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데우는 커피

예술가의 커피이야기

by 레몬푸딩

라흐마니노프에게 커피는
활기를 위한 음료라기보다
깊이를 유지하는 시간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는 화려한 피아니스트였지만
내면은 늘 조용하고 신중했다.
젊은 시절 교향곡 1번의 실패는
그에게 긴 침묵을 남겼고,
그 침묵은 그의 성격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커피 한 잔은
그 조용한 시간을 더 길게 붙들어 주는 존재였을지 모른다.

따뜻한 잔을 손에 쥐고
천천히 악보를 바라보며
한 음, 또 한 음을 깊게 눌러보는 시간.

그의 음악이
빠르게 번지기보다
넓게 울리는 이유는
서두르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커피는
그리움을 잠재우는 것도,
격정을 끌어올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먼 고향을 떠올리며
마음을 정리하게 해주는
조용한 동반자였을 것이다.

라흐마니노프에게 커피는
고독을 깨우는 향이 아니라
고독을 견디게 하는 온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