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흩어져 가)
아마 일기가
기억을 글로 남기는 것이 아닐까 싶어.
몇 살 때였을까.
몇 달 동안은 쓴 거 같아.
쓰다 말고
또 쓰다 말고
기억이 종이 위 글로 살게 했어.
지금까지 기억을 글로 써 왔다면
얼마나 쌓였을까.
종이가 얼마나 쌓였을까.
연필을 잡고
종이 위 춤추던 때가 있었고
다르게 타자를 치거나
태블릿 위 펜으로 쓰기도 했지.
종이 위 글 대신 말이야.
그래도 난 종이 위 연필로
마찰을 일으키며
종이색과 다른 색선이 자리하도록
하는 걸 선호해.
글로 오브제가 생겨 가도록 했지.
기억을 그렇게
꺼내 두고 모았는데
어느 날,
강한 바람이 내게 오고
쌓아 놓은 기억종이가 날아갔어.
한동안 내 주변에 날아 돌고 돌더니
바람과 함께 흩어져 버렸지.
멀리 사라졌어.
기억종이 어디로 간 거야.
싫은 기억종이는
그래도 꽤 남아 있긴 해.
그런 기억종이라도
간직하고 싶어하며 남아 있길 바라고 있어.
지금 어떻게 살길래
그런 바람이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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