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PHASE 1. 존 F. 케네디가 말하길.
나는 올해로 28살이 되었다. 만 나이는 아니다. 별 감흥이 없다. 그러나 새롭게 개정된 2025년판 수치들이 압박이 되는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 출산율 0.7명, 다른 나라들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는 상황. 그래서 경제적 비즈니스 모델에 개편이 일어나야 하는 혼돈의 시대. 뭐 그런 것들) 아무래도 나이와 구별해서 사용할 순 없는 말일테니, 앞에서 언급한 세 문장은 거짓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20대여서 그런가, 재치와 위트와 다정함이 갖는 위력을 생각한다. 이번에는 기어코 그 뻔한 문장에서 다정함을 발견했다. 존 F. 케네디가 언젠가 연설에서 '중국어로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뜻하는 단어'라고 말한 그 문장. 의역을 더해서 우리에겐 '위기는 기회다'라는 명언으로 읽혀지고 있다.
존 F. 케네디가 말할 당시의 상황은 지금의 우리나라에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다 본 유튜브 영상에서 인구학 박사님이 분명 그랬다. 명과 암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명을 자신에 맞게 활용하면 된다고. 어느 시긴들 안 그렇겠냐마는, 적어도 나에게 박사님은 출처미상의 온라인 채널들에서 나온 요새 시대 적색경보음을 읽고 있는 게 한심해 보인다는 뉘앙스를 풍겨주었다.
PHASE 2. 20대의 안정감
20대의 의미라고 하면 자아정체성을 찾고, 그 자아정체성에 맞는 실행을 하는 기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28살이면 아무래도 탐색보단 실행을 해야하는 쪽이고 말이다.
난 성격이 매우 급한 편이라 탐색과 실행을 매우 일찍이서부터 하려고 아등바등 했었다. 20대 초엔 이미 고등학교 때 탐색을 다 해놨다고 생각했던 터라 실행을 하려고 했고, 20대 중반엔 직장이라는 변수에 따라 다시 실행을 위한 탐색을 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작금의 20대 직장인은 부업을 안하면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둥 '수많은 경제 인플루언서가 얘기한 내용에서 그 *위대한* 수치조차 뺀 말뿐인 가십'이 진리처럼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한다는 압박감은 오히려 나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당장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라도 열고 뭐라도 실행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그것들이 섣부른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덕분에 브런치라는 플랫폼에도 글을 쓰는 등 뭐라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안다. 탐색이야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패기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만, 실행은 안정적인 상황에서야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다. (탐색은 미리 하세요들)
작년 주거적 독립을 일궜고-, 해로운 관계들도 다시금 정리했고-, 최근엔 내 삶의 루틴을 조금씩 만들어 가다 보니-, 심적인 안정감이 생겼다. 불안장애에 가까웠던 내 모습이 조금 단정되었단 뜻이다. 바빠서 안된다 했던 것들이 내 징징거림이었단 생각과 어쩌면 철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내일 당장 다시 출근과 흡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라도, 나는 오늘 운동을 다녀왔고 재즈를 BGM 삼아 글을 적고 있다. 별 거 아니더라도 숨 가쁘게 불안했던 나의 작년과는 매우 달라진 모습이다. 그리고 '에디터리얼 컨텐츠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탐색 과정을 매듭 지어 확정시켜 놓았고, 그로 인해 넓은 범위에서 이런 저런 경험들을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을지라도 어색하게 '나 정도면 괜찮지' 하는 자만감과 저 밑바닥 우울감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별 건 아니고 실행을 하기 위해선 좋은 사람과 건강한 연애를 하고, 건강한 사유를 위한 책을 읽고, 매일마다의 루틴을 만들어두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였다. 그것만으로 20대에게는 실행의 의미를 갖게 되고, -연애는 결혼으로, 간접경험은 직접경험으로, 루틴은 어쩌면 소비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으니 국가적으로도 손실은 없는 셈✌️-,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는 아주 쉬운 소리였다. 그러면 내 여유와 틈을 찾게 되고, 그 한정적인 틈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넥스트 스텝을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
참고로 나는 인스타그램 에디터리얼 부계정을 다시 살려볼 참이고, 공수를 들이지 않은 최소한의 힙한 얘기들을 쏟아부을 생각이다. 된다면 계약직 에디터는 어떠려나. 물론 여기와는 달리 탈고에 탈고를 더 한 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직장에 힘을 무자비하게 쏟지는 않을 예정!
