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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yne Lee Jun 07. 2023

#2 망원 이디엄(IDIOM)

실용, 편리, 편안의 공간

Fact와 Story에 얽힌 한 이야기를 아시나요? Fact는 정말 솔직한 친구입니다. 듬직한 모습으로 진실만 말해주는 그의 모습을 보자면, 대부분의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죠. 하지만 이런 Fact에게도 나름의 고민이 있습니다. 조금 더 울림이 있는 말을 하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조금 더 재미있게, 그리고 오래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Fact는 Story를 찾아갑니다.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멋쟁이인 친구입니다. 가는 모임마다 Story 주변으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곤 했으니, 분명 이 친구는 답을 알 겁니다.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듣더니, 이어 Story도 예상 밖의 고충을 털어놓습니다. 자기가 하는 말이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정말로 재미있어 하지만, 조금 더 진솔한 자신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겁니다. 오래도록 가는 인상을 남기는 일은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가만히 이야기해보니 결론이 납니다. Fact와 Story가 정말 잘 어울리는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준다면 사람들에게 오래 가는 인상을 남길 수 있겠다는 걸 서로가 깨달은 거죠.


출근하면 컨설턴트로 퇴근하면 공간을 탐사하는 소비자로 Fact와 Story 사이를 오가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10월의 글은 그런 나날들에 저를 사로잡은 공간에 대해 기록하였습니다. 실용, 편리, 편안의 공간 망원 이디엄(IDIOM)입니다.

(본 공간은 2023년 3부터 브라운프론트도어로 상호명이 통합되었습니다.)

저는 현재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은 아니 부(不)에 움직일 동(動)을 쓰는 자산(産)입니다. 움직이지 않고,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자산. 부동산이라는 카테고리를 떠나 결국 업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은 어떤 방식이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이리라 믿습니다. Fact와 Story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를 통해서 말이죠.


저는 상업시설 컨설팅을 통해 그 '움직임'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데이터를 하나하나 분석하여 최적의 상품 방향성을 도출하거나, 투자의 타당성을 검토하며 고객에게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한 Fact를 제시하는 일을 통해서요.

이디엄(IDIOM)은 "둘 이상의 단어를 연결해 특별한 의미를 나타내는 관용어 또는 숙어"를 뜻합니다. 패션과 커피, 그리고 공간이 멋지게 엮였으니 여러모로 적절한 이름입니다.

여기서, 많고 많은 부동산의 섹터 중 상업시설(Retail)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또 다른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소비자라는 또 하나의 변수를 고민한다는 것입니다. 이 공간에 방문한 소비자는 과연 어떤 Story에 끌릴지, 그리고 어떤 Story를 나눌지. 이 글은 소비자로서의 '나'의 관점에서 고민한 과정의 기록이자, 이러한 Story가 가득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아카이빙의 결과물입니다.


출근하면 컨설턴트로, 퇴근하면 공간을 탐사하는 소비자로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는 두루뭉술하되 확실한 질문입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좋은 경험, 인상적인 시간’은 모든 공간의 숙원 사업이 되었습니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좋은 걸 찾지 못할지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할지가 더 고민합니다. 저 질문은 이러한 고민을 나누며, 사람들의 단일한 취향들을 살피기 위해 자주 그리고 조심스레 던지곤 했습니다. 답을 듣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남이 좋아하는 것’으로 취향을 확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곳은 그런 사람들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공간을 꾸리는 분들부터, 방문하는 손님들 까지요.


이디엄(IDIOM)은 "둘 이상의 단어를 연결해 특별한 의미를 나타내는 관용어 또는 숙어"를 뜻합니다. “연결하여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각자의 매력이 뚜렷한 여러 브랜드를 편집한 이 공간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아에 위치했던 작은 편집샵에서 출발해 시작해 지금은 망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더 넓은 공간에서 더 많은 걸 펼치게 되었는데요. 더 거시적인 단위에서 패션과 커피, 그리고 공간이 멋지게 엮였으니 여러모로 적절한 이름입니다.

망원동이라는 동네는 괜히 ‘아기자기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립니다. 작지만 본인만의 콘텐츠가 명확한 가게들이 많던 골목 상권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일 텐데요. 그래서 오히려 널찍한 창으로 망원동 상권을 대면한 이 가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저 넓은 안이 무엇으로 차 있을지 말이죠.

공간에 들어서면 먼저 카페 브라운 프론트 도어(Brown Front Door)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사이폰 커피라는 독특한 콘텐츠이자 정성 들인 F&B로서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는데요. 카페로서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온 소비자들의 편안한 휴식 공간이자, 편집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돌릴 수 있는 기회로서 물판 공간과의 연계가 아주 우수했습니다. 


중대형 시설 단위에서나 보여줄 법한 두 요소의 팀워크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요. 편집샵에서 소개하는 브랜드의 매니아뿐 아니라 워크인(Walk-in) 고객의 구매 비율도 상당하다는 점, 그리고 2030대를 넘어 가족 단위도 편안하게 옷을 입어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를 느꼈습니다. 브랜드를 소개하는 공간으로서 정말 이만한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고객 스펙트럼이 다양했습니다.

이날은 같이 간 일행과 공간을 꾸리는 크루 두 분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공간을 기획한 매니저님의 입에서 꾸준하게 나온 단어 3개가 있었습니다: 실용, 편리, 그리고 편안.


이디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큐레이션부터 이 3개의 정체성을 따릅니다. 편집 공간을 가득 채운 다양한 옷들은 모두 ‘실용’적이고 ‘편리’하되 ‘편안’한 디테일의 일상복입니다. 미아부터 끌고 온 이 정체성을 망원에서는 공간 곳곳에 뿌려 두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넓은 공간은 효율적인 동선과 체계적인 배치를 고민하기에 ‘실용’적이고, 가까운 접근성은 사람들이 공간을 찾기 좀 더 ‘편리’하게 만들며, 정성들인 식음 기능은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게 공간에 머물게 끔 하니까요.


여러모로 이 곳에 느낀 인상은 “끊임없되 일관된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좋은 입지와 넓은 공간은 이 스토리텔링을 좀 더 멀리 좀 더 넓게 파급하는 촉매가 되었고요. 아직 망원동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 된 이 곳이 계속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여담이지만, 이 곳은 디렉터와 스케이터 두 분이 한 팀으로 운영하고 계신 공간입니다. “그냥 어때!” 한번 해보는 스케이터의 즉흥성과 “왜?”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디렉터의 체계성이 서로의 빈 틈을 채우며 정-반-합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말하고 나니, 마치 Fact와 Story의 팀워크를 닮았네요. 혹 방문하시게 된다면, 정성스럽게 내려 주신 사이폰 커피와, 크 커피를 정갈하게 따른 옥색 파이어킹 잔에 대한 이야기를 꼭 들어 보길 추천 드립니다.


이디엄(IDIOM)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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