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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ㅍ May 29. 2019

냉동만두를 먹어보자

맛있고 안 귀찮게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만두피를 밀면 안 된다. 딱 한 번 시도해봤다. 그리고 포기했다. 먹을 것은 버리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진 사람이지만 반죽에 콕콕콕콕 박힌 개털은 감당할 수 없었다. 지금은 동물을 키우지 않지만 여전히 만두는 빚지 않는다. 귀찮은 것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만두피는 사오더라도 직접 빚으면 확실히 맛있다. 그렇지만 귀찮음 또한 확실하고 1인가구라면 정말이지 더 확실히 귀찮다. 집밥이란 언제나 편리함과 맛있음 사이의 타협이다. 싸고 예쁜 옷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맛있고 편한 요리는 없다. 하지만 고맙게도 문명은 발전해서 냉동만두라는 것이 나왔고, 기술 또한 발전해 특유의 불유쾌한 잡맛이 줄어든 제품들이 속속 나오는 중이다. 물론 냉동만두는 여전히 냉동만두다. 손만두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래도 약간의 요령만 더한다면 편리함과 맛있음이라는 2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는 없더라도 1.5마리 정도는 가능하다.      


찐만두 

냉동만두를 전자렌지로 찌면 만두피의 운명은 가죽 혹은 죽이다. 만두에 청경채나 양배추 등을 얹으면 이런 사태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다만 처음부터 올리면 이번에는 배추가 죽이 되니, 일단 만두부터 가볍게 돌린다. 차갑지만 얼지는 않은 상태가 되면 배추를 얹어 다시 돌리면 대충 적당하다. 이것은 냉동찐만두를 맛있게 먹는 방법일 뿐 아니라 야채를 편하게 먹는 방법이기도 하다. 간단하게 간장+마요네즈에 찍어 먹어도 좋고, 더 간단하게 굴소스만으로도 어울린다.      



군만두 

냉동만두를 팬에서 지지는 대신 오븐에 구우면, 영원히 풀리지 않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도대체 만두를 구울 때는 기름을 얼마나 부어야 하는 건가? 구울 때는 모자라서 계속 부어야 하던 게 구워지고 보면 찰랑찰랑하다. 냉동만두에는 프라이팬이 아니라 오븐이라면 그냥 구워도 충분할 기름이 함유되어 있다. 하지만 속까지 익히려면 자칫 뻣뻣해질 수 있는데 물만두라면, 작고 얇은 물만두라면 이런 문제가 없다. 한 번 뒤집어가며 구우면 바삭바삭바삭바삭.      



물만두 

물이 끓으면 넣는다. 떠오르면 건진다. 끝. 물만두는 원래 간단하지만 어린잎채소에 올리면 이것만으로 훌륭한 한 끼가 된다. 온기 때문에 숨이 죽으니 야채가 조금 시들해도 문제없고 만두가 짭짤하니 따로 드레싱도 필요 없다. 상추, 깻잎, 루꼴라 등 냉장고에 있는 아무 야채나 잘게 썰어서 깔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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