내 플랜을 밝히는 이유는 자가다짐도 있지만, [오늘의 운동 & 건강한 연애 & 책과 사유 → 삶(일주일)의 빈틈을 찾게 함 → 추가 플랜에 대한 스케쥴도 짤 수 있게 됨]의 프로세스를 요약해서 보여주며 20대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당연히 맨 처음 프로세스의 변수들은 본인이 바꿀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PHASE 3. 지금이 기회가 맞는가
아무튼 급변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20대에게 지금은 기회가 맞는가 하면. 개인마다 다를 것이고, 적어도 나에겐 기회였으면 한다는 솔직한 말이 나오긴 한다.
그나마 남들보다 좀 나은 점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나는 절대적인 수치와 가십 신봉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어떤 뉴스가 나오면 여러 뉴스들과 각종 외신들을 찾아보고, 매일 릴스와 숏츠를 오가는 사람이긴 하지만. 통계 기준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수치들을 가지고 위기니 기회니 입씨름 하기 싫어하고, 해외직구를 통해 스마트 스토어에 내다 팔아서 이익을 얻겠단 사람도 아니고, 인플루언서가 갑자기 돼서 단순 외적인 것으로만 돈을 벌고 싶지도 않다는 얘기다.
나는 현재를 직시하고 인사이트를 만들어 내는 데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오랜 시간 개발해 낸 내 이런 특성은 비교적 기회를 만들어 가는 편에 속할 것이라 확신한다. 되게 큰 얘기 같지만 그냥 쓸데없는 릴스 120편 중에 교양/경제 릴스 한 편만 봐도 사실 환기가 되지 않겠냐는 말과 같다. 그러고선 그걸 나에게 맞게 일단 먼저 실행부터 하고 본다면?
대학생 시절, 에어팟 출시 직후 다들 콩나물 대가리 같다고 주변에서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잘 사는 집 언니가 에어팟을 냅다 귀에 꽂고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그 언니 단 한 명 때문에 에어팟이 멋있단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그 뒤로, 그 언니 영향은 아니지만, 모두들 귀에 콩나물 대가리는 다 끼고 다녔다.
아마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사실 발생을 인지하고 내게 맞게 적용하는 것을 우선시 하는 삶. 사실이 발생했음에 지속적으로 비관적인 생각을 할 바에는 나라를 직접 뜨던 자살을 하던 본인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비관적인 실행을 해야겠지. 보통 사실 직시를 잘 하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잘 사는 사람이거나 잘 배운 사람들이란 생각을 요 몇 년 들어 계속 하게 된다. 그래, 나는 이게 부럽다. 누가 돈을 지금 당장 얼마나 버는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나의 헤게모니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정확히 알고, 그 헤게모니의 기본값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를 위해 실행하는 삶. 경제적이든- 단순 삶의 태도든- 모든 것에서. 그러면 사실상 나에게 위기가 존재할 수 있는가? 기회밖에 없지 않은가?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들, 그것에 좌절을 하더라도 과연 극복 못할까?
여하튼 모두에게 삶이란 어려운 숙제이지만, 요 근래에는 다들 너무 쉽게 집단적 패배감을 갖는다. 그걸 오히려 정보를 더 얻어서 내린 결론이라는 지성인의 고양감으로 연결 짓는 것 같기도 하다. 근데 나는 그냥 그게 더 멍청해 보인단 얘기를 하고 싶었다. 나도 부업을 결국 하게 될 것이고, 전문직 친구들 발치에서 기웃거리겠지만 그렇다고 한들 멍청한 패배감에 빠져있지는 않겠단 다짐이기도 하다.