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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YSBE Nov 10. 2017

4-2. 과목 편성, 이대로 가도 좋은가?

학생들의 삶에 정말 필요한 필수 지식은 무엇인가?

  과목 편성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4-1장에서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이번 장에서는 보다 깊이 우리 교육과정의 과목 편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해요.


  ‘과목’이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 이런 교과서 과목들이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교과는 ‘학문’을 중심으로 되어 있습니다. 국어와 영어는 언어를 중심으로 한 학문이고, 수학은 수에 관한 학문입니다. 이러한 학문들은 체계적이며 논리적인 구성을 띄고 있지요. 학문 중심의 과목 구성은 어떠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단계적으로 배우기에 좋은 구성 입니다. 따라서 많은 과목들이 학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그런데 학문이나 기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실생활이나 필요에서 유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족한 부분을 모아 묶어서 만든 교과가 있는데요, 초등학교의 경우 ‘실과’입니다. ‘실생활에 필요한 잡지식을 모아놓은 교과’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즉, 모든 교과가 학문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알고보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여기서 질문 한 가지를 하겠습니다. 교과의 구성이 반드시 학문 위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 아이들은 학문 중심의 교육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것일까요? 학문 중심의 지식 공부를 하느라 우리 아이들이 정작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배우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교과를 편성할 때 당연히 기존의 교과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삶에 정말로 필요한 필수 지식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과감하게 학생들의 삶에 정말 필요한 필수 지식을 길러줄 수 있는 교과를 구성하여 먼저 시간 배당을 하고, 남는 시간에 학문적 지식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아이들의 삶에 도움이 됩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기본 생활 습관의 형성과 공부하는 방법의 학습이 중요합니다. 교과목의 학습이 약간 늦더라도 인성이 바로 서고, 공부 습관이 제대로 형성된 아이는 훗날 더 큰 빛을 발합니다. 쉬는 시간에 놀이를 할 것이 아니라 ‘놀이 시간’이 있어서 친구들과 소통을 하며 제대로 놀이를 하는 방법을 익히게 해야 합니다. 고학년의 경우 스포츠로 놀이를 대신할 수도 있는데, 놀이든 스포츠든 게임을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놀이 후의 반성이나 토론이 중요합니다.  어쩌면 사회 시간에 역사를 배우는 것보다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고조선을 단군이 세운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한가요,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할 때 공평하고 배려하는 태도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요?

  공부하는 방법의 학습의 경우, 개별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면 효과적입니다. 특히 학문 중심의 교과목은 선행학습과 후속학습이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어서 앞선 학년에서 학습 결손이 발생하면, 계속해서 학습을 따라갈 수 없게 됩니다. 학급 중심의 전체 학습이 이루어지는 경우, 속도가 느린 학생들은 자기주도학습을 익히기는 커녕, 보충학습을 하며 진도를 따라가기에 바쁩니다. 어떻게든 친구들을 따라가는게 중요해 집니다. 그러나 일부 과목-특히 수학처럼 위계가 확실한 과목-의 경우 개별 학습, 개별 진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배움이 느린 아이들도 자기 주도 학습을 익힐 기회가 생깁니다. 느리게 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속도로 계속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멘토링 시간을 과목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교사와 과목 공부나 진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아이는 중학생이 되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건강한 생활’ 과목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목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꾸준히 배워야하는 중요한 과목이 되어야 합니다. 체육 과목이 기능 중심이라면 ‘건강한 생활’ 과목은 건강 관리가 중심입니다. 실제적인 건강관리를 중심으로 한 과목이 필요해요. 비만 아동의 경우, 식단 관리부터 운동을 꾸준히 하는 습관까지 만들어 주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교육을 가정에만 맡길 것이 아닙니다. 허약 체질의 아동이나 척추측만증이라든지 거북목증후군을 가진 아이들도 매우 많은데, 이 아이들도 자기 자신에게 적합한 건강 관리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게 한 후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중학생의 경우,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해 보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자유학기제는 그런 의미에서 시도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우연하고 즉흥적인 선택으로 별 생각없이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은 자유학기제가 잘못 운영되고 있는 사례 입니다. 때로 신문기사에서 자신은 악기 연주를 하고 싶은데,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관심도 없는 ‘수학탐구반’에 들어가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자유학기제의 취지에 어긋나는 사례이지요. 학생들은 진로 적성 검사를 받은 후 그저 검사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진로 교사(혹은 담임)와 꾸준한 상담과 피드백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수업 후에는 함께 반성과 피드백을 받고 앞으로의 수업 선택에 참고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만약 초등학교 시기에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이 잘 형성되었다면 이 시기에는 자신이 흥미있는 분야를 찾아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할 수가 있습니다.

