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경험이 쌓이면....

누적의 힘!!

by 버들s

아이야!

학생들이 겨울방학중이야

초등 자녀를 둔 동료들이 체험학습 스케줄을 잡는 모습을 보며 옛날 너의 초등학교 첫 방학이 떠올랐어


엄마도 학부모로 처음 맞는 방학이다 보니 일하랴 틈틈이 체험학습 다니랴 정신없이 보냈었지.


그때 방학 과제물이 따로 있지 않고 일기 쓰기와 미술(그림, 만들기) 작품을 해올 수 있으면 해오라고 했던 것 같아. 안전한 물놀이 등 건강하게 방학을 잘 보내라고 알림장을 받았기에 엄마는 너와 즐겁게 방학을 보냈지.


그래도 자녀교육에 관심이 있었기에 박물관도 가고 동굴 체험 등 여름방학에 할 수 있는 각종 체험학습에 참여하며 바쁘게 보냈어


개학날, 매일매일 작성한 일기장을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신나서 학교에 갔던 너!

하교 후 엄마에게 전화를 하더구나.


"엄마, 나도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 해서 학교에 과제물로 내고 싶어요!"


개학날, 친구들은 멋진 그림, 크게 잘 만든 만들기 작품들을 방학 과제물로 가지고 온 것이지.

일기장만 손에 든 네 손이 부끄러웠던 너는 친구들이 부러웠나 봐.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 네가 과제물로 그림이나 만들기를 하고 싶다고 하니 엄마는 아차! 싶었단다.


엄마는 너와 맞이한 첫 방학을 '초등 1학년 방학에 과제하는 게 뭐가 중요해, 방학은 체험이지, 특별히 과제라고도 안되어 있으니 도움이 될만한 체험이나 실컷 해주자'로 생각해서 엄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일기장만 네 손에 들려 보낸 거였거든.


엄마의 계획과 생각엔 네 마음, 네 생각은 없었던 거야. 그냥 엄마가 살아보니 방학은 잘 먹고, 잘 쉬고, 학기 중에 못한 현장 체험 다니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네가 " 그림이나 만들기 해서 방학과제로 내고 싶어요"라고 하는 소리에 정신이 뻔쩍 들더라.


네 마음을 들어주고 싶었던 엄마는 조금 이른 퇴근을 하고 집으로 향하면서 방학 과제물이 큰 고민이었어

엄마가 손재주는 게 없는 사람이기에, 특히 그림이나 만들기는 정말 자신 없는 분야잖아. 초등 1학년인 네가 혼자 그림이나 만들기로 친구들이 가져온, 네가 부러워하던 작품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거야. 엄마나 아빠가 함께 도와는 줘야 할 것 같은데 만들어낸 작품을 네가 좋아할 것 같지 않았거든


엄마의 퇴근을 기다린 너에게 엄마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라고 했어


'스크랩 북 만들기'

네가 했던 체험활동을 스크랩북으로 만들기로 한 거야. 엄마 과제물이 아닌 네 과제물로 만들고 싶었거든.

방학 동안 체험학습을 다니면서 챙겨둔 관련 자료들은 다 가지고 있었기에 가서 찍은 사진을 인화하고 자료는 가위로 오리고 붙이며, 책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 글을 덧붙였지.


동굴의 세계, 역사 속으로 등등 테마별로 2-3권의 스크랩북을 완성했던 것 같아.

너는 그날, 밤늦게까지 잠을 안 자고 엄마 옆에서 가위로 오리고 붙이고, 글씨 쓰기를 해내더라.

작은 손으로 글씨를 많이 쓰다 보니 힘들었는지 중간중간 팔을 흔들며 글을 쓰더구나.


그때 엄마는 너를 보며, 너의 집중력을 보며 깜짝 놀랐어.

'진짜 하고 싶었구나, 하고 싶은 걸 하니까 이렇게 집중력이 있는 아이구나'라는 생각.


좋아하는 저녁밥도 대충 먹고, 즐겨보던 티비도 안 보고 그냥 꼬박 앉아서 작업하는 네가 마냥 대견하면서 너의 의견과 생각을 엄마가 흘려버리지 않고 들어준 것에 안도감도 느꼈단다.


다음날 스크랩북과, 체험학습 활동했던 만들기 작품을 챙겨든 너.

작은 손에 들고 가기가 무거울 텐데도 혼자 가져갈 수 있다며 다 들고 학교에 갔지.


그리고 며칠 후,

"엄마 나 여름방학 과제물 최우수상 받았어요!!"

방학과제물로 상을 받게 된 거야. 엄마는 상이 있는지 몰랐기에 정말 깜짝 놀랐어.


