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인물
장필리프 라모는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단순한 작곡가가 아니라, 음악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사상가였다.
1683년 프랑스 디종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오르간과 음악 이론을 배웠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오히려 지방 교회 오르가니스트로 오래 활동하며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그의 진짜 영향력은
오페라보다 먼저 이론서에서 시작된다.
1722년 출판된
《화성론(Traité de l’harmonie)》은
음악의 구조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였다.
이 책은 이후 서양 음악 화성학의 기초가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라모는 학자에 머무르지 않았다.
50세가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오페라를 발표했고,
그 첫 작품이 바로
이폴리트와 아리시 이다.
작품은 당시 파리 음악계를 뒤흔들었다.
그의 음악은 기존 프랑스 전통보다 더 대담했고,
화성은 더 복잡했으며,
관현악은 더 화려했다.
이후
우아한 인도인
같은 작품을 통해
그는 궁정 오페라의 중심 인물이 된다.
라모의 음악은 독일 바로크(바흐, 헨델)와는 결이 다르다.
엄격한 대위법보다는
색채와 장식, 무용적 리듬을 중시했다.
그의 작품에는
프랑스 궁정의 세련됨,
발레의 우아함,
그리고 정교한 계산이 함께 들어 있다.
라모는 격정적인 천재라기보다
정밀한 설계자에 가까웠다.
감정은 절제되어 있고,
구조는 치밀하다.
그는 음악을 “흐르는 감정”이 아니라
“조화롭게 조직된 체계”로 보았다.
그래서 라모는
열광의 작곡가라기보다
질서와 세련됨의 작곡가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