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들은 왜 미신을 믿게 될까?

악기의 세계

by 레몬푸딩

의외로 클래식 연주자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들 사이에는
미신에 가까운 믿음들이 적지 않다.
이는 단순한 징크스라기보다,
악기·신체·심리 상태가 극도로 밀접하게 맞물린 직업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관습은
연주 직전에 현을 전부 새로 갈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 현은 소리가 날카롭고 불안정하다.
손에 아직 익지 않은 감촉과 예측하기 어려운 반응은
연주자에게 불필요한 긴장을 안긴다.
그래서 바이올리니스트들 사이에서는
“현은 반드시 길들여야 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또 하나 널리 퍼진 믿음은
공연 당일에는 자신의 악기를 타인에게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이올린은 온도와 습도,
그리고 사람의 손길에 극도로 민감한 악기다.
연주자들은 악기가
자신의 손 압력, 활의 각도, 호흡에 맞춰
미묘하게 반응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공연을 앞둔 날만큼은


악기를 남의 손에 맡기는 일을
운이 나빠지는 행위처럼 여긴다.
실제로 악기의 상태가 크게 달라지기보다는,
연주자의 심리가 흔들린다는 이유가 더 크다.

무대 위에서 전해 내려오는 징크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주 도중 활을 떨어뜨리면 ‘액땜이 끝났다’는 믿음이다.


이미 최악의 순간은 지나갔으니
이제 더 나빠질 일은 없다는
일종의 자기 암시인 셈이다.
이런 믿음은 실제로
연주자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연주자들이 바이올린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닮은 존재로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연주자들 사이에는
“바이올린은 주인의 성격을 닮는다”는 말이 자주 오간다.
섬세한 사람의 악기는 섬세한 소리를 내고,
거친 사람의 악기는 강한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