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팔 어디로

by c 씨


긴 시간 버스를 타고

움츠린 몸,

더 움츠려서

좁은 골목에 들어가야 했어.


골목이라고 하기 어렵지.

평소 사람이 지나갈 길이 아니야.

한 건물과 바짝 붙은 벽 사이지.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수 있어.


중간에 굴뚝 같이

올라온 곳,

지하에 작은 창이 달린 곳이야.


거길 넘어가야 하는데

두꺼운 스티로폼이 있는

패널로 덮어졌어.


내 무릎 높이보다 훨씬 높아.

양쪽 벽 양손으로 밀듯 잡고

한 발 크게 올려 힘냈어.


올라갔는데 패널 양 끝이

밑으로 휘어져 있고

어디까지 내 발을 지지해 줄지 몰라.


올라오고 다시 내려가야 해.

내려가려고 하니

어디쯤에서 뛰어내릴지 모르겠고

너무 좁아서

뛰기 어려울 거 같아 난감했지.


양손으로 긴 홈을 잡았어.

왼쪽에 파이프 밑 긴 홈이 있고

오른쪽에는 창틀 홈이 있어.


오른쪽이 왼쪽보다 홈 자체가

내 가슴 높이, 그 길이만큼 더 높았지.

왼손은 아래, 오른손은 한참 위로 잡고

천천히 한 발에 힘주고

다른 한 발 내딛고자 했어.


패널 끝 휜 부분은 발로 딛지 못할 거 같아

좀 더 평평한 뒤편에 한 발 두고

다른 한 발 천천히 내려.


양손부터 양어깨에도

위로 올리는 힘을 내며 내려가.


오른쪽 어깨와 가슴 쪽 뒤틀린 듯

순간 큰 아픔이 생겼지.

놀라 빠르게

발 하나 바닥에 닿았어.

오른쪽 어깨가 아팠지.


이 좁은 곳에서 나와

하루 지나 괜찮나 싶었어.


이틀 지났어.


오른쪽 어깨가 조금 아팠어.

그러다 예전 어깨가 등 쪽으로

뒤집어 빠졌던 강력한 아픔이 떠올라.


뼈와 뼈가 맞닿았을 아픔,

얼마나 아픈지 알 거야.

마치 이를 드릴로 뚫려는 아픔이지.

낮에 서 있을 때나

밤에 누울 때나 오른팔 몸에 붙여 두어야 돼.


오른쪽 팔 움직이면 안 돼.

순간순간 가슴 눌리며 숨이 막히고

머리가 깨질 듯한 아픔이 밀려와.


마우스를 왼쪽으로 옮겨 쓰고 있어.

왼손으로 오른 손목 잡고 키보드 위로 올려놓아.


적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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