 하는지,
내가 공부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
잠을 설치면서도 피곤한 줄도 몰랐어.
그리고 힘들다고 투정을 부릴 곳도, 나의 투정을 받아줄 사람도 없었지.
힘들다고 말하면 다들 ‘포기하라’고 할 것 같았거든.
그러면서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가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키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어.
그러나 영어와 국어는 역시나 너무 어려웠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넓디넓은 범위에, 깊고 깊은 내용에 무엇을 외워야 할지 모르겠더라.
'이래서 공무원 시험공부가 힘들다고 하는구나, 이래서 오래 공부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지.
공부를 하던 사람도 아니고, 고시원에서 공부만 하는 것도 아닌 엄마의 실력으로 이렇게 공부를 6개월 해서 합격은 택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뻔히 결과가 보였기에 바로 포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 마음을 다르게 먹었어.
합격은 당연히 안될 거고, 영어 시험에서 내가 정확하게 이해하여 풀 수 있는 문제가 5개 이상이면 계속 도전할 것이고 만약 5개도 안되면 이번으로 공부를 포기해야지라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공부했단다.
시험일! 역시~ 역시~~ 시험은 너무도 어려웠어!
이번을 끝으로 엄마 삶에 다시는 공무원 시험을 보지 않기로 결정했지.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어.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후회는 없었어.
미련이 남지 않을 만큼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오히려 후련하더라고.
시험을 끝내고 나오면서 스스로에게 나름 고생했다,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토닥여주며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왔지.
집에 도착했는데 네가 꽃다발과 합격카드, 그리고 파운드케이크를 준비해서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는데 엄마는 가슴이 뭉클했어.
시험만 응시했는데 축하라니.....
" 결국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왔네. 엄청나 엄청나!
중간에 계속 그만하라고 구박하던 딸이랑
혼자 방에 들어가느라 외로운 남편을 잘 참고 공부하느라 수고했어!
결과가 어찌 되든 엄마가 완주한 것에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라고 네가 써준 글에 큰 감동을 받았어!.
도전해보지도 않았거나 중도포기했다면 미련이나 아쉬움이 남았을 텐데, 포기를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 거야.
그래서 이번에도 책을 쓸 수 있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려 해.
이번에는 너희들과 아빠가 응원해주고 있으니 좀 더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아이야!
엄마가 이번에도 어떻게 완주하는지 지켜봐 줄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