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간호사가 되기까지.
Feat. 웨이팅게일
간호사는 아무나 하는 직업이 아니다.
이번에는 갑자기 대학병원 웨이팅 하는 간호학과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써 볼까 한다.
지금은 뉴스에서 접해서 알고 있겠지만 의사 파업기간이다. 그렇기에 병원에 환자들이 전에 비해 적어서 간호사들에게 무급휴가를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대학병원들은 적자가 엄청나다고 뉴스에서 떠들어 댄다.
하지만 전부터 대학병원에는 입사 대기 기간들이 존재했다. 입사 대기가 무엇이냐? 다른 곳도 이런 게 있나 모르겠지만 간호사들은 4학년 학기 중에 취업을 먼저 하고 다음 연도 간호사 국가고시(면허시험)를 통과해서 면허가 발급되면 입사 순번에 따라 입사하게 된다. 예를 들어 24년도 신입간호사 채용을 200명 한다고 해보자. 최종합격한 200명의 예비 졸업생들에게 1번부터 200까지의 입사 순번을 부여한다. 그리고 매 달 일정 수준의 채용인원을 공개하고 그다음 달에 입사하는 방식이다.
쓰다 보니 이 웨이팅게일들의 애로사항들이 참 많다.
대학병원에 합격한 현재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또는 겪었던 불편(불만) 사항들을 먼저 언급해보고자 한다.
1. 내가 언제 들어갈지도 모른다. 이것도 진짜 엄청난 고역이다. 입사 순번이 200명 중 100번이라고 가정해 보자 매달 몇 명이 들어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사과에서 그 달 퇴사자 또는 증원이 필요한 부서에 따라 임용인원을 정한다. 1월은 10명이 될 수도 있고 2월은 30명이 될 수도 있고 아무도 모른다. 이게 왜 사람 피를 말리냐면 타 지역으로 일하러 갈경우 미리 방을 구해놔야 할 수도 있는데(기숙사 있는 병원도 있다.) 그것도 못한다. 또 기다리는 기간 동안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병원에서 갑자기 전화 오면 다음 달 출근해야 한다. 지금 일하는 직장에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정말 언제 불려 갈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이다.
2. 그 말은 즉슨 내가 재수가 없으면 1달을 기다리게 될지 1년을 기다리게 될지 1년 반을 기다리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난 취업을 23년에 했는데 24년에 들어갈 수도 25년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거다. 병원은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채용해 놓고 기다리게 하냐? 그건 그냥 병원이 갑이고 간호사가 을이기도 때문이다. 병원은 최소인력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잉여인력이 없다. 항상 최소의 인원으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근데 하도 퇴사자가 많고 해서 대충 예상으로 인원을 뽑아 놓는 것 같다.(이것은 뇌피셜)
3. 입사 전까지 내가 어떤 부서에 갈지도 모른다. 물론 희망부서들을 받기도 한다. 2개에서 3개 정도? 하지만 기피 부서를 받는 병원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병원에는 꽤 많은 부서가 있다. 흔히 아는 병동부터 특수파트(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가 있다. 4학년의 실습을 하더라도 모든 부서를 경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또 짧은 시간 동안 실습생으로서 이 과가 나에게 맞는가?를 고민하는 것조차 어렵다. 뭐 그래도 희망지를 조사하는 건 좋은 거다. but 희망한 데로 되는 건 전생에 덕을 3대가 쌓았다고 봐도 된다. 왜냐하면 내가 입사하는 달에, 내가 입사순번에 맞아서 해당과에 자리가 난다(퇴사자가 발생했다는 뜻)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얻어걸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운이 좋다기 보단 퇴사자가 많이 나는 부서 특성상 매우 힘든 환경이거나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로 많이 나가는 걸 수도 있다. 그래서 힘들게 들어가서도 나가는 사람이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미리 알려주는 병원도 있다고는 한다.)
너무 불만들만 늘어놓은 것 같은데 좋은 점도 있다.
1. 취업도 됐겠다 놀자판이다. 지금 이 시기에 열심히 놀아도, 여행을 다녀도 그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 진정한 책임 없는 자유를 누려도 된다. 왜? 우리는 취업을 했으니까~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하니까. 근데 놀자판에도 열심히 병원 경험 쌓고 자격증에 N-CLEX까지 따는 훌륭한 동기들도 많다. 나도 1년 넘게 웨이팅을 하며 너무 노는 것 같아서 자격증도 따고 그랬다. 하지만 노는 친구들도 많다.
어 근데 잠깐 장점이 더는 없다. 자유시간 외엔 돈도 못 벌고 경력도 못 쌓고.. 장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