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배 Feb 26. 2023

“나라마다 가격이 다르다니까!”

태국여행 ③ ZARA지수와 국제무역


치앙마이 가장 큰 쇼핑몰 센트럴 페스티벌에서였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여름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도 느낄 겸, 우리만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하다못해 입을 빨간색 탑이라도 있나 싶어서 그리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택시를 이용해 도착했다. 친구는 쇼핑몰에서 만난 익숙한 브랜드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는 나와는 달랐다.


“저건 한국에도 있는 왜 굳이 여기서?”


“가격이 쌀 수도 있고 물건이 다를 수 있잖아!”


“가격은 비슷하지 않나?”


순간 가지고 있던 기억들이 저 너머에서 밀려왔다. ‘이탈리아 ZARA는 체감 한국이랑 같았는데 스페인에서는 가장 저렴하다 하고, 우리나라에서 비싼 베네통은 이탈리아에서 완전 저렴했고 무인양품은 대충 같았고..’ 하지만 가격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이제껏 느꼈던 점의 확실한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일단은 친구 말처럼 태국에만 있는 것을 살피기 위해 인터넷에 ‘태국쇼핑리스트’를 검색했다. 가장 많이 사가는 것이 와코루 속옷, 태국에는 현지공장에 있어 속옷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는 속옷엔 관심이 없는지 콧방귀를 뀐다. 태국쇼핑리스트에 있는 과자류 중 마약쥐포라 불리는 벤또에도 관심이 없다. 이미 한국에는 벤또를 먹을 수 있는 수입과자점이 너무 많이 생긴 까닭이다. 말린 과일, 나라야 파우치, 음식소스, 헤어 제품, 실크 제품 등 제안한 것들 중에 아무것도 친구의 흥미를 얻지 못한 나는 남은 여행일정에 가까운 쇼핑몰인 마야몰이라도 갈까 싶어 태국에서 구매하면 더 저렴할 브랜드를 찾아 헤매고 또 헤매면서도 나라마다 상품 가격이 다른 정확한 이유를 찾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대학시절, 내가 사회대학의 무역학과 수업을 들었다면 접했을 국제무역이론이 튀어나온다. 아쉽게도 무역학과의 친구랑 놀기 바빴을 뿐, 사회대학 건물에서 들은 수업이라고는 기독교의 이해와 패션의 이해라는 교양수업뿐이었다. 국제무역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물음을 던진다. 왜 세계 각국은 서로 무역을 하는가?, 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은 얼마나 되는가?이다. 첫 질문은 ‘국가 간 기술 수준 차이’(데이비드 리카도)와 ‘국가 간 부존자원의 차이’(헥셔와 올린)이라는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서 ‘자급자족일 때의 가격과 국제무역 시의 가격이 얼마나 다르냐가 무역의 이익을 결정한다’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목적에 의해 자국과 외국에서의 다른 가격이 또한 국제무역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ZARA의 옷들이 세상을 돌고 돌며 판매가 되니 그 국가의 많은 조건들로 인해 가격이 다르다는 생각이었는데 처음부터, ‘상품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무역이 발생한다’라는 근본적인 조건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만약 세계 각국에서 상품가격이 동일하다면 무역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와 국가 간 교역조건이 우호적으로 설정될수록 무역의 이익이 극대화되고 교역조건이 우호적으로 설정된 국가에서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후생이 증가한다는 원리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 이러한 교역조건을 변동시키는 요인에는 수입관세, 경제성장 등이 있다. 하지만 상대공급곡선과 상대수요곡선 같은 것들은 내가 이해하기엔 참 어렵다. 모든 세상의 그래프들과 친한 분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3년 전 응시했던 TESAT(경제이해력검증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던 것이 생각난다.


