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레가의 사랑

예술가의 이야기

by 레몬푸딩

― 말하지 않은 감정을 기타에 남긴 사람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사랑은
격정도, 스캔들도 아니다.
그의 사랑은 언제나 조용했고, 안으로 접혀 있었고, 음악으로만 남았다.

타레가에게 사랑은 ‘고백’이 아니었다

타레가는 성격 자체가 매우 내성적이었다.
무대에서조차 과장된 제스처를 쓰지 않았고,
사람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걸 극도로 꺼렸다.

그래서 그의 사랑 역시
편지나 선언이 아니라
기타의 울림으로만 표현되었다.

그는 말 대신

느린 아르페지오
반복되는 트레몰로
사라질 듯 이어지는 선율

을 선택했다.

가장 유명한 사랑의 흔적,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타레가의 사랑 이야기를 말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곡이 바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다.

이 곡은
그가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방문한 뒤 쓴 작품인데,
표면적으로는 풍경의 음악처럼 보인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이 곡을

“붙잡을 수 없는 순간,
사라지는 사랑에 대한 음악”

으로 해석한다.

트레몰로로 이어지는 주선율은
마치 말하지 못한 감정이 끊기지 않게 붙잡는 호흡처럼 들린다.

사랑은 늘 ‘기억’의 형태였다

타레가의 곡 제목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Recuerdos (추억)
Sueño (꿈)
Lágrima (눈물)
Adelita (누군가의 이름)

현재진행형의 사랑보다
지나간 감정, 마음속에 남은 잔상이 훨씬 많다.

그는 사랑을 소유하려 하지 않았고,
붙잡지도 않았다.
대신 기억으로 간직했다.

기타라는 악기 자체가 그의 사랑 방식

기타는

음량이 작고
가까이에서만 들리며
혼자 연주하기에 최적화된 악기다.

타레가는 이 악기의 성격을
그 누구보다 정확히 이해했다.

그래서 그의 사랑은
콘서트홀을 울리는 고백이 아니라,

누군가 바로 옆에 앉아 있어야
들릴 수 있는 고백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