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세계적 구조 변화다
한국의 소상공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국내 경기나 정책의 문제만이 아니다. 다수의 국제 기관과 연구는 소규모 사업자(소상공인·SME)가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단기 충격을 넘어서 장기적인 구조적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자료는 OECD의 “SME and Entrepreneurship Outlook”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수많은 중소기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고, 이후 고용·창업·생존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긴축 통화정책, 공급망 병목 등 복합적 충격이 SME의 회복을 방해하고 있으며, 여러 국가에서 폐업률과 도산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또한 코로나 직후인 2022년 글로벌 중소기업 자문기관 진행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중소기업의 약 19%가 여전히 폐업 상태였고(영업 재개하지 못함), 이는 조사 초기보다 약 1% 개선에 그쳤다. 이 같은 폐업률은 북아프리카·중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30%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선진국에서도 15~20% 수준의 높은 문 닫힘 비율이 확인되었다. 많은 중소기업이 가격 인상 압박·비용 증가·수요 변동성 확대를 보고했고, 디지털 도구 도입으로 일부 대응했음에도 생존 여건이 개선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팬데믹 이후 소상공인 상황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온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보고서에서는 2024년 기준으로 소규모 사업체의 매출 감소 보고 비율(41%)이 증가하고, 수익성 악화 및 부채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많은 사업체가 매출 감소, 정체된 고용, 높은 부채 비중과 같은 복합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며, 경기 회복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소상공인의 체감 경영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유럽 지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국의 소매업·독립 상권은 2024~2025년 대규모 점포 폐점과 고용 축소를 경험했으며, 2020년대 초중반의 폐업·구조조정 속도가 오히려 팬데믹 당시 수준에 근접하거나 그 이후 더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팬데믹 당시의 충격이 오히려 ‘잠시 숨을 고르는 상태’였고, 이후 지속된 비용 압박과 소비 구조 변화가 실질적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학술 연구 측면에서도 코로나19가 중소기업에 미친 영향은 단기적 충격을 넘어 생존 패턴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했다는 결론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예를 들어 49개국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는 코로나 기간 중 특히 폐업률이 높았던 SMB가 이후에도 완전 회복하지 못했음을 나타내며, 디지털 기술 도입이 일부 생존력을 높였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각국의 소상공인이 단순히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넘어서, 동일한 구조적 어려움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소상공인의 위기는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일시적 충격을 넘어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회복이 아닌 구조적 악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글로벌 소상공인 부도율의 급격한 상승 (미국·영국 사례) 많은 국가에서 팬데믹 당시의 정부 지원금이 고갈되고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소상공인 부도율이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다.
미국: 2025년 8월 기준, 중소기업 파산 보호 신청(Subchapter V)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특히 2024년 전체 비즈니스 파산 신청은 전년 대비 33.5% 급증했는데, 이는 고금리, 인플레이션, 인건비 상승이 결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영국: 2025년 5월 기업 파산 건수는 2,238건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으며, 이는 1993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한 수치이다.
'K형 회복'의 실패: 회복이 아닌 누적된 채무의 폭발
코로나19 직후에는 기저 효과로 인한 일시적 반등을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적 악화’가 고착화되었다.
부채의 질 악화: 미국 연방준비은행(Fed)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100,000 이상의 부채를 보유한 소상공인 비중이 39%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31%)보다 크게 늘었다. 누적된 채무로 인해 대출 승인율은 떨어지고 금융 비용은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비용 구조의 고착화: 2025년 말 기준 미국 소상공인의 70%가 인플레이션을 가장 큰 경영 위협 요소로 꼽았다.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주거비 및 보육비 상승과 맞물린 임금 인상 압박은 전 세계 소상공인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다.
기술 격차에 의한 시장 소외 (OECD 연구 자료)
OECD와 세계은행의 공동 연구(Future of Business Survey)는 디지털 성숙도가 낮은 소상공인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팬데믹 동안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생존 확률이 높았으나, 그렇지 못한 다수의 영세 업체들은 온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 재편 과정에서 영구적으로 고객을 상실되었다.
정책적 한계: 초기에는 생존을 돕기 위한 보조금이 효과적이었으나, 2025년 이후의 경영 환경에서는 단순 자금 지원만으로 기술적 열세와 고비용 구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이 전 세계적인 정책적 고민이다.
현재 소상공인들이 겪는 고통은 '포스트 코로나의 일시적 후유증'이 아니라 '새로운 저성장·고비용 경제 체제로의 강제 편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열심히 일해도 남는 게 없다"는 소상공인의 비명이 터져 나오는 이유는, 소비자들은 AI와 대형 플랫폼이 제공하는 효율성에 길들여진 반면 소상공인의 운영 방식은 여전히 과거의 노동 집약적 모델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6년과 2030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위기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차원의 구조적 재편임을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처럼 세계적인 통계와 사례는 다음과 같은 공통된 구조적 흐름을 보여 준다:
1. 높은 폐업률과 도산률 증가: 코로나 직후뿐 아니라 이후 시점에서도 전 세계 소상공인이 폐업·퇴출 압력을 받음.
2. 매출 감소·비용 증가가 지속되는 경영 여건: 특히 미국·유럽에서 매출 감소 비율이 확대되고, 비용·부채 부담이 누적되는 경향이 확인됨.
3. 회복이 아닌 ‘재편’의 흐름: 소비 구조 변화, 비용 상승, 디지털 경쟁 강화 등으로 인해 단순 회복이 아닌 재편·격차 확대 국면이 나타남.
4. 기술·디지털 전환의 선택적 효과: 디지털 도구가 일부 소상공인 생존에 도움을 주었지만, 모든 사업체가 이를 활용하지 못해 결과 격차로 이어짐.
이러한 근거들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의 소상공인은 팬데믹 이후 회복이 아닌 구조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는 비용·수요·기술·정책 환경의 복합적 충격이 겹쳐진 결과다. 따라서 한국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이해할 때에도 국제적인 대조·비교와 구조적 요인 분석이 필수적이다.
정책미래소상공인연구소
Wj 정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