사실은 상이 있었다 해도 그 상을 받기 위해 더 노력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 엄마는 방학 과제물 상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거든. 네가 뭔가 제출하고 싶어 하기에, 우리가 활동한 것이라도 정리해서 내자라는 마음이었지


너는 스스로 열심히 해서 만들어낸 과제로 상을 받게 된 것에 참으로 기뻐했어. 엄마도 네가 좋아하니 덩달아 좋았지.

학교에서 받게 된 첫 상이잖아. 그래서 그날 저녁 과자 파티를 했던 것 같아.

가족들이 둘러앉아 손뼉 쳐주면서 좋아하는 과자를 맛있게 먹었지.


그리고 1학년 겨울방학!

방학이 시작되면서 너는 엄마에게

"엄마 이번 방학은 어떤 체험을 할까요?라고 먼저 묻더라

겨울방학 과제물로 제출하려는 마음으로 시작부터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거야

그래서 엄마는 2학년 교과서를 보며 관련 지역, 박물관등을 다니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지

이왕 과제로 준비할 것이라면 공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을 담은 거지.


스크랩북으로 만들려니 너는 참으로 열심히 보고, 듣고 하더구나.

그렇게 만들어진 겨울방학 과제물로 너는 또 과제물 우수상을 받게 되었어.


그렇게 1학년 여름, 겨울방학 과제물상을 받아본 너는 매학년 여름, 겨울방학 과제물 상을 빼놓지 않고 받게 되었지.


엄마는 네가 방학하기 전에 다음 학기 교과서를 함께 보며 어떤 체험을 다녀야 할지, 어느 곳을 가야 할지, 어떤 테마로 스크랩북을 만들지를 생각하며 네 의견을 듣곤 했단다.


인체에 대해, 아시안 게임이 있을 때는 운동경기에 대해, 역사 속으로 등 학년이 올라갈수록 테마식으로 깊게 학습하다 보니 과제물 수준도 높아졌단다. 네가 원해서 하는 것이기에 너는 적극적으로 즐겁게 참여했지.

그리고 다음 학기 배울 부분을 체험으로 예습을 하다 보니 학교 수업도 재미있어 했단다


그리고 네 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둘의 방학과제물로 만들어졌고, 우리 집은 방학이 끝나면 방학 과제물 상으로 과자파티를 하는 게 루틴처럼 되었단다.



엄마는 그때 네가 했던 말이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생생해!

" 엄마 저 방학과제 제출하고 싶어요!"


그때 엄마는 과제에 대해 과소평가를 한 거지. 엄마의 기준으로 판단한 거야.

그런데 그 과제물로 상을 받은 너는 '상의 맛'을 보게 되었어.


'성취감'

열심히 체험했던 내용으로 스크랩북을 정성껏 만들고 그것으로 상을 받게 된 너는 큰 성취감을 맛본 거야.

그 이후부터 그 상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 거지

상을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으니까......

점점 더 멋진 스크랩북이 완성되어 가며 보이지 않게 네 지식도 늘어 갔고 거기에 인정의 맛도 보게 된 거였어.


나에게는 하찮아 보이는 것이 상대방에겐 중요할 수 있다는 것!

작은 시작이 모여 큰 경험으로, 성과로 이어져 성취감을 느끼고 루틴으로 될 수 있다는 것!


엄마도 요즘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고 있잖아. 100일 동안만 매일 써보자 라며 그냥 매일 글 쓰는 것에만 집중했었는데 엄마의 글이 어느덧 100개가 넘어가고 오늘은 두 번째로 브런치북이 완성되는 날이란다.


하루 글 발행은 작은 일 일수 있지만 그게 모이니 큰 자산처럼 느껴지고 한 권, 두 권의 브런치북으로 완성되니 맛보게 되는 성취감이 크다.


엄마의 하루, 하루 중 보내는 작은 시간이 모이다 보면, 차곡차곡 쌓이고 콩나물이 흐르는 물의 일부를 받으며 커나가듯 엄마의 어느 부분이 성장해나가고 있는 거겠지.

언제 싹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엄마는 경험을 통해 기다림에 설렐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단다.


아이야!

너의 하루, 주어진 시간 중 네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위해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투자해 보련~~


남들은 모르고 너만 아는 그 시간이 쌓이는 맛을 또 경험하게 될 거야!!


아이야!

오늘도 신나게 보내~~




인간과 신과 우주는 모두 열매를 맺는다.

때가 되면 열매를 맺는다.

일반적으로 "열매를 맺는다"는 말이 엄밀하게 말해서 포도나무 등과 같은 과실수들에게만 적용되는 표현이라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성도 전체를 위해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열매를 맺고, 이성의 본성을 공유한 다른 것들이 거기로부터 생겨난다.(주 1)


주 1)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현대지성


사진. ko_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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