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의 세계
클라리넷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 악기다.
밝게 웃다가도, 한 박자 뒤엔 깊게 가라앉는다.
그래서 클라리넷의 소리는 언제나 사람의 감정선을 닮아 있다.
이 악기는 18세기 초, 요한 크리스토프 데너에 의해 개량되었다.
당시에는 단순한 신호용 악기에 가까웠지만,
클라리넷은 곧 노래할 수 있는 관악기로 자리 잡는다.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밝음과 어두움이 한 몸 안에 공존했기 때문이다.
클라리넷의 음색은 두 얼굴을 가진다.
높은 음역에서는 햇빛처럼 투명하고,
낮은 음역에서는 밤처럼 깊고 따뜻하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에서는
목가적인 장면과 고독한 독백을
모두 맡는 역할을 한다.
이 악기는 숨을 과시하지 않는다.
오보에처럼 긴장을 드러내지도,
색소폰처럼 감정을 밀어붙이지도 않는다.
대신 조용히 말을 건다.
그래서 클라리넷의 솔로는
귀에 남기보다 마음에 남는다.
연주자에게 클라리넷은
기술보다 균형을 묻는 악기다.
힘을 주면 거칠어지고,
힘을 빼면 금세 흐릿해진다.
가장 좋은 소리는 늘 중간 어딘가에 있다.
모차르트가 클라리넷을 사랑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이 악기에서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온도를 들었다.
과장되지 않고,
그러나 결코 차갑지 않은 소리.
클라리넷 한 음이 시작되면
공기는 잠시 고요해진다.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아주 인간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조심스럽고, 다정하며, 오래 남는 소리.
클라리넷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낮은 목소리로 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