  성교육도 이 시기에 중요한 과제 입니다. 요즈음은 이성 교제가 어린 나이때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성경험도 점차 어린 연령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제대로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면, 잘못된 선택을 하여 상처를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저 하지 말라는 ‘금지형 성교육’이 아닌, 제대로 안전하게 교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중학교 시기는 왕따 문제와 같은 학교 폭력이 가장 심각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심리학과 철학은 중학교 때부터 중요한 과목으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덕’과목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도덕’의 경우 ‘올바른 자세가 무엇이다.’를 당위성을 바탕으로 가르치지요. 타인이 주입하는 올바른 삶은 피상적으로 이해되기가 쉽습니다. 아이들은 머리로는 무엇이 옳은지 알지만, 마음속으로는 공감하며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학으로 인간 심리에 대해 과학적인 접근을 하면서,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도덕 시간에 이상적인 대답을 하듯이 실제 생활에서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습니다. 왕따는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친구를 왕따시키고도 자신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거나 따돌림 당하는 친구의 마음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경우가 많지요. 따라서 교과서 사례보다는 교실에서 일어난 실제 사례나 아이들이 살면서 겪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문제를 서로에게 상처가 없게 바람직하게 해결할 수 있는-그저 착하게 행동해라, 네가 참아라가 아닌- 방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실제 생활에서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심리학이나 철학과 같은 교과가 필요합니다.


  고등학교 학생의 경우,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선택형 교육이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앞선 장에서도 언급했기 때문에 간단히 말하자면, 공통교과보다는 전문교과의 비중이 더욱 커져야 할 것입니다. 학생이 임의대로 선택하지 않고, 전문 상담교사나 진로교사를 두어 학생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해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비록 이 시기에 방황을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대학에 가서나 취직을 해서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방황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희망적입니다.

  중학생 때에 이어 심리학과 철학은 고등학생 때도 가장 중요한 과목 중 하나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고등학생 시기는 자아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보다 깊이 철학적으로 접근한다면 건강한 가치관을 형성 하는데에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형성하는 것은 진로 설정에도 도움을 줍니다. 또한 외부로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없는 반항이나 학교 폭력 문제도 줄어들게 됩니다. 자신의 철학을 세우고, 인간의 심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학생이 반항이나 폭력을 일삼는 경우는 드뭅니다. 또한 오늘날은 가정 불화와 같은 문제도 더욱 많아지고 있는데, 학생들이 심리학과 철학 공부를 통해 부모로부터 감정적으로 독립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부모되기교육’도 고등학교 시기에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교과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은 옛날과 달리 핵가족이 대부분이고, 마을 중심으로 인간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아기나 육아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대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진학하는 것이 아니고, 빠른 경우 고등학생 때나 스무살에 바로 엄마나 아빠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부모되기 교육을 이수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부모가 될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고, 육아지식도 없는 채로 부모가 됩니다. 문제있는 부모의 모든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행동을 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의 배경에는 문제있는 부모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기에 부모되기교육을 실시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많은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초,중,고등학교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필수과목에 대해 제안을 하였는데, 덧붙여 최근 필수과목으로 강화하고 있는 ‘역사’교과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합니다. 정부에서 최근 초중고생의 역사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생각해볼 문제가 많습니다.