아이폰 6이 나왔을 때, 미국에서는 최저가격으로 649달러(당시 환율로 약 73만 원), 싱가포르에선 약 85만 원, 영국에선 약 93만 원 그리고 인도에선 무려 약 108만 원에 달하여 미국 판매가의 1.5배에 육박한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달러강세가 큰 요인이긴 하지만 가격차이는 그것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다. 스마트폰 판매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장분석업체 HIS 글로벌의 선임 애널리스트 대니얼 글리슨이 말하길, “국경과 통화를 초월한 가격비교는 상당히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며 “우선 세계 각국의 가격에는 대부분 소비세가 포함된다. 하지만 미국은 예외다. 그것만으로도 미국 판매가가 10% 가격 우위에 선다. 수입관세와 운송비용도 가격차이를 벌리는 요인이다”라고 전했다.


2021년, 아이폰 13시리즈가 발표되었을 때다. 미국 출고가는 세금 제외 799달러(약 93만 원)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고가 109만 원으로 미국을 제외하고 6위를 차지에 비교적 저렴한 축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캐나다의 가격이 868달러(약 101만 원)로 가장 저렴했고 반면 브라질은 1446달러(약 169만 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아이폰이 가장 비싼 국가로 드러났다. 그렇게 국가별로 가격이 8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원인은 각 나라마다 다른 미달러와 환율 이외에도 각 나라별로 상이한 관세율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미국과 FTA 협정을 맺는 국가들은 관세의 부담이 없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세가 높아 가격이 비싸다. 17위 이하의 대부분이 유럽국가다.


나라별로 다른 물가를 비교하기 위해 흔히 사용도는 것이 빅맥지수이다.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에서 팔리는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각국 빅맥 가격인데 맥도널드 햄버거는 일반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크기, 재료, 품질 면에서 표준화되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 간 물가 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하는데 용이하다. 영국의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에서 1986년 처음 고안하여 매년 1월과 7월에 분기별로 발표한다. 즉 한나라의 빅맥지수가 미국보다 높으면 그 나라 통화가 달러보다 고평가 되어 있다고 말하며 반대로 미국보다 낮으면 그 나라 통화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본다. 빅맥지수 이외에도 아이패드 지수, 스타벅스 카페라떼 지수, 이케아지수 등이 개발되어 왔다.


전자제품과 식음료 등에서 이러한 나라별 지수들을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면 내가 찾는 의류, 잡화들에 대한 지수는 없을까 하던 갈증에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교수님들이 발표한 ‘글로벌 시장 패션 브랜드 가격 비교 조사 연구’에서 소중한 지표를 발견했다. 패션산업은 동일 제품에 대해서도 국가 별 가격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다. 고마운 분들의 자료 속 ‘자라지수’에서 답을 찾았다.


“한국 자라 제품의 평균 가격은 86.87달러, 미국 자라제품의 평균 가격은 69.11달러로 미국 대비 가격이 25.69%로 높게 나타났고 자라지수를 통해 국가별 패스트 패션 시장의 물가 수준을 파악한다고 할 때 한국의 경우 미국 대비 패스트 패션 브랜드 제품 가격이 25.69%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국가별 최고 가격은 91.03 달러, 최소 가격 47.20달러로 나타나서 국가별 가격 차이가 약 40달러인 것을 볼 수 있다.

자라의 원산지인 스페인의 경우에는 평균 가격 50.76달러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으며 한국 자라 가격은 스페인에 비해 71.4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외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의 유럽국가의 자라 평균 가격은 66.45달러로 동일하였고 포르투갈, 안도라의 경우 자라 원산지인 스페인보다 가격이 낮게 나타났다. “


설레는 마음으로 자라지수 도표를 보며 수많은 국가 중 얼른 ‘THAILAND’를 찾았다. 한국은 제품 평균가격이 86.87달러, 태국은 81.90달러였다. 평균 5달러나 싸게 살 수 있다면 나야 땡큐다. 물론 본문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자라의 경우 아이템에 따라 국가 간 가격차이가 있으며 남성용 팬츠의 가격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그리고 국가 간 가격 편차가 가장 낮게 나타난 아이템은 여성용 원피스이다.


