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원하는 것은 '연애'인가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스스로를 살뜰히 챙기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지브리 미술관도 다녀오고
운동과 명상, 카페인 끊기도 시작했어요.
저는 요즘 행복합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창문을 활짝 열고
좋아하는 향을 피워요.
그리고 아끼는 LP를 기계에 올리고
쇼파에 누워서 옅은 여름 바람결에 잠이 듭니다.
그러다 부시시 일어나
맛있는 저녁을 스스로에게 대접하고
책을 읽다가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
저의 요즘 일상이에요.
얼마전 브런치에서 저를 '연애 분야 스토리 크리에이터'로 선정해주셨어요.
과분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부담스러웠습니다.
제가 요즘 '연애'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연애를 마치 안하면 안되는 것, 못하면 네가 모자란 사람인 것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좋은 사람을 찾는 법에 초점을 두기보다
자신 옆자리에 누군가를 주저 앉혀
커플임을 과시하는 법에 몰두하는듯 합니다.
아름다운 대상과의 판타지 로맨스.
성욕을 푸는 방식이자 상대가 트로피가 되는 연애.
한국 연애 시장의 매커니즘은 이런식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연애의 뜻은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귐'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 서로에게 성적인 매력이 없다면 연애가 아닐까요?
연애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성적 매력'일까요?
제가 가진 근본적인 의구심은
우리 사회가 연애에는 그토록 열광하면서
사랑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나가는 아이에게 웃어줄 수 있는,
작은 존재들에 대한 사랑.
몸이 불편한 이에게 선뜻 자리를 양보하는
배려 깊은 사랑.
모자란 자신을 보살펴주는
오래된 연인을 향한 사랑.
부모가 자신을 헐어서 마련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베푸는 사랑.
이런 소중한 사랑들이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이 사회에서
연애가 무슨 소용인가 싶은 것입니다.
연애의 끝, 결혼의 결실인 아이들에게
이 사회가 얼마나 각박한지 보셨다면
이것이 얼마나 기형적인 상황인지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를 꼬시고 사랑에 빠뜨리는 것.
짧은 순간에 느끼는 설렘과 쾌락은 덧없게 느껴졌습니다.
연애감상을 적는 저의 보잘것 없는 에세이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겠지만
저에게는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연애 에세이를 잠시 멈춘 이유입니다.
저는 이번주부터 소설 작법 수업을 듣기 시작합니다.
넓은 글의 바다로 나아가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저의 모자란 글에 대한 부끄러움이 조금 사그라들면
여기에도 그 글들을 올려볼게요.
그리고 만약 브런치 관계자 분들이 제 글을 우연히 보신다면
꼭 말씀 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제가 지명된 이 분야에 '연애' 스토리 크리에이터라는 단어보다
'사랑' 스토리 크리에이터라는 단어를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심풀이로 보고 지나칠 연애에 대한 글들도 좋겠지요.
하지만 브런치에는 조금 더 사랑에 대한 진중하고 소중한 글들도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정의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합니다.
브런치에 연애가 아니라
사랑을 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오늘 하루도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평화와 사랑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곧 돌아올게요.
따뜻한 여름날 되시길.
- 유조 드림
ps*
메인 사진은 한날 한시에 하늘나라로 떠난
노부부가 마지막으로 맞잡은 손을 찍은 사진입니다.
이들은 50년 넘게 서로를 무척 사랑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