  먼저, 역사 과목은 왜 배우는가, 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기로 하죠. 역사란 무엇인가요? 역사란 영어로 ‘History’인데, ‘He(사람들)’의 ‘story’라는 것이지요. 이름부터 문제가 많네요. 전통적인 시각의 역사교육은 이름만큼 문제가 많습니다. ‘He’로 대표되는 최고권력자들의 이야기를 역사라고 했던 것이죠.  이러한 역사 교육은 그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지배를 쉽게 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그러나 시민 사회에서의 역사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르쳐야 합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모여들고, 어떻게 나라를 구성하고, 문화와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는지, 그 현상에 대한 이야기이죠.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역사의 발달 과정을 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고, 더 발전된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입니다. 권력층의 행동들을 정당화하고 내면화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시민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현명하게 나라를 이끌어갈지를 생각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역사책을 살펴보면, 애국심과 충성심이 역사 교육의 목표로 보입니다. 고조선부터 우리 나라는 매우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한민족은 우수한 민족이다, 가 핵심이죠. 그리고 우리의 왕들과 대통령들은 훌륭해서 우리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켰다, 이런 이야기들 위주로 쓰여 있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대한민국은 최고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훌륭했다.’는 가치관을 주입하는 역사 교육은 매우 위험합니다. ‘대한민국이 최고다!’ 라는 역사인식은 마치 ‘내가 최고다!’라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개인 인식과 비슷한 면이 많은 것이지요. 앞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나라는 한민족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은 다민족 국가가 될 것인데, ‘자랑스러운 한민족’에 대해 배우게 되면 사회의 갈등이 심화될 우려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 나라가 지금 발전된 모습을 하고 있다면, 그건 어느 지도자가 훌륭해서가 아닙니다. 평범한 국민들 하나하나가 노력해온 결과이고, 훌륭한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위인의 업적 위주보다는 제도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역사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제도의 성공적인 면과 비판해야 할 점을 살펴보고 더욱 훌륭한 제도를 만들어가는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근현대사’가 등한시되는 역사 교육도 바뀌어야 할 부분입니다. 우리 나라가 반만년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워할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역사가 채 300년도 되지 않은 미국이 전세계의 최강대국인 것을 보면, 역사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반만년 되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구석기 시대에 뗀석기를 사용하고, 신석기 시대에 간석기를 사용했으며, 여러 가지 돌들을 보고 구석기인지 신석기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학생들의 삶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요? 오히려 대한민국의 탄생부터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역사입니다. 고대로 분류되는 삼국 시대에 어떤 왕이 불교를 받아들이고, 법령을 정비한 것을 배우는 것보다, 대한민국에서 언제 법이 생겨나고, 그 법은 어떤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으며, 어떤 내용을 담고있는지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일제 시대에 개화파, 척사파로 나뉘어 싸운 것보다 현대에 FTA를 왜 반대하고 찬성하는지를 배우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역사 교육에서 대한민국 건국이후 역사에서 중요한 일들과 갈등, 해결 과정들을 주의깊고 깊이 있게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근현대사 교육을 회피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대한민국이 처음 세워질 당시에 독재가 수십년간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독재자는 근현대사 교육을 두려워합니다. 시민들이 역사와 정치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력을 가지게 되면 자신의 권력에 도전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오랜 기간동안 역사교육은 고대사부터 조선시대의 역사까지를 중심으로 가르쳤습니다. 근현대사는 마지막 부분에 조금 나오는데, 시간에 쫒겨 수박 겉핥기 식으로 넘어갔지요.

  두 번째는 근현대사 교육은 정치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예민한 부분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피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근현대사 교육을 받지 못하면 국영수는 잘하지만 사회에 대해서는 우중-무식한 군중-으로 자라납니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진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더욱 살기좋은 나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지만, 우중은 언론과 매체 혹은 부모님의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 갈등을 대물림하거나 언론에 휘둘려서 그릇된 선택을 합니다. 학교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하면 아이들은 부모의 의견과 매체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기회를 갖기 어렵습니다.  

  근현대사 교육이 학생들에게 정치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갈등은 교육적으로 가치가 있게 활용하면 되는 것입니다. 역사교육은 가치관의 주입이 아닌,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현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교사는 자신의 견해를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견해를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때로는 바꿀수도 있는 자유로운 토론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교사가 조율하거나 보호할 수 있는 공간 안에서 사회보다 비교적 안전하게 정치적 갈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갈등을 통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현명하게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갈등을 겪어보고, 해결해 본 경험을 한 아이들은 사회에 나와서 여러 갈등이 생겼을 때에 보다 현명하게 의견을 조율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역사는 지난 역사를 부정하면서 발전합니다. 조선이 망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입니다. 고조선, 삼국, 고려, 조선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아닙니다. 삼국인 고구려, 백제, 신라는 ‘남한’과 ‘북한’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남한과 북한은 원래 하나였던 나라가 분단된 것이지만 삼국은 서로 같은 나라였다는 의식이 없었습니다. 고려는 신라의 적이었고, 조선은 신라의 적이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배우고 있는 역사는 이땅에 살고 있는 우리 조상들의 발달사, 더 나아가 인류의 발달사로 볼 수는 있을 것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인류발달사는 선택과목으로 해도 괜찮은 것입니다. 우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할 교과는 오히려 우리가 ‘근현대사’라고 부르는 ‘대한민국의 역사’ 입니다.  


  기존에 편성되어 있는 과목들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닙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들이 기존 과목들에 가려 무시되고 있습니다. 수학을 좀 모르는 것보다 부모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이 실제 사회에 나가서 필요한 역량은 교과에 대한 지식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알고 진로선택을 해야 하며,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고, 좋은 부모가 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사회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진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자신의 삶을 디자인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함께 즐거운 놀이’, ‘자기주도학습’, ‘건강한 자기관리’, 심리학, 철학, ‘부모되기’, ‘대한민국 역사’ 등의 과목을 만들어 깊이있게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목이 우선이 되고, 남는 시수에 기존의 과목들을 적절히 편성하는 것이 아이들의 실제 삶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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