결론적으로 동일한 패션상품에 대해서 국가별로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국가별 환율과 물가 수준의 차이이다. 글로벌 시장의 경기에 따라 시기적으로 환율이 변화하기 때문에 각 국가의 제품 가격을 달러로 변환하였을 때 환율에 따라 가격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국가에 따라 전반적인 패션 제품의 물가차이가 발생하며 이는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 국가에 따른 패션제품 관세 및 제조 간접비용 차이이다. 국가에 따라 패션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와 운송비, 인건비 등의 제조 간접 비용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러한 제반비용의 영향으로 동일 제품에 대한 가격차이가 발생한다. 셋째, 국가에 따른 차별화된 가격전략이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갭의 경우 국가에 따른 가격 차이가 적게 나타났으며 전반적으로 표준화된 가격정책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럭셔리 브랜드인 버버리의 경우, 아시아에서 럭셔리 브랜드가 고평가 되고 있으며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제품에 대한 소비와 수요가 높기 때문에 유럽 대비 상대적으로 고가의 가격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 같은 종류의 상품에 대해서는 하나의 가격만이 성립한다는 ‘일물일가의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을 가격 비교에 적용해 본 것이 빅맥지수이다. 하지만 현실, 시장거래에서 일물일가의 법칙은 통용되지 않는다. 각 국가마다 그 물건의 가격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럴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는 앞서서 봤던 환율, 관세, 수송비용 같은 무역장벽과 또 하나로는 서비스의 측면이다. 빅맥지수에서는 정확한 값을 도출할 수가 없다. 이는 물품 외적인 즉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비용이 계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은 높은 서비스가격 등으로 인하여 가격 수준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각 국의 소득 수준을 고려한 수정된 지수가 필요하여 개발된 것이 빅맥 보정지수이다.


완벽하게 나라의 물가를 비교하는 것 같아 보이는 빅맥지수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빅맥보정지수를 보면서도, 완전경쟁시장은 없기에 시장거래에 있어서 성립되지 않는 일물일가의 법칙을 보면서도 완벽한 것은 없구나 생각된다. 수많은 법칙과 계산 속에도 발견할 수 있는 예외과 가설들로 ‘그저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구나’라는 생각에, 문득 조선시대 달항아리가 생각난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아름다운 자태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세상의 법칙들이 완벽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생기는 많은 불완전한 부분들에 곤두세웠던 머리가 느슨해지고 있었다.


평소 열심히 절약하며 살아가는 성격은 아니기에 자라지수에서 발견한 5달러를 태국에선 저렴하게 살 수 있겠다 싶은 생각도 겸연쩍다. 뭐 대단한 걸 사겠다고! 중요한 것은 절약도 브랜드별 가격도 아닌 것 같았다. 유니클로니 ZARA니 나라별 가격을 찾던 핸드폰을 멈추고 앞에 있는 친구를 본다.


이상적인 완—전 경쟁시장은 없는 것처럼,

다만 그저 완전하지 않은 나를 믿고 온 마음과 믿음을 계산 없이 내어주는 친구에게 감사하며.







“친구야 별시리 싼 건 없는 것 같다야,

태국에서 사갈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추억!?”








그때 저 선글라스를 샀어야 했는데

















참고, 인용


논문

2013, ‘글로벌 시장 패션 브랜드 가격 비교 조사 연구’, 추호정, 이하경, 백은수, 권현진, Fashion Information and Technology


기사

2009,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 언론기고, 이인구, ‘경제기사야 놀자~일물일가의 법칙은 왜 성립하지 않을까요?’

2010, 중앙일보, 오성희, ‘이젠 아이패드 지수’

2015, 중앙일보, ‘애플가격이 나라마다 다른 이유’

2015, 시사오늘시사ON, ‘韓 이케아 가격, OECD 중 두번째…"한국 제품과 비교해야’, 방글

2015, 시사오늘시사ON, ‘ZARA가격, 가장 비싼 나라도 역시 한국’, 김하은

2019, 사이다경제, ‘유니클로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는?’, MIKE RHO

2020, 커피메이트, ‘세계 각국마다 다른 스타벅스 음료가격’, 지티에치

2021, 디지털데일리, 임재현, ‘아이폰 13, 韓 6번째로 저렴,,,국가별가격 왜 다를까?’







매거진의 이전글 치앙마이, 여자는 안 돼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