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뿌리를 단단하게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토양
보통 인간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다고 합니다. 유전적인 힘이 더 큰가, 환경의 힘이 더 큰가는 교육학 분야의 고전적인 토론 주제입니다. 경험적으로 저는 유전의 힘이 환경의 힘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해바라기 씨는 해바라기로 자라고 민들레는 민들레로 자라나지, 토양과 거름을 아무리 바꾸어가며 노력한들 다른 식물이 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타고난 기질을 잘 살펴보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환경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부분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타고난 기질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되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일 것입니다.
해바라기가 노력한다고 민들레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건강하고 튼튼한 해바라기가 되는가, 얼만큼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병풍해에 다치지 않고 제 수명을 다하는가는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음을 말해줍니다.
아이들도 자신의 성격과 모습을 타고납니다. 그리고 그 타고난 모습은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타고난 모습을 잘 다듬어 개인적으로 얼마나 행복하게, 사회적으로는 얼마나 잘 적응하여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살 수 있는가는 자랄 때 적절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질적으로 아주 예민한 아이가 어린 시절 상처를 많이 받으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가지고 살게 되거나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성격으로 자라나겠지요. 그러나 적절한 환경에서 충분히 사랑받으며 자라나면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어른으로 자라납니다. 타인의 마음을 남들보다 더 잘 헤아리며 적절한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자신의 마음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 내는 예술가로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기질적으로 다혈질인 아이가 상처를 많이 받고 자라면 늘 화를 내거나 주변 사람들과 싸우고 심한 경우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절한 환경에서 충분히 사랑받으며 자라나면 낙천적이고 활달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거나 사업가나 달변가로 이름을 날리게 될지도 모르지요.
땅에 씨를 뿌려본 적이 있나요? 땅 속에 씨를 뿌리면 먼저 뿌리가 나옵니다. 뿌리가 내리고 양분을 빨아들이면서 줄기와 잎도 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처음 눈으로 보는 것은 새싹이지만 실은 뿌리가 먼저입니다.
큰 나무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나무의 굵은 기둥과 풍성한 나뭇잎, 아름다운 꽃과 달콤한 열매를 보지만 보이지 않는 곳, 그 나무를 서 있게 하는 건 보이지 않는 땅속에 깊이 내린 뿌리입니다. 큰 나무의 뿌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고 땅속 깊이 넓게 퍼져 있습니다.
식물의 크기가 클수록 뿌리가 깊고 단단하게 내려 있습니다. 강조해서 말하자면 뿌리가 깊고 단단하게 내려 있어야만 식물이 더 클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흔히 조상이나 부모를 뿌리에 비유합니다. 그러나 저는 부모란 뿌리보다는 그 뿌리가 내린 토양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아이는 부모와 독립된 존재이지만, 부모라는 토양 속에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립니다. 부모라는 토양이 비옥하고 건강하면 아이들도 더 깊이 단단하게 이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더 많은 잎과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부모가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라고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교육에 있어서 '유전'과 '환경'이 중요한데, 유전은 100% 부모가 물려주지요. 그런데 환경조차도, 특히 자아와 성격이 형성되는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아이의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환경입니다. 그러니 '부모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요! 정부 차원에서 실시하는 의무 교육에 '부모 교육'이 포함되지 않으니, 셀프로라도 반드시 부모 교육을 받으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모가 아이가 건강하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자라게 하는 좋은 토양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아이가 부모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며 현대 사회에서 바람직한 부모의